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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12. 2022

허무를 넘어 현실로

세상엔 만사가 결국은 허무로 끝나며 삶 속에서 추구하는 것들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이와는 정반대로 뭔가 손에 잡히는 것들, 예를 들면 자격증 혹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통한 재산증식 등에 관심이 쏠려 있는 사람들도 있다. 지식인들 중에는 허무주의자들이 꽤 많다. 철학, 역사, 문학 등 인문과학 관련 책을 대하면 세상 모든 것이 뜬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셰익스피어는 "세상엔 좋고 나쁜 것은 없다.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라는 말을 했다. 세상에 좋고 나쁜 게 왜 없는가? 하지만 생각이 그리 만든다고 생각하면 판단의 기준이 확연히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노자는 "도는 도라고 할 때 도가 아니요 이름은 이름이라고 할 때 이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또한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세상 만물이 실체는 없고 실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허무의 늪속에서 지적 방황을 할 때 같은 숙소의 룸메이트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자기와 이해가 걸린 일엔 한치의 양보가 없는 지독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같이 지내는 생활이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인문과학은 중심에 인간이 늘 존재한다. 당시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는 물질적인 자기 중심주의는 마치 짐승들의 생활처럼 나의 눈에 들어왔다. 따라서 몇 달 후 월세 계약을 철회하고 다른 데로 옮겨 생활을 하였다. 당시 경영학은 학문이라기 보단 마치 기술처럼 보였고 처음엔 경영학 관련 지식도 부족했지만 사고방식면에서 공부가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결국 경영학 석사 과정 하나 마친 게 전부였다.


삶 자체에 대한 접근은 학문 분야마다 또한 사람마다 이리도 다르다. 삶이 허무한지 그렇지 않은지도 어찌 보면 셰익스피어의 말대로 생각이 그리 만드는 건지 모른다. 현실적인 생각도 모두 잘못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의식주 문제가 기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서 무슨 인간이 있고 사상이 있을까? 하지만 인간이라면 최소한 밥을 굶는 이웃이 있을 때 그 고통을 마음으로라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허무적인 사고란 것은 일찍이 경험해 본 입장에서 본다면 잠시 지나가는 현상이지 그것에 의존해서 삶을 꾸려갈 순 없다. 또한 인간이 오롯이 배제된 현실주의나 자기 중심주의는 독선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자기 혼자만 존재한다면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되어도 함께 잘 되어야지 누구는 배가 터지게 먹고 지내는데 누구는 밥을 굶으며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사는 사회가 아니다. 북한은 인민들의 세상이라고 하지만 당 간부의 생활과 일반인들의 생활은 하늘과 땅 차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비인간적인 현실이 싫고 세상이 허무해 보이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허무주의를 경험했던 인생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세상은 뜬구름 같지만 그 속에는 나름의 질서와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공상만 하면서 지치지 말고 보다 실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게 좋다는 것을. 또한 냉혹한 것이 현실이지만 그 속엔 따뜻함도 늘 함께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내일 행복하기 위해서는 오늘 흘리는 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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