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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운동선수가 되었다면?

by 최봉기

세상에 살면서 저마다 생업으로 하는 일은 天差萬別이지만 세상의 어떤 일에 종사하는 이라도 자영업자 아니면 봉급생활자이다. 회사원을 포함 교사나 교수에 군인까지 모두 봉급생활자이고 운동선수 또한 그러하다. 운동선수의 경우도 몸값이라 할 연봉이 성적에 따라 매년 결정되는데 프로스포츠 스타플레이어 정도 되면 연봉도 장난이 아니다. 단 연봉이 고정적인 게 아니며 혹 부상을 입을 경우 곧장 나락으로 떨어진다.


스포츠는 몸으로 하는 일이라 삼십 대 후반만 되어도 은퇴시기가 되니 다른 직업보다 직업의 안정성은 다소 떨어진다. 따라서 한창 물이 오를 때 평생 먹고살 돈을 벌어놔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수도 있다. 은퇴 후에는 스포츠분야의 지도자가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헛된 욕심을 부리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금은 스포츠의 프로화로 운동 하나만 남보다 잘해도 부자가 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과거 1970년대만 해도 운동을 했던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러다 제5공화국이 되면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며 국위를 선양한 선수들에게는 연금이 지급되는 등 운동선수들도 복지의 사각지대를 벗어나게 되었다.


TV로 스포츠경기를 볼 때 간혹 "나 자신이 화면의 저 선수라면..?" 하고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어린 시절 체력이 약해 1,000m 오래 달리기 할 때면 어디 숨고만 싶었다. 세계타이틀전에서 15라운드까지 뛰던 복서들이나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를 보면 이들은 나랑은 다른 종자로만 느껴졌다. 그 후 20대 중반에 뜻한 바가 있어 아침마다 매일 조깅을 습관화하였는데 비 오는 날까지도 거르지 않고 1년을 했더니 나같이 체력이 약한 사람도 체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만약 운동선수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고 나름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수준의 선수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문제는 재능이다. 예체능 분야는 선천적인 재능이 없으면 노력을 해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스포츠는 종류가 다양하지만 재능이 뛰어난 경우 종목에 관계없이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20여 년 전 직장생활을 할 때 태능선수촌에 야유회를 간 적이 있다. 당시 국가대표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들이 휴식시간에 축구하는 걸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심권호가 보였는데 레슬링 선수가 공을 차는 걸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공을 발에 붙여 놓고 뛰는 것처럼 보였고 유연성과 순발력이 축구선수못지않았다. 아마 심권호는 축구 혹은 다른 스포츠를 했더라도 국가대표급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아는 지인 하나는 무척 福이 많은 사람이었다. 집도 부유하고 공부도 잘했는데 운동까지 잘했다. 국내의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의 주립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해 교수가 되었다. 그는 운동을 선수처럼 잘해서 학창 시절 때 운동선수를 하려고도 했는데 집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그 꿈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의 말은 "사람은 자기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면 됩니다."였다.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재능도 재능이지만 땀 흘리며 운동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기에 평생을 스포츠에 거는 걸로 보인다. 한때 스타플레이어였던 사람들 중에서 스포츠와 더불어 내내 행복한 삶을 영위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부상을 입고 운동을 좀 일찍 그만두거나 은퇴한 후 사업에 손을 대었다가 삶이 망가진 경우가 있다. 현역시절 준족에 4번 타자까지 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 선수는 야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며 한때 잘 나갔다고 하는데 그 후 일이 잘 안 풀리며 스스로 세상과 결별하는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 사망하기 전 그가 함께 운동을 했던 누구에게 전화로 했던 말이 "야구장에서 뛸 때가 제일 행복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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