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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15. 2022

휴식의 의미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한 후 가지는 달콤한 휴식의 맛을 잊지 못한다. 또한 바쁠 때일수록 곧 찾아올 휴식의 시간을 떠올리며 당장 힘든 과정을 참아내기도 한다. 학생의 경우 일을 하지는 않지만 어찌 보면 일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는 공부를 하고 시험도 본다. 잠도 편히 자지 못한 채 압박감 속에서 시험을 치른 후 가지는 휴식의 의미는 노동후 가지는 휴식보다도 더 달콤하다. 기말시험이 끝나면 마치 그 수고에 대한 보상처럼 주어지는 몇 달간의 방학은 휴식 중 으뜸이 아닐 수 없다. 방학 동안은 맘이 맞는 친구들과 여행도 할 수 있고 야구 구경도 갈 수 있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다. 학생 외에 교사나 교수도 방학의 특권을 가진다. 방학 동안 쉬면서 급여를 받는 이들은 한마디로 선망의 대상이다.


운동선수들에게 휴식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들은 연습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휴식이 중요하다. 휴식이 부족할 경우 컨디션이 좋을 수도 없고 제 기량이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며 자칫하면 부상 위험도 있다. 1984년 한국시리즈 때 롯데 자이언츠는 삼성 라이언즈와 붙었다. 당시 정규시즌이 끝나고 경기가 없던  일주일간 양 팀은 합숙훈련을 했는데 롯데의 최동원은 특별휴가를 받아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개인훈련을 하였다. 그리고는 1차전 선발로 나와 정규시즌 롯데만 만나면 펄펄 날던 삼성팀 타자들을 가지고 놀다시피 했다. 타격의 달인 장효조조차 몇 차례씩 헛스윙할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휴식을 충분히 취한 후 최고 컨디션일 때의 투구는 이렇듯 놀라웠다. 결국 선발로 등판, 1, 7차전 포함 혼자 4승을 거두며 그해 롯데는 예상을 뒤집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었다.


휴식 중에는 달콤하지만 잔인한 휴식도 있다. 다름 아닌 군 복무 중 가지는 휴가가 그것이다. 입대하여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상관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생활을 하다가 첫 휴가를 갔을 때 집에서 먹는 밥은 씹지 않고도 목으로 넘어간다. 첫 휴가 때는 군기가 바짝 들어 별생각 없이 부대에 복귀한다. 하지만 그 후엔 휴가 복귀할 때의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귀대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초조해지고 갑갑해지기만 한다. 날아갈 듯 부대를 빠져나와 자유롭게 쉬다가 복귀할 때의 발걸음은 입대할 때만큼이나 무겁다. 특히 이른 시간에도 깜깜 해지는 동절기에 부대 위병소를 통과할 때의 심정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휴식의 달콤함은 평소에 열심히 일을 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평소에 불성실했던 사람은 일할 때도 쉴 때도 불안하기만 하다. 하물며 일이 아예 없는 사람은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이 모두 휴식이 되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가 노동이 될 수도 있다.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와서 병으로 누워있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불성실과 무능력 그리고 병치레는 달콤한 휴식과는 상극관계이며 건강한 삶을 저해하는 요소이기도하다.


인간은 운명적으로 일을 하며 살게 되어 있다. 집안이 억만장자라 보장된 삶의 울타리 속에서 일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경우 혹은 영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의 왕족의 경우에도 노동의 가치는 남다를 수 있다. 생계 목적은 아니겠지만 노동을 하지 않고 매일 골프를 치고 사냥을 하고 여행을 하는 삶을 살게 될 경우 달콤한 휴식이 아닌 당연한 휴식이 가져올 권태 감속에서 마약, 섹스, 도박 등과 같은 불건전한 것들과 가까워져 삶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 영국 왕실은 왕손들에게 닭장 청소와 같은 허드렛일을 하게 함으로써 어릴 때부터 특권의식을 가지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일을 하고 나서 가지는 휴식의 의미는 삶 그 자체가 아닐까 한다. 고교시절 1932년생이신 부친과 동갑이셨던 한 스승의 말씀이 기억난다. "너희들은 밭에서 일하고 나서 마시는 탁 베기(막걸리) 맛을 모르지. 카!~좋다, 진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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