敎主라는 말은 참 애매한 뉘앙스를 가진다. 왜냐하면 교주 앞에 붙는 말이 대개 '似以非'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비가 아닌 천도교가 교주 앞에 붙는다면 약간 어감이 달라질지 모른다. 천도교는 현재 불교나 기독교에 비해 조직이나 신도수가 적고 존재가 미미하지만 해방 전 일본의 압제에 저항하며 민족의 혼을 일깨우는 데 크게 기여했던 민족종교였다. 1860년 최제우가 동학을 일으킨 후 1906년 손병희가 개칭한 종교가 천도교이다.
천도교는 조선후기 세도정치와 제국주의의 국권 침탈 속에서 救世濟民이란 깃발하에 농촌을 침투하며 교세가 날로 커졌고 1984년에는 동학교도와 농민이 합세하여 폭정에 맞서자 조정에서는 외세까지 끌어 들어 동학군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또한 3.1 독립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민족지도자 33인 중 15명이 천도교 신자였다. 당시 천주교는 친일 색채가 강했고 3.1 운동에 가담한 민족지도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2021년 10월 4일 한국의 종교 순위 관련 갤럽조사에 의하면 무교 56.1%(2,860만), 개신교 19.7%(1,004만), 불교 15.5%(790만), 천주교 7.5%(402만)의 순이며 세계적으로 보면 신구교 합쳐 31.1%(24억), 이슬람 24.9%(19억), 무교 15.6%(12억), 힌두교 15.2%(11억), 불교 5.1% (5억)의 순으로 나온다.
대한민국은 무교의 비중이 높은 나라인데 그것은 아마도 유교의 영향인 듯싶다. 공자는 제자들이 사후에 관해 물어보자 "삶도 잘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한다. 한국사람들은 각 종교에서 말하는 來世라는 것을 믿지 않거나 관심 자체를 가지지 않을지 모른다.
전 세계나 국내의 통계를 봐도 신구교를 합친 기독교의 비중은 여타 종교보다 높다. 기독교는 동서양 할 것 없이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종교임에 틀림없다. 예수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율법보다 위대한 사랑이란 계명을 전하다 십자가에서 피 흘리며 죽었지만 사흘 만에 부활함으로써 인류에게 구원의 희망을 갖게 해 주었다.
만일 내가 교주라면 어땠을까? 나는 남을 속이거나 이용하는 재주가 없기에 거짓된 교리를 만들어 이를 이용하는 교주가 될 위인은 못 된다. 다만 현재의 물질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한 채 세속화되고 변질되어 가는 교회를 바로 잡는 일이라면 개혁과 변화의 선봉장인 교주가 될 용의는 있다.
종교나 정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들은 저마다 선동의 大家들이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빨려 들게 되는 모양이다. 통일교의 문선명과 신천지의 이만희를 비롯해 스스로 재림예수라고 칭하는 교주들에게는 이단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종교지도자는 누구나 인정하는 합당한 교리를 가르치고 올바르게 살도록 이끄는 사람이지 교리를 자신의 입맛대로 가공해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무리배가 되어서는 안 되리라 본다.
또한 어떤 종교든 타 종교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해서는 안 되리라 생각한다. 한때 한 목사가 불교 비하 발언을 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스님들이 나만 보면 형님이라고 혀. 우리는 예수님이 부활을 해서 도를 다 터득했는데 스님들은 그걸 모르니 벽을 보고 목탁만 치고 있어"라고 했다.
2000년 전 세상에서 가장 핍박받던 나라 이스라엘에서 율법에 매달리며 자신들의 현실적인 안위만 추구하던 당시 종교지도자들에 맞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참된 진리를 전하며 죄로 인해 하느님에게서 멀어진 인간을 구하기 위해 피 흘리며 처형된 예수는 현실세계에서의 물질적 행복이 아닌 無所有를 온몸으로 실천했기에 아직도 그를 따르는 이들이 세계곳곳에서 바이블과 십자가가 있는 곳으로 모여든다. 그 종교적 순수함과 열정이 진정 올바르게 발현될 수 있다면 갑갑한 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리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