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도 같이 늘 인간을 가슴에 품어주던 자연이 怒했는지 마구 비를 쏟아내고는 수십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게 했다. 이렇듯 폭우가 마구 쏟아지며 물에 잠긴 시신까지 나올 때에는 내가 사는 곳이 과연 인간이 사는 세상이긴 한 건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재에도 전쟁, 질병, 기아와 재난 등 인간이 대처하기 힘든 일들이 발생하거나 확산되면 인간이란 존재가 더없이 초라해지며 미약하기 짝이 없다. 인간은 평소에는 당당하고 오만하기까지 하지만 이럴 땐 자신들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묵묵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평소와는 달리 비와 태풍 등이 엄습할 때 여유 없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재해 취약지역은 산사태나 침수 등으로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일례를 들어 지상보다 가격이 싼 半지하의 경우 평소에도 침침하고 습하지만 비가 많이 쏟아질 때는 방안까지 물이 차기도 한다.
기상악화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지만 한 번씩은 하늘도 怒한다는 생각이 든다. 만물의 주인이 내려다볼 때 인간들은 자신이 마치 세상의 주인인 듯 傲慢放姿하게 보일지 모른다. 또한 서로 돕고 공생하기보다 눈앞의 욕심에 눈이 먼 존재로 보인다. 사실 인간은 암만 소유한 게 많다고 한들 하늘에서 부르면 가진 모든 걸 고스란히 놔두고 떠나야 하는 나그네이자 하숙생에 불과하다.
만일 노아의 홍수처럼 모두가 公滅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때라면 지금처럼 자기 잇속만 채우는 일은 적을지 모른다. 따라서 아웅다웅 부대끼며 사는 인간세상이지만 한 번씩은 마음을 달리 가져가 보는 것도 필요할 듯싶다. 聖書는 물질적인 욕심에 사로잡힌 인간을 다음과 같이 꾸짖는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말라. 거기는 좀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 거기는 좀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 네 보물 있는 그곳에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테오 복음 6:19~21).
올해는 특히 장마 때 재해피해가 더욱 컸고 사망자 및 실종자의 수도 더 많았다. 현재와 같이 이기적이고 삭막하기만 하다면 하늘은 지금보다 더욱 심한 재앙을 인간에게 내릴지 모른다. 하늘이 노하기 전에 서로 사랑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보물을 땅에만 쌓아두지 말고 하늘에도 쌓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