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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선물세트가 잘못했네

맛있으면 0칼로리라매

by 김먼지


"지금 몇시야?"

"12시 40분 조금 안됐...."
"아이쿠. 아직 1시가 안됐구나!!!"


다급했다.

1시가 되기 전에 빨리 밥을 데우고

냉동고에 숨겨둔 시장김을 꺼내고

저녁으로 먹은 소고기뭇국을 데우고 있으니

12시 땡하면 떠나야하는 신데렐라마냥 바쁘다.


남편이 배를 잡고 껄껄 웃는다.

"야 너 1시 넘었어도 아이쿠 2시가 되려면 아직 멀었네,하면서 먹으려 그랬지.?"


가자미같은 실눈으로 그에게 레이저빔을 한껏 쏘아붙여본다.

사실 솔직빔에 쏘인 건 나지만.


이건 내 의지가 아니란 말야.

나도 조종당한거라고!!!

내 심장에서 우러나서 한 일이 아니고

그저 한낱 시신경에 불과한 눈이 그 노란 캔참치통을

원수처럼 기억하는 바람에 생긴 야식사건일 뿐.


<사건개요>

금요일 치러질 큰아버지 칠순-큰어머니 환갑을 전에 살던 우리 전셋집에서 치러드려서 큰아빠도 칠순을 우리집서 해드리기로 ; 7살부터 20살까지 나와 오빠를 길러주신 보답이라기에 허접하지만-을 앞두고, 거실과 작은방 청소를 열심히 하던 남편.

남편친구가 건네준 동원참치세트를 냉장고 옆에 모셔두었다가 분리수거한다며 포장을 뜯은 게 화근이라면 화근.


"와 우리 캔참치에 스팸도 있어 부자야!!!"

자취생이던 시절부터 나는 안다.

통조림참치나 통조림햄은 통조림에 든 것치고 가격이 착하지 않다.

명절에 이거 선물로 준다고 욕하는 사람들은 자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왜 편의점에 스팸도둑 참치캔도둑이 있는지

먹어본 사람은 안다.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단일품목으로서의 맛도 훌륭. (몸에 좋고 안좋고는 차치하기로한다.)


새벽 1시 35분에 다급하게 준비한 야식

냉동고 팀에 시장김(엄마 사는 동네시장 직접 구운 김)

김냉 팀에 완전히 익은 알타리총각무 김치.

실온 팀에 저녁식사로 먹고 남은 소고기뭇국과

대망의 고추참치.


누구라도 그 자태를 보면

유혹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오징어젓갈,양념게장에 이은

매콤달콤짭짤 원통안의

또 하나의 대도.


밥은 딱 반공기만 비웠으니

죄책감도 반만 가져가보기로.


아니 근데

맛있으면 0칼로리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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