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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 나이에 熱愛를 하게 된다면?

by 최봉기

熱愛는 단순한 동기로 인해 시작될지 모른다. 그냥 좋아지고 함께 있고픈 마음이 그것인데 어찌 보면 사람을 속깊이 알지도 못하면서도 불장난과 같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큰 불이 되고 급기야 산불이 되어버리면 헬기까지 동원해도 순식간에 산 전체가 새까맣게 타버리고 만다. 환갑을 눈앞에 둔 지금 나이에 20대 때의 첫사랑을 떠올려보니 왠지 失笑가 나오기도 한다. 그 시절 한 이성에 미친 듯이 빠지는 건 이성에 대한 경험부족 때문일지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맑고 티 없는 순수함 때문일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순수한 마음이 없다면 아마 사랑에 빠질 일 자체는 없을 것이다. 짝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경우에도 사실 이해타산적이고 계산적인 마음을 가진다면 굳이 한 인간에 대한 동경과 열망을 그토록 가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랑의 감정이란 건 언젠가는 식어버릴 수도 있기에 그만큼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따라서 오히려 동시에 여러 이성을 겹치기로 만나 보고 그중에서 적합하다 싶은 한 대상을 배우자로 선택한다면 시간이나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걸 두고 감히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 俗物의 모습일 것이다. 실제 그런 식의 얄퍅한 속내로 자신의 영혼을 위장했던 한 여성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는 자기 나름 현실적으로 안주할만한 대상을 찾아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결혼 후 뭔 벌을 받았는지 애만 가지면 한동안 계속 자연유산을 하며 荊棘의 시간을 보내다 보속 기간을 끝냈는지 어느 순간 임신을 하긴 하였다.


만일 내가 다시 熱愛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 우선 왠지 두려워진다. 그건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너무나 큰 희생이 따랐기에 그러하다. 지금 나이에는 우선 사랑이 뭐길래 그렇게 모든 걸 바쳐 달려드는가 싶은 생각부터 드니 다시 열애를 하기는 걸렀다고 해야 할 것이다.


1966년 한 유명 작곡가와 유명 가수가 결혼을 한다. 고인이 된 그 작곡가의 곡은 지금도 명곡으로 불리며 그 가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가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작곡가 길옥윤은 가수 패티김에게 '4월이 가면'이란 노래로 프러포즈를 했고 둘은 환상의 커플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혼 후 예술을 떠난 현실 부부로는 맞지 않게 되었다. 남자는 상습 음주벽이 있고 도박에도 빠져들어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런 와중에 손대던 사업까지 실패하며 둘은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결혼생활은 7년 만에 파경을 맞게 되었다.


환상과도 같이 아름다운 사랑이라도 결국 현실의 풍랑을 헤쳐나갈 수 있을 때 그 특별했던 동기와 교감도 가정을 이루며 생명까지 잉태할 수 있는 것이다. 활활 불타오르던 사랑도 막상 시간이 흐르면 영원하지도 않고 그다지 아름답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순수한 동기란 건 돈이나 어떤 사회적 배경으로도 살 수 없는 고귀한 것이기에 자그마한 성냥불이 모닥불이 되고 결국 산 하나를 모조리 태워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랑은 두 개의 상반된 마음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일지라도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계산적이고 현실적인 사랑보다는 아름답고 위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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