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만사 OK?

by 최봉기

돈의 위력은 갈수록 커지고 인간의 가치는 반대로 추락한다. 어떤 이유로 세상의 주인인 인간과 인간의 편익을 위해 나온 돈 간의 주종관계가 바뀌게 된 것일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라 일을 해서 의식주를 해결한다. 이때까지는 돈이 주인인 인간의 통제하에 있는 양순한 짐승이지만 인간이 절박한 생존 문제의 불안감을 떨치고 욕망에 가득 찰 때부터 그 양순하던 짐승은 괴물이 되어 인간을 농락하고 파괴한다. 의식주 문제로부터 해방될 때 인간은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검소해지기보다 "누가 비싼 차를 샀다", "누가 좋은 집에서 부유하게 살며 별장까지 있다"는 얘기를 접할 때마다 마음의 평화가 쉽게 무너진다. 이런 식의 소유를 둘러싼 욕망과 시기심 속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은 구겨지고 인간이 돈의 지배를 받게 되기도 한다.


또한 인간은 시간이나 금전적 여유가 생길 때부터 새로운 욕구가 마구 싹튼다. 가령 여행이나 스키 혹은 골프 등 레저를 즐기고 그 재미에 빠지면 못살던 시절 인간들 간의 끈끈했던 의리와 아기자기했던 온정은 저 먼 나라의 얘기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인간은 윤택해질수록 나눔과 배려의 마음 혹은 철학적인 사고나 자기 성찰보다는 물질적인 쾌락에 빠지기 쉽다. 역사에서도 로마제국의 멸망과 같은 예는 이를 분명히 보여주기도 한다


여유로워질 때 인간이 추구하는 또 다른 것들로 명예나 대중적 인기 또는 정치적 영향력 등을 들 수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인류는 자급자족을 하다 잉여농산물이 생기면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현대판 잉여농산물인 '돈'은 물물교환 수단이지만 돈맛에 취해버리면 세상에 돈이면 뭐든 가능하다는 환상에 빠지기 쉽다. 물건을 구입할 때 사용하던 돈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심지어 인간을 사는 요술 방망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한 인간의 가치조차 삶 속에서 보여준 청렴함 또는 철학이나 인품보다는 연봉이나 소유한 재산 등으로 판단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듯싶다.


그렇다면 "돈이면 만사 OK"라는 식의 세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돈으로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의 주인인 인간이 돈을 이성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돈의 염력에 빠져들 때 돈은 인간의 삶을 농락하고 파괴하는 괴물이 되어 인간 위에 군림하며 인간은 주인이 아닌 종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돈의 위용 속에 갇힐 때 인간은 오만해지고 독선적이 되건만 그걸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계속 탐닉에 빠진다면 그 수렁은 갈수록 깊어져 결국 파멸의 길로 갈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살면서 주관이 필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