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밀린 일거리 불면증과 근육통
지난주 금요일.
용기를 내서 퇴사하는 동료와 점심을 같이 하고 좋아하는 동료를 보냈다.
꼭 오래 버텨서 원하는 곳으로 이직하라는 동료 말에
더 힘을 낸건 사실이었다.
동료가 해놓고 간 인수인계파일을 보며 열심히 욕을 하다 참는 팀장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히려 나는 그 파일이라도 있어 다행이 아닌지.
투덜대는 팀장 옆에서 말없이 업무를 했다.
원래는 새직원에게 갈 퇴사직원의 업무를 팀장과 반절 나누는 데에서 과부하가 왔다.
오기로 한 새직원 출근이 무산되면서
둑이 불어난 물에 터지듯
내 한계도 도달한 듯 하다.
회사가 직원 줄 돈과 직원이 쓰는 정해진 만원의 돈을 아까워하는 모습을 본 나로서는
사실 남아있을 정이 없는데
이 몹쓸 책임감에 혼자 아둥바둥하다가 사단이 났다.
불면증과 회사꿈을 번갈아가면서 새벽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오늘 예정돼있던 외근을 전부 취소하게 된 이후 그래도 괜찮을거라 생각했지만
예정대로 오기로 한 신입직원의 입사가 무산되면서
나는 또한번 뇌정지가 와버렸다...
"저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안나요 죄송해요..."
어제 퇴근 전 일을 하다가 과중되는 업무에
팀장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7시 반이 조금 안되어 퇴근을 해버렸다.
원래 세팅된 값은 4명이 한팀인데 3명이서 일하다가
1명이 나갔다.
그리고 1명은 애초에 명단에만 이름 올린 걸로 추측된다.(6년차 경력직 연봉이 나랑 같을리가....?)
오기로 한 직원은 오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근 일주일을 둘이서 일을 쳐나가는데 무리하게 실적을 위주로 하다보니
이제 두달 차 신입인 나에게 들어오는 일이
이제는 오전 7시반 출근 7시 퇴근으로도
해결이 안나는거다.
"제가 업무시간 외에도 30분 1시간을 더 써가면서도 하면 될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새로 직원 오면 조금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 하나로 버텨야지 하고 있다가
날벼락 맞은 기분이에요...."
점심시간에 반숙란과 단백질우유를 먹어가며 온전히 쉬지못한 채 모니터를 보며 버텼다.
남편이 제발 다른 데 좀 알아보자며 2달 내내 다른회사 채용공고를 가져오는데도 악착같이 여기 일 재밌다며 버틴 나였다.
그래 사람은 조금 안맞아도 모두 다 맞는 100%짜리가 어딨나 하면서
익숙해지면 되겠지 하고 버틴 내 최후는
새벽 2시 3시면 어김없이 악몽을 꾸거나 가위가 눌리거나
다리에 쥐가 나서 근육통약 감기약을 먹는다거나
체해서 소화제를 먹거나.
이 일상이 반복된 지 한달이 조금 넘어간다.
방금은 자다가 종아리에 또 쥐가 나 깨서 소리를 질렀단다.
소리를 듣고 나온 남편은 펑펑 우는 나의 다리를 붙잡고
이게 맞냐....
진짜 너 괜찮은 거 맞냐고 물어온다.
.......안괜찮으면 어쩔거냐.
"니가 오늘 나간다해도 그 후에 회사가 망하거나 그럴 일도 없이 잘 돌아가야 정상이지. 두달 일하고 월차고 눈치보고 못쓰는게 니 잘못이 아니야. 그건 그렇게 규정 만들고 쉬지도 못하게 하는 회사 문제야.
회사 생각해서 퇴사 못하고 그런건 야. 절대 그런 생각 하지마..... 차 좀 마실래?"
이렇게 스윗한 남편은 아니었는데
지난번 입술터진 이후로도
이제 자다 일어나 깨고 울고 하는 지경에까지 오니
곁에서 보는게 꽤 힘든가보다.
나 이 정도로 나약했었나..
싶게 세월이 야속하다.
나는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던 20대에는 새벽 1시까지 야근도 불사했다.
그 당시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고용됐을 때에도
아침 8시 20분이면 회사에 나와 영수증 정리를 하고 영어 발표준비 독서토론 준비까지 하고 바이어 선물리스트에 가격제안까지 만드느라 코피도 여러번 났다.
미국에 배가 떴는지 이란 수출 때에는 소화제를 세개씩 먹어가면서
그냥 뭐가 던져지면 죽기 아님 까무러치기로 버텨왔다.
남편 가게를 할 때도 그랬다. 미수금이 깔리면 쳐내기 위해 딜러들을 따라다니며 노래방탬버린도 쳐주고 같이 먹자면 술도 남편이랑 같이 따라다니며 새벽 3시4시까지 토해가며 버텼다. 우리 차를 놓고 택시를 타고 걸어오기도 하면서 그렇기 7년을 버티다가 폐업을 결정했을 때
나는 너무 좋아서 울었다.
그래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넘긴 것 같다.
나 지금 안괜찮은데.?
이걸 인지하고
오늘 조정되는 업무 강도를 지켜볼 일이다.
나를 잊지 않으려고
그때의 나로 돌아가면
다시는 회복이 불가능할거라고
내 머릿속이 말해주고
지금 내 몸이 말해주고 있다.
탈출이 지능순이라는 걸 아는데도
정에 사로잡혀서 못나가는 지금
나는 또 무슨 선택을 해야하는건지
더 버텨야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 어렵다는 사회복지사 친구도 퇴사를 내게 종용한다.
"거긴 좀 아닌 것 같은데.....그 정도로 그 회사가 다닐 가치가 있나 잘 생각해봐."
.......
샤넬빅백도 주식 이천만원달성 목표도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게 아닌 듯 하다.
안정.
나에게는
안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