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권력을 가진 자에게 하위에 있는 자가 충성을 하는 封建社會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최고통치자가 임금, 즉 왕이요 군주이다. 누구나 '殿下'라고 부르며 머리를 숙이는 대상이 임금이건만 그 실상을 볼 때 임금이 되는 게 과연 좋기만 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질도 없고 리더십도 없는 인물이 袞龍袍를 걸치고 왕위에 앉아 있을 경우 권력을 둘러싼 暗鬪가 거세지며 왕은 허수아비 노릇이나 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그러한 허수아비 왕중 하나가 조선의 25대 왕인 철종(1831~64)이 아니었을까? 강화도령 철종은 형 회평군의 옥사로 가족이 강화도에 유배되어 있다가 대왕대비의 명으로 19세에 왕위에 올라 수렴청정을 받는다. 정치에 어두운 왕이 통치를 하다 보니 삼정은 문란하고 민란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민란을 수습하려는 의욕도 역량도 보이지 못한 철종은 제위기간 14년간 세도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女色에 빠져 있다 결국 病死한다.
왕의 주변에는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粉骨碎身하는 忠臣도 있지만 달콤한 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肝臣輩들이 들끓기 마련이다. 따라서 王이란 자가 상반된 의견을 주장하는 신하들의 의중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채 휘둘릴 경우 파벌 간 이해관계속에서 국가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왕이란 사람은 매우 聰明해야 하며 늘 자기중심이 확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고가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또한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宗廟社稷을 보전해 나가되 힘없고 어려운 이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내가 임금이었다면 어땠을까? 임금마다 자질이나 인생관 내지 세계관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리 볼 때 나란 존재는 우선 매우 총명한 왕이란 평가를 받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나름의 사명감과 소신으로 총명한 신하들을 거느리며 의욕적으로 통치에 임하려 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임금은 私心이 없어야 한다. 최고권력자가 어느 한쪽과 결탁할 경우 國政은 壟斷에 빠지게 되며 사회의 정의는 곧 사라진다. 조정에서 내리는 각종 의사결정은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있기 마련이라고 할 때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우선하는 걸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다.
조선의 역대 27명의 왕들을 보면 聖君이란 평가를 받는 세종과 그 후 탕평책으로 국정혼란을 조정한 영정조 등 몇몇 임금을 제외한다면 대개 존재감 자체가 미미하거나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제대로 통치하지 못한 군주가 대다수였던 걸로 보인다. 일본이 조선을 삼키려 하는데도 상반된 정황 보고를 접하고는 안이하게 대처하다 침입을 당해 夜搬逃走나 하고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려 국경까지 넘으려 했던 무능한 군주가 선조이다.
또한 설마 전쟁이 일어날까 하다 막상 적이 쳐들어 오자 魂飛魄散하다 삼전도에서 청나라 황제에게 엎드려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렸던 인조와 같은 군주도 있다. 이들은 공히 무능함으로 인해 백성들을 개돼지가 되게 하고 국격을 바닥까지 떨어뜨린 군주들이다. 따라서 임금은 우선 총명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정치제도는 절대 권력자인 군주가 다스리는 봉건주의가 아닌 국민이 선출한 자가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민주주의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제대로 된 통치자를 뽑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대판 聖君을 찾아보기는 왜 이리도 힘든 건지 모르겠다. 흠집도 없고 누구보다 훌륭한 지도자가 될만한 이들은 우선 더러운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고 세상에 때가 잔뜩 묻은 인간들이 자신이 최고 적임자라고 떠들기에 그런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