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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가 꿈에 다녀갔다.
추억을 꺼내어볼 수 있길
by
김먼지
Sep 7. 2023
녀석이 떠난 지 벌써 두 달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덕구가 보고싶다고 울먹이는 나를 신경썼던걸까.
덕구가 잠시 잠든 이 밤, 꿈에 다녀갔다.
꿈속에서 한없이 신나게 산책하고 있는 덕구는 복구와 정신없이 풀향기를 맡느라 앞으로만 걷는다.
"덕구야. 덕구야!! 엄마가 좀 안아보자."
덕구의 까만 털, 까만 몸을 와락 껴안고 또 얼굴을 묻고. 나는 하염없이 꿈 속에서도 덕구를 붙잡고 울고 있다.
그 털끝에 내 눈물이 뽀로록 떨어지고, 나는 엉엉 울며 덕구를 놓칠 줄을 모른다.
우리 막내는 그러거나 말거나 달리고, 주저없이 앞을 향해 걷는다.
오히려 그 씩씩함에 가끔씩 무너지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걸 말해주고 싶은걸까. 무너진 나를 일으켜주고 싶은 무수한 말들을, 너는 그냥 그 든든한 등으로 묵묵히 보여주고 싶은걸까.
정신차리고 똑바로 앞을 봐. 앞 좀 보라고.
여기 나 있어.
나 복구랑 같이 있어.
눈에 안보여도 나는 항상 당신들과 함께야.
그러니 울지 마.
덕구는 항상 꿈에서 말이 없다.
그래서 더 듬직한 것 같기도 하다.
녀석은 환생을 하러 갔을까
남편과 늘 덕구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 녀석 어쩌면 자기가 개인 줄 모르고 산 거 아닐까.
왠지 고양이를 키우며 SUV를 몰고 신나게 오프로드를 미친듯이 누비는 그런 상남자로 환생할 것 같은데.
그리고 무엇보다 호기심이 전부인 이 녀석은
아직도 천국 뛰뛰와 코킁킁이 안 끝나서
저승멈머(저승사자 담당멍멍이)에게
"저승멈머. 나 아직 환생하기 싫은데?좀만 더 놀다 환생하러 갈게."
라고 하지는 않았을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붕에서 뛰어내려,
높은 곳만 올라가,
고양이 보면 무조건 코 대러가,
개한테는 으르렁
사람한테는 한없이 잠잠.
이것도 궁금 저것도 궁금
자동차는 앞자리가 그리고 핸들이,
언제나 가운데가 제일 좋아.
고기 아님 꺼져.
간식은 언제나 좋지. 치킨 치킨!
나 나갈거야 빨리!
출근하자!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지!
집에 가자!
행복해 라는 말을 덕구가 살아있는 동안 몇번이나 해주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덕구를 품에 안고 잠들고 덕구를 씻기고 덕구와 함께 달리던 날들을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그 순간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검둥개덕구. 내 영원한 막내.
2021년에 공원에서 뛰뛰하던 세마리를 찍은 영상이 나를 또 미소짓게 한다.
https://www.instagram.com/reel/Cw2t-PAxuwJ/?igshid=MzRlODBiNWFlZA==
동영상을 어디서 업로드했는지 기억을 못하고
인스타를 덕구추억소장용으로 써야지.
너무 행복하다.
이 순간, 덕구를 꺼내어볼 수 있어서.
꿈 속에서도 씩씩한 너를 만날 수 있어서.
(근데 왜 맨날 꿈속에서도 뛰냐 넌)
#덕구야사랑해
#자전거공원뛰뛰
#추억꺼내보기
#내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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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문학처돌이.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인간으로서, 이번생은 구구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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