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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장애인이 되었다면?

by 최봉기

나는 신체적으로 하자가 없이 지금껏 60여 년을 살아왔는데 살면서 소아마비로 오른쪽 발이 불편했던 사람과 대학원 과정에서 한동안 지낸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신체가 성하지 못해 뛰는 운동은 하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실내에서 하는 卓球였다. 불편한 몸상태에도 불구하고 탁구는 꽤 하는 편이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승부욕은 강한 편이었다. 모르긴 해도 자신이 알게 모르게 사회생활에서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걸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신체의 결함과 관련이 적은 두뇌로 하는 공부나 탁구와 같이 주로 상체를 사용하는 운동이었다.


대학원에서 그를 알던 한 사람 얘기가 그 사람은 공부를 할 땐 꽤 열심히 하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한마디로 '무지하게 약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기가 수강하는 과목의 경우 기존 수강생의 자료를 구해서 그걸 철저하게 활용한다는 것부터 넝구렁이같은 짓을 하면서도 티를 내거나 흔적을 잘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그 사람 말고도 눈이나 귀 혹은 손이나 발이 정상이지 않은 사람이 많다. 盲人은 눈 대신 귀로 하는 일 즉 그림 대신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맹인 출신 유명가수는 국내에도 미국에도 있다. 귀머거리는 귀 대신 눈으로 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들은 생계를 잇기가 어려워 맹인들은 안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내가 살다가 교통사고 등으로 눈이나 손 혹은 발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신체 정상인이 감히 그런 상상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장애인들에게는 혹여나 무례가 될지도 모른다. 만일 그리 된다면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생계도 어려울지 모른다. 그런 현실을 비관할 경우 스스로 삶을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라면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대기업에 입사하여 입문교육을 받을 때 장애인 한분이 강사로 초빙되었다. 멀쩡했던 사람이 오래전 차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얼굴을 포함한 몸이 화상을 입었고 한쪽 눈까지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서 각종 교육에 나가 강의를 하기도 하고 영어로 된 책 번역도 한다고 했다. 그 강사의 말이 현재의 피부도 계속 마사지를 해서 많이 나아진 상태라고 했고 처음엔 별생각을 다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생활하려고 한다고 했다.


현재 신체가 정상인 사람들 중에서 하던 일이 잘 안 되거나 해서 삶을 포기할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헬렌켈러'의 명언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싶다.


"모든 사람들이 며칠 간만이라도 눈멀고 귀가 들리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축복할 것이다. 어둠은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침묵은 소리를 듣는 기쁨을 가르쳐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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