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턱의 쏘는 턱은 덕이다.

한 턱 쏜 당신, 덕을 적립했다

by 김먼지


누군가에게는 호구.

누군가에게는 질투와 시기의 대상.


그런 자리다.

한턱쏘는 자리라는 건.


유명 교수님은 아나운서의 지식채널유튜브에서

동창들한테 눈치없이 한턱 함부로 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지인들에게 쏘는 행동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그만큼 쏜다는 게

턱을 낸다는 게 쉬운 자리가 아니란 거다.


결혼하기 전에 청첩장 모임을 초대받고,

집을 사서 집들이 초대를,

아이의 백일과 첫돌에 잔치 초대.

승진을 하거나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

남편이나 와이프가 좋은 일이 있을 때에도

기쁨을 같이 나누고자 하는 이들과의 동석을

흔쾌히 함께 한다.


나에게 누가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주는 일은

더욱이 좋은일에 나를 불러주는 일은

고맙고 마음껏 부러워하고 자극을 받는 일이기에

감사히 응하는 것이다.

호스트가 호구로 보이지도,

그가 잘되는 것이 배가 아프지도 않다.

정말 내가 된 것 같이 좋고

이들의 성장의 길을 지켜보는 길이 좋았으니까.

누구보다 잘되는 걸 진정으로 축하해줄 자신이 있으니까 가는거다.


내가 아이가 없어도 친구의 아이는 축복받을 존재고

내가 집이 없고 아직 안정되지 못했어도

내가 가고픈 길을 먼저 열고 걸어간 자들의 길은

인정받고 축하받을 자격이 있는 호사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에게

한턱이란 건

쏘는 사람에게나 얻어먹는 사람에게나

덕을 쌓는 자리이고 시간이 아닐까.


지난 주말,토요일 하루에만 2건의 축하자리가 있었고

감사히 초대에 응했다.




제1라운드: 동아리후배 집들이 턱


오후 2시 반 스케줄은 21살부터 아꼈던 검도동아리 후배녀석의 집들이.

03학번 선배들이 유난히 시기하던 07학번 미뇽은 예쁜 동아리동기를 사귄다는 이유로 신입생 중 눈밖에 났다. 누가봐도 어린 후배 배아파하는 4살씩이나 더먹은 선배들이 찌질하게 후배를 괴롭히는 걸 보다못한 나는 후배녀석을 감싸다가 선배들 눈밖에 난 적이 있었다. 내가 여자라 맞진 않았지만

"니가 여자인걸 감사해라. 사내새끼였으면 벌써 개쳐맞고 야산에 묻혔을거다."라는 공포의 폭언을 들었지만, 잘못이 없는 후배 편을 들었던 걸 후회안하고, 그 후배는 이제 어엿한 가장이 되어 장가를 가고 귀한 와이프를 얻어 나를 진짜 친누나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초대를 해주었다.

남동생처럼 여겨서 방황하던 시절에도 쌍욕을 해가며 적당히 헤매고 앞가림 잘해라 한두마디만 했을 뿐 본인이 알아서 잘 살아놓고 고마워하며 인연을 소중히 여겨준 후배는 집들이에 진심으로 우리 동아리 기수들을 초대했다.

후배가 준비하고 기다리는 모임의 손님자리.

"이새끼 집들이에 진심이네?너 우리가 몇번째냐?"

후배와이프는 자기남편이 귀엽다는 표정으로 20번이 넘는 집들이를 했다고.

사진 허락을 맡고, 녀석의 요리를 내 남편과 동생부부 단톡방에 자랑해봤다.

혼자 요리를 다 준비한 녀석은 와이프에게도 스윗하게 뒷정리나 음식 놔줄 것을 부탁하며 신혼부부의 위엄을 뽐냈는데, 음식맛이 하나같이 레스토랑 퀄리티라 같이 모인 동아리 동기와 후배들이 다 놀라버렸다.


"미뇽 너 이거 나중에 식당차리면 꼭 코스로 팔어!!"

한마디를 남기고 두번째 모임장소로 이동했다.

"너무 빨리 가네."

"야 짜바리는 원래 타이밍에 사라져주는거야. 빈이씨 치우는거 못도와주고 먹고만 가서 미안해요.예쁜집 잘보고 갑니다!또봐요!"

친구에게 주문해 받은 쿠키 한박스와 유리잔세트 아줌마필수템 만능세제를 후배와이프에게 건네고,

지하철 100분을 타고 다시 우리동네로 돌아왔다.






제2라운드 : 제부의 턱


저녁7시 반.

이제는 제부와 동생 그리고 우리집 바깥양반과 아구찜을 먹을 차례.

제부가 회사에서 고과를 인정받아 보너스를 받아 내는 턱이다.

제부의 한턱 엄청 맛난 아구찜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이거이거 팀장달면 재산 거덜나!!!?"

"로또되면 반땡 확실하지!!?"

"야 그건 당근이고 상하이 표부터 비지니스석으로 끊어!"

놀 거리를 그리고 "파티파티다"를 연신 외치며 다음엔 내 퇴사파티, 남편의 보너스파티, 동생과 제부 생일파티등등.축하할 일들을 꼬박꼬박 만들어 만나는 우리.

2026년에는 친구부부까지 6명이 가기로 약속한 상하이여행은 우리 머릿속에 벌써 다같이 입국해 맛집에 있는 상상을 할 정도로 설레고 있는 모양이다.

늘 호탕하면서도 섬세한 제부 덕에 나는 내 동생이 정말 결혼 잘했다고 연신 생각을 하며 새삼 이렇게 잘 노는 우리 넷을 보며 나 역시 남편을 잘 만났다는 생각을 새삼 한다.

사촌이 땅사면 배아프다는 옛말이

나랑 내 동생은 적용이 안되는 것 같다.

난 오히려 배부르고 좋다.

내동생이 나보다 못사는 것보다야

월등히 나와 차이날 정도로 잘 사는 지금이

고맙고 부럽고 대견하다.

이 찌질한 언니를 늘 언니라 불러주는

가끔은 우리남편이랑 판박이라 때리고 싶은

퍽 귀여운 동생은 어떤 때는 짠하고 사랑스럽다.


치고받고 싸우던 시절을 지나

서로의 치부를 짓이기던 시절까지 지나 솔직해진 우리 끝에는

서로의 행복과 건강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우리가 있다.



제n라운드: 다가올 연말과 새해모임들


나에게 인간관계는 늘 숙제같고 어렵고

가끔은 백지처럼 느껴져 힘들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이 관계를 함부로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에게 받은 것을 더 얹어서 주고싶은

어쩌면 나의 욕심,욕망일지도 모르겠다.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고 싶은 마음

더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

이 마음이 어쩌면

그들이 쌓아온 덕에 덕을 더해 내고 싶은

내 한 턱.


그 한 턱을 자꾸 내고 싶어서

오늘은 또 열심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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