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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09. 2022

자기 과시

자신을 흑백사진처럼 표현하는 사람이 있고 색깔을 가미해 총천연색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문예사조로 보면 전자는 사실주의에 가깝고 후자는 낭만주의에 가까울 것이다. 이 상반된 유형은 나름 장단점은 있다. 전자는 일단 뒤탈은 없다. 먹는 음식도 조미료를 비롯 첨가물이 많을 경우 먹을 땐 맛있지만 속은 편하지 않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의 장점을 적극 부각하는 노력도 필요할 때가 있다. 구애 혹은 구혼을 할 때, 취업 면접을 할 때 또는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할 때가 특히 그러하다. 만일 그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겸손하여 장점은 적게 말하고 부족한 사람이지만 열심히 하겠다고만 할 경우 믿음이 잘 가지 않고 적극성도 부족해 보여 상대에게 어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장점을 강조할 경우에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단점을 희석시키는 효과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과시가 너무 심할 경우, 즉 내실이 없이 포장만 번지르하게 한 경우는 곧 실체가 드러나 사람들이 의심하고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다. 사회에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온갖 종류의 과시가 난무하는 분야가 정치인 듯싶다. 정가의 언저리에 위치한 인물 중 과시의 아이콘인 허경영은 자신이 하늘에서 세상을 구하러 내려 보냈다고 한다. 축지법도 쓰고 병도 고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결혼하는 사람에게 몇억씩 축하금을 주겠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 동네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자기를 키웠다고 하고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그의 비범함을 보고 그를 양자로, 또한 박정희 대통령이 그를 사위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가까이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은 숨 쉬는 것 말고는 모두 거짓이라고 한다. 실제로 어릴 때 그는 이웃들이 아닌 친척집에서 생활을 했다고 하며 나머지 얘기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그를 존경하고 그를 따르는 자들은 과연 뭐하는 인간들인가? 혹시 제2, 제3의 허경영을 꿈꾸는 이들은 아닌가?


조선시대에는 겸손이 미덕이었다고 하고  선비는 함부로 나서서 잘난 체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자기 PR 시대'란 말과 함께 남들에게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 흉이 아니라는 풍조가 생겼다. 자기 과시로 유명했던 사람 중 하나가 한문학의 대가였던 고 '양주동 박사'였다. 그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존하던 향가 관련 해석을 수치라 생각, 자신이 자료를 몽땅 가지고 계룡산에 들어가 작업하여 향가의 해석을 재정립한 사람이다. 평소 두주불사였고 자신을 국보라고 불렀지만 워낙 천재적 재능을 보인 인물이라 누구도 그를 폄하하지 못했다.


양주동 이후에 자기 과시로 유명했던 사람이 도올 김용옥이다. 그는 내가 대학 시절 고려대학교에서 동양학 입문 강의를 하였으며 강의의 열정이나 개성이 무척 강해서 인기가 높던 교수였다. 5공 당시 고대에서 처음 시국 선언문이 나올 때 선언 참가자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음에 비통함을 가지며 따로 양심선언을 하고 학교를 나왔다. 그 후 한의학 공부도 하며 한의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처음 나는 그를 자기 잘난 체나 하는 교수로 보고 싫어했지만 그의 책과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정치, 역사, 철학 등 여러 분야의 해박한 지식, 소신 그리고 정의감까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약간 친북, 친중적 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대통령 중 이승만, 박정희를 무척 혐오하기도 하였다. 이승만의 경우 "단재 신채호 선생이 말하기를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이승만은 없는 나라도 팔아먹을 인간"이라 하였고 박정희의 경우 "여순사건 때 동지들을 다 죽이고 혼자 살아남아 대통령이 되었고 그 후 영욕 속에서 살아온 독재자"라고 하였다. 아무튼 일반 인문과학 분야의 학자들과 달리 자신의 주장이 강하며 그 주장에 대한 근거도 나름 명쾌해서인지 현재 나는 그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상 자기 과신이란 주제를 가지고 세 사람을 비교해 보았다. 알맹이가 없는 과신은 스스로 바닥을 드러내기에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미친놈'라고 한다. 하지만 속이 차있는 경우라면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 과시를 해도 눈꼴사납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자신의 주장이 사회에 새로운 길잡이도 되고 신선한 자극도 되리라 본다.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대학 동기 한 명은 내가 대학 시절 김용옥은 자기 과시가 너무 심해 싫다고 했더니 "김용옥도 자신이 조금 더 겸손하게 말하면 남들로부터 더욱 많은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리 하지 않고 자기 소신껏 행동하는 것이라"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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