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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교사가 되었다면?

by 최봉기

나는 20대 때 대학교수가 되고 싶어 했다. 그 이유는 일반 직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는 게 여러 면에서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정년이 길어 안정적이고 사회적인 지위나 이미지도 괜찮고 누구 눈치 볼 일 없이 자기 일만 하면 된다는 점 등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수라는 직업은 그런 현실적인 안락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일반인들은 대개 박사학위 받을 때까지 고생을 하면 교수가 된 후부터는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학위는 교수가 되기 위한 기본 관문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학문 분야에서 밤낮없이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대충 강의나 하며 편하게 지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교수란 직업은 택하지 않는 게 확실히 맞다.


나는 교수가 되어보려고 미국으로 유학 가서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전공을 영문학에서 경영학으로 바꾸면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고 학문적 열정도 그리 강하지 않아 겨우 석사과정만 끝내고 돌아왔다. 그 후 늦게 군복무를 마치고 허겁지겁 직장을 잡은 후 가정을 갖게 되었다. 지금 생각에는 눈높이를 차라리 교사에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학 때에는 교사란 직업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교사는 사회적 지위도 높지 못했고 수업 외에 잔무도 많으며 보수도 적은 등 직업으로서의 매력이 크지 못했다.


하지만 예순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교사는 급여나 사회적 지위보다는 일 자체의 보람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교사는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을 키워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만났던 은사들 중에서는 남다른 열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셨던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은 모르긴 해도 당시 많지도 않은 급여나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대충 수업이나 하던 교사들보다 몇 배의 정성과 열정을 쏟아부었던 분들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한 분들 가운데에는 여건만 따라줬으면 대학교수가 되었을 정도의 역량을 보였던 분도 계셨고 교육자로서의 소신이나 자세란 측면에서 볼 때 교수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76~81년 당시 한 교실에는 가정환경과 기본 자질이 훌륭하고 의욕까지 충만한 우등생들이 있었던 반면 살림이 쪼들리고 자질도 떨어지는 데다 학업의 의욕까지 땅바닥에 떨어진 열등생들도 있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인간의 됨됨이는 어떻든 간에 S대에 진학한 친구들은 성공한 사람들로 추켜세웠지만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던 사람들, 게다가 부모의 직업이나 집안 형편이 변변치 않던 경우는 암만 도량과 인간미를 갖췄더라도 홀대하기 십상이었다.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만감이 교차한다. "교육은 百年大計"란 말처럼 멀리 보고 인간을 키운다고 할 때 자질이 뛰어나고 능력을 갖췄다 해도 자기밖에 모르는 '에고이스트'보다는 능력과 포용력에 인간미까지 갖춘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또한 진정 참된 교육이라면 S대를 하나 더 보내기보다 교도소에 갈 인간 하나를 죄 안 짓고 살게 하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사실 환경이 좋고 자질이 우수한 사람들은 가만 놔둬도 스스로 알아서 잘해 나가지만 가정환경이 열악하고 자질도 부족한 경우라면 다른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리라 보인다. 학업을 중도포기하지 않도록 인간적인 관심도 가져주고 그들에게 맞는 차별화된 도전목표를 제시하며 학업에 의욕을 갖도록 북돋아 줘야 할 것이다.


내가 만일 교사가 되었다면 인간을 성적이란 하나의 획일적인 잣대로만 보지 않도록 노력을 경유했을 것 같다. 공부로 인생의 승부를 걸 사람들은 졸업 후 교수나 관료 혹은 전문직 종사자가 되는 데 주력하는 것이지만 공부를 잘 못하거나 싫어하지만 다른 것에 관심이나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차별된 목표에 도전하여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 있던 친구들의 면면을 보면 공부를 잘했던 사람은 대학교수나 대기업의 임원이 되었다. 그 외엔 은행지점장, 교사, 자영업 등 다양하다. 공부보다 음악을 좋아했던 한 친구는 대학 때부터 그룹사운드 활동을 하며 작곡에 심취해 현재 유명한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 친구는 대학 때 관광경영학과를 다녔지만 그때부터 평생 음악을 하며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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