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팔도 승객들도 각양각색
명절 대목에는 언제나 차가 막히기 마련.
60대 전후로 보이는 어떤 여자승객이 출발 전부터 가족이인지 친구인지 모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응 나 지금 군산이요.인자 출발하지."
또 20분도 안되어 자기가 지금 어딘지를 말하고 나니 40분째에는 또 여기다,하고 전화.
예상소요시간이 2시간 20분인데 어느덧 한시간 지나도 반을 못가니 아주머니는 또 전화를 건다.
그러자 운전기사님이
"이봐요."
누군가를 낮은 목소리로 부른다.
아무도 대답이 없어 나는 누군지도 모르겠어서 혹시 나인가 하고 빼꼼 고개를 들러 기사님을 보았다.
"거 맨앞에 아주머니요. 거 전화로 그렇게 몇시까지 도착이다 얘기 좀 하지 마소. 여 지금 차 막히는 거 안보이요? 대목에 막히고 그라니까 나도 일찍 좀 가보겠다고 여그저그 딴길로 좀 가고 할라는디 자꾸 그렇게 전화해서 재촉하는 거마냥 지금 어디다 중계하고 그라지 좀 말라고요."
기사님은 3번 전화할 때까지 다 듣고 있었던 모양.
아주머니는 조용히 "네.죄송합니다"하고 슬그머니 전화를 빨리 끊었다.
그 뒤로는 더 이상의 중계는 없었고
나도 바로 앞좌석에서 야구중계를 해주듯 누군가에게 교통상황을 알리던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잠을 달게 잤다.
아주머니 입장에서야 돈내고 타는 버스가 소요시간이 늦으니 애가 타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소화기 너머 누군가에게는 정보제공으로 인한 도움이 되겠으나
나에게는 잠을 해치는 소음이고
기사님에게는 제 시간안에 도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강요로 들렸을 것이다.
갈등은 사람이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환경에 놓이는 어떤 상황 정확히는 어떤 공간과 시간에 어떤 사람이 놓여지면서 만들어진 장면에서 시작한다고 봐야한다.
사람이기 전에 그 사람과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쉽다.
저 인간이 싹수가 노랗네 가 아니라
저 인간이 왜 저렇게 나올까 부터 시작해야
빨리 풀린다.
그런 점에서 이 명절은
교통체증은
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가족들 그리움을 채우려는 의지가 만나
발생할 수밖에 없던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아주머니는 잘 만나셨기를
기사님은 얼른 퇴근해서 쉬기를
나도 빨리 집으로 가기를
모두모두 각자의 길 목적 방향에 맞게
자기들의 길을 안전하게 나아가고
그 길에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