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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豪傑이었다면?

by 최봉기

정치판에서 나름 호탕함을 가진 인물들 중에 일이 잘 풀려 최고 권력자가 된 이가 있고 일이 꼬여 易賊이 된 이도 있다. 전자의 경우가 김일성이나 박정희 혹은 전두환이라면 후자가 박헌영이나 김재규일지 모른다. 호탕하다는 이들 중에서도 스스로 치밀하게 일을 챙기는 참모스타일이 박정희라면 자신은 큰 그림만 그린 채 주요한 부분은 떼어서 전권을 보장하는 전형적인 보스스타일이 전두환이었다고 한다.


호탕한 사람이라면 스케일이 크고 포용력이 있는 리더형 인간으로서 인간적인 매력도 있는 속된 말로 쫀쫀하지 앓은 사람을 말한다. 대개 소시민들은 '비용편익분석(Cost and Benefit Analysis)'를 통해 Benefit이 Cost보다 크지 않다면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데 반해 호걸형은 눈앞의 이익에 목숨을 걸기보다 멀리 보고 행동하는 遠視眼的인 인물 유형이란 생각도 든다.


만일 내가 豪傑이었다면 어땠을까? 한때 선이 굵고 대찬 걸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런 스타일을 흉내 내어 보곤 했다. 그런데 속은 별로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그리 행동을 하니 이내 속내가 드러나 보이게 되었다. 만일 속까지 그리 되었다면 나란 존재가 졸지에 호탕한 삶을 살게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세상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곧 깨닫게 되었다. 스타일이란 건 타고난 것이라 쉽게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만일 내가 호탕했다면 취업을 해서 월급쟁이가 되기보다는 사업가나 정치가가 되려 했을지 모른다. 어찌 벌인 사업이 잘 되어 돈을 움켜쥐고 성공한 사업가란 타이틀을 얻은 후 이에 만족하지 않고 꿈을 키워 정치에 뛰어들어 국회에서 큰소리치며 행세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사업을 하다 일이 꼬여 실패할 경우 월급쟁이로 사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되기에 그때는 모든 게 一場春夢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을 호탕하게 사는 호걸형은 스타일 자체가 '모 아니면 도'라 일이 잘 풀리면 大成하지만 어중간한 정도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기에 계속 큰 것 한방을 쫓게 될 텐데 그러다 여차하면 쪽박을 차게 된다. 사회의 구조도 삼각형이라 탑으로 올라갈수록 성공한 자리는 한정된 반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알아주지 않는 자리는 많은 법이다. 가령 큰 회사의 경우 대표는 하나지만 경비원은 수십 혹은 수백 명씩 된다.


반면 월급쟁이 스타일은 잘 되면 수명이 길지도 않은 전문경영인이니 오우너와는 탄 배가 다르기도 하다. 따라서 큰 걸 손에 쥐려면 호탕함도 있어야 하긴 하다. 하지만 성공에는 보장이란 게 없기에 호탕하다고 끝내 승리자가 되는 건 아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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