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남편 이야기

사람 변하면 죽는다고 했다

by 김먼지

이건 남편 얘기임.

우리 남편은 10년전부터 도파민중독의 메인히로인으로서
카드게임
보드
볼링
게임(롤-디아-라스트워)
낚시
캠핑
스크린야구골프
토토
코인
주식

등등 여자들이 싫어하는 취미중에
안해본게 거의 없는 승부에 미친놈에 가까운
그런 닝겐이었다.

그런데다가 음식먹으러 가도 본인이 제일 편한자리
음식나오면 본인이 제일 먼저 푸거나
밥 다먹으면 혼자 나가서 담배태우거나
싸워도 무조건 인정보다 너는 그런적없냐
논리로 나가는

모든 정점에 자기자신밖에 없는 남자였다는 걸 밝힌다.

본인이 생각해도 지금 보면 좀 심했지?하고 웃지만
신혼 초에는 정말 여러번 반품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타오를 정도였다.

집에서 아들을 오냐오냐 키우면 어떻게 되는지를
남의집 안귀한데 알고보니 귀했던 딸이 겪었다.

이걸 10년을 겪으면서 정말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정말이지 신용불량자이던 내 어머니가 이제 아들과 딸이 차살때 돈을 보태줄 만큼 열심히 살고
그 부모때문에 반사회성인격에 우울증까지 겪게 된 오빠가 멀쩡하게 일을 하고 내 남편 차살 때 보태라고 용돈을 부쳐주는 그 상황보다

살림 분담율이 1:99이던 시절을 지나
내가 집을 떠나 며칠을 있다오면
본인 혼자 먹은 라면 냄비도 안 씻어두던 남자가
이제 나보다 더 밥 빨래 설거지를 자주 하고
레시피를 연구해 가족이나 집 놀러오는 친구들 저녁을 맛있게 차려주고
산책은 커녕 숨만쉬어도 숨차하던 남자가
술마시고 나면 드러누워 자기바빴던 이 남자가
이제는 저녁먹고 공원까지 같이 와서
러닝까지 뛰고 기분좋다며 웃으며 샤워하고 나오는게

훨씬 나에게 더 충격적인 변화(예상치못한)이고
사실은 가끔씩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얘가 맞나.
이 사람 내 남편이 맞는가.
이 쉐킷 사고친 거 아니냐!!!!!
까지 감.

아니 사실 내뇌회로는 이미
나 결혼 두번 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180도 달라진 남편을 만나고 있다.

아.
겉과 속이 같은 모습은 그대로이니
160도.

"진짜...왜 그러지?"
"??왜 간 안맞아?"
"아니..그게 아니라.... 너 어디 아파?"
"엥?뭔소리."
"아니..안하던 짓을 갑자기 너무 많이 해 너 죽어?너 이러다 어디 가버리는거 아니야?ㅜ"
"아 뭔소리야 진짜....!"
"아니 이게 상식으로 이해가 안돼서 그래. 사람 갑자기 변하면 죽는대. 아니면 님 돈 사고 친거 아니야?? 솔직히 이 누나한테 털어놔."
"아 ㅈㄴ 고만해라."
ㅋ.........응.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이혼각서를 냉장고 옆에 붙여놓을 정도로 나의 정신을 혼미하게 했던
남편의 게임중독여파는
눈씻고 찾아볼래도 없음

이제는 라스트워보다는 네이버웹툰을 많이 보고

나와 같이 극장엘 가기도 하는 남편을 보면

사람이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라는 걸 다시 느낀다.

엄마와 오빠한테도 기특하다는 표현을 쓴적은 없는데
그냥 별탈없이 잘살아주고 나와 인연맺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그냥 고맙기만 했는데
이 남편이라는 존재는 그 고마움을 넘어
이 존재가 나에게 보여주는 어쩌면 수많은 호사들로
기특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아 내가 님 10년 키운 보람이 있어."
"그건 나도 인정이여."
"와 어머님한테 요즘 여보 러닝 시작한 거 빨리 말해드리고 싶당."
시부모님도 아들의 변화에 놀라시는 건 마찬가지.

음식쓰레기봉투만 봐도 구역질하던 아들이
낚시 하면서 칼을 쓰더니 이제
집에 횟감을 가져와서 회를 떠주거나 연포탕을 끓이고
요리레시피 궁금할 때는 생전 먼저 안하던 전화도 어머님께 한다.

"이번주. 어머님 호카 사드리러 가볼까."

다른 때라면 일요일 출근자체로 스트레스 받아 안가겠다고 할 사람인데
이제 그래,하고 잘 나서준다.

허리디스크인 어머님께 "목디스크있다며 엄마~견인기 보냈어 집으로"

라고 하는 아직은 허당기 풍만한 내 남편.

근데 이 남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도는
매우 사랑스럽다.

고맙다.
나도
더 좋은 아내가 될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예인도 공인이기전에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