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의 내구성테스트

퀘스트가 될지 테스트가 될지

by 김먼지


모른다.

원래 사람 앞길은 모르는 게 약이지.


내 앞길도 캄캄한 구만리일테지만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내가

내 삶을 잘 다독여가면서 나랑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볼 때가 있다.


새로 들어온 회사 새로 시작한 일이

잘 맞는지 아닌지 확인할 새도 없이

오늘도 지하철에 몸을 싣는 날들이 조금 지나니


두달째 퇴사의 유혹을 물리치고 다니는 중.


아직도 퇴사안하고 뭐하냐는 주변의 만류아닌 만류때문인지


일주일만 더 다녀볼게

한달만 채워볼게

설만 버텨볼게 하던 시간이

어느덧 두달에 가까워져 간다.


다들 이렇게 버티는건가


잘하고있다는 믿음은 없는데

이미 뭔가 잘못되어가고있다는 생각을 감지한 지는

입사 첫날부터 느꼈는데


업무를 익히지못한 신입의 모자람이라며 가스라이팅을 해본다.


"집에 일찍 가야 해요?"

"저녁에 약속 있어요?"

"집에 가면서 이 자료 좀 보면 도움될거에요."

"혹시 주말에 회사 나올거면 연락줘요."

뻔히 저녁 퇴근시간이 지나도 물어오는 이 물음들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알고도 따끔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웃으며 약속있다는 말만 남기고 사무실을 나서는

나의 바보같음이 싫다.


처음에는 상대방 기분 덜나쁘게 하려고 상처주지 않으려고 한 말과 행동이

그냥 만만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 역시

나의 선택이었음을.


나는 어떤 포지션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일상을 살고 싶은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뛰고

어떤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이 가득 차고 또 아픈지


나 스스로 낮춰버린 나의 가치를 다시 찾는 게 가능할까.


통제성향이 너무 강한 나머지

내가 쓰는 필기노트의 점 하나까지 통제하려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못해 퇴사하는 동료에게 끝까지 자신의 위계를 내세워 심술을 부리는 팀장을


그리고 소중한 동료가 떠난 후에도

애초에 주먹구구로 만들어놓은 이 사무실에서

직원채용은커녕 점점 더 나에게 과중되는 이 업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라는 듯 당당한 이 회사를

언제까지 지켜볼 수 있을까.


아침 7시 반에 출근해서 일을 익히고

주말 출근을 해서 정리된 업무루틴을

하루가 다르게 실적으로 파괴해버리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 직업을

나는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자신의 하소연을 업무시간이 지나도 끊지못하는 L팀장

자기와 성향이 다른 팀원을 끌어안지 못하고

배척하고 배제하고 결국 퇴사를 만드는 그녀는

명절이 시작되기 전날 저녁

외부인을 사무실로 끌어들여 직장동료의 의자를 외부인이 발로차게 냅두는 기이한 행동을 하고서도

나를 아랫사람으로 생각해서인지

오히려 더 편하게 나를 대한다.

내 자리로 불쑥 들어와 컴퓨터를 만지고

내가 상담으로 자리를 비우면 아예 내 자리를 앉는다고도 동료에게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조금 더 나에게 배려를 원하는 이들에게.


더 이상의 분란을 막기위해

팀장의 팀장답지않은 행동들을 그냥 괜찮아지겠지

하고 넘기기에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못본척 해야 하는 걸까.


나에게 따뜻했던 동료가 떠난 자리에

빈자리에

무엇이 채워질까.


팀장눈치에 동료의 마지막 근무일에 둘이 같이 점심먹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동료가 떠난 후의 나를 걱정하고 있는

이 못난 내가 엄청 원망스럽다.



작가의 이전글잊혀지는 제사, 닫혀지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