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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더위속 땀의 의미

by 최봉기

한여름이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후끈거리는 땡볕 더위속에서 일을 하다 여차하면 더위를 먹기도 한다. 비가 올 때엔 그나마 숨이 막히는 더위에서 잠시 벗어나기도 한다. 더운 날씨에도 대낮에 땡볕에서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 훈련을 하는 군인, 시합을 하는 운동선수들에게 더위는 혐오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원한 방에서 더위에 아랑곳 않고 편안하게 지낸다. 여름이 되면 차라리 겨울이 그립고 겨울엔 여름이 그립지만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것이라 주어진 환경에 따를 수밖에 없다. 혹독한 더위와 추위를 매년 겪는 한국인들만큼 기후적응을 잘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보면 사시사철 봄 날씨인 LA와 같은 곳도 있지만 더위와 추위를 매년 겪으며 사는 한국인은 오랜 세월 혹심한 기후와 싸우며 끈질김과 참을성이 몸에 배었다고 생각된다. 여름에 땡볕 아래서 고생도 해보지 않고 과연 선선한 가을이 되어 수확의 기쁨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까? 또한 여름에는 더워야 벼도 여물게 되는데 비가 많이 오면 시원해서 지내기야 좀 낫겠지만 결국 별로 좋지 않은 것인 것 같다.


무더운 여름날 찜통더위와 싸우는 일은 인생의 소중한 교훈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땀을 흘리며 고생을 해야 할 때 땀을 아낀 경우 흘리지 않은 땀만큼 눈물과 피가 되어 돌아온다. 나폴레옹은 "훈련할 때의 땀 한 방울은 실제 전투에서의 피 한 방울"이라고 했다. "어제 흘린 땀이 없이 오늘 행복할 수 없고 오늘 흘린 땀 없이 내일 행복할 수 없다"는게 내가 살면서 깨닫게 된 세상의 진리이다. 고3 시절 여름방학 때 전교생이 학교에 모여 공부를 하였는데 당시 덥다고 게으름 피우며 딴짓을 했던 친구들은 부지런히 공부했던 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 한번 더 입시를 치르기도 했다.


땀을 흘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가 와서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할 경우 혹해서 가진 돈을 몽땅 넣고 돈을 날리는 경우가 있는데 뒤늦게서야 사기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경우 사기 치는 사람도 문제지만 당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다. 결국 욕심이 화근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땀 흘린 만큼 보상을 기대한다면 몰라도 땀은 조금 흘리고 큰 보상을 갖는다고 한다면 그건 십중팔구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몇 년 전에 누가 나에게 와서 자기에게 1억을 맡기면 돈을 굴려 매달 5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당시 나는 년 이율이 60%라 솔깃해졌지만 믿을 수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 주변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한 친구가 조심하란 얘길 해 주었다. 그래서 나에게 제안을 했던 친구에게 처음엔 천만 원 정도만 맡겨서 진행과정을 지켜본 다음 판단하겠다고 대답했더니 그 뒤 론 전화가 오지 않았다. 나 말고 주변 두 명의 지인이 각각 그 친구에게 1억 정도의 돈을 맡겼다고 들었는데 처음 한두 달은 이자를 잘 주다가 그다음부터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하였다. 결국 맡긴 돈은 통째로 날라 갔고 이자를 주겠다는 친구는 그 돈을 받아 자기 빚 갚는데 썼다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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