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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에의 도전

by 최봉기

최근 한 지인이 배낚시 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다행히 그날 별 다른 일이 없어 어쩔까 하다가 한번 해보기로 하였다. 생소한 경험이지만 막상 가서 해보니 고기를 잡는 요령 자체가 크게 복잡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느껴지는 물고기의 공격을 감지하여 부드럽게 낚아채는 것이 관건인데 처음이라 그런지 서툴렀고 별 소득은 없었다. 새벽 3시에 기상해 준비하고 5시까지 전곡항에 도착, 배로 30분 이동해 졸린 채 낚시를 하면서 물고기가 입질할 때 낚싯대를 당겨는 봤지만 미끼만 절반 잘린 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남이 잡은 큰 물고기를 손에 들고 사진 촬영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어떤 분야이든 새로운 것에 도전할 맘을 가지는 것은 무척 신선한 일이긴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관심과 열정, 노력이 계속 투입될 때라야 소기의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엔 생소하지만 익숙해져 재미를 붙일 때까지 시간도 꽤 걸린다. 하지만 남다른 열정에 재능까지 있다면 삶의 좋은 활력소가 돠거나 삶을 통째로 바꿀 수도 있기에 특별한 동기가 있는 일일 경우 과감하게 시도할 가치도 있다.


지금까지 60여 년을 살면서 내가 새로운 일에 도전했던 경우를 떠올려보면 몇 가지가 머릿속에 다가온다. 대학 때 '연극 체험'과 대학원 때 '새로운 전공에의 도전' 그리고 지금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글쓰기' 등이 그러하다. 연극의 경우는 대학시절 영어 뮤지컬 공연 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오디션에 합격하여 졸지에 배우로 뽑혔는데 영어를 익힐 기회라 생각하고 해 본 것이었지만 한 번도 해보지도 않던 연기란 걸 무대에서 하는 일은 별다른 끼도 없는 나에겐 무척이나 생소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나 자신의 전공이 연극 영화는 아니었기에 연기력이 있고 없고의 문제보다 연극이란 분야를 한번 체험해 본 것에 의미를 두고 있고 그 후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태연히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무대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소득이라 생각한다.


대학원에서는 깊은 성찰도 없이 학부 전공과 다른 전공을 선택해 갖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서 통계나 수학에 별다른 관심과 재능도 없이 현실적 필요에서 보험계리학에 도전했으니 그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성숙하지 못한 판단으로 고생만 하다 경영학으로 대학원 과정을 마치게 되었지만 아직 뒷맛이 씁쓸하다.


최근 1년 이상 소중한 취미생활로 자리를 잡은 '글쓰기'에의 도전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대학시절 시를 써보기도 했고 20여 년 전 고교 졸업 20주년 홈커밍 때 고교시절 추억을 글로 옮긴 '청춘 재담'을 수십여 편 고교 홈페이지에 연재하며 나 스스로도 흥미로워했고 친구들의 반응도 꽤 좋았다. 그리곤 시간이 흘러 다시금 지금껏 살며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글로 올리는데 나의 삶의 회고록을 집필하는 일이 되고 있다. 나의 글을 보고 글 쓰는 데 재능이 있다고 말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나 자신도 글을 쓸 때마다 남다른 긍지와 기쁨을 느끼고 있어 글 쓰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새로운 분야의 좋은 시도라 본다.


'새로운 곳에의 도전'이란 말은 무척 신선해 보이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결코 만만한 일만은 아니고 자칫 무모할 수도 있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재능이나 관심이 있다면 몰라도 별생각 없이 시도해 볼 경우 고생만 할 뿐 별 소득도 없기에 그러하다. 나의 삶에서 새롭게 시도했던 몇 가지를 놓고 볼 때 희비가 교차하긴 하지만 그중에는 큰 의미를 부여할만한 일도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에의 도전은 누구에게나 할 것 없이 삶에서 큰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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