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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먼지 Oct 22. 2023

어시마라이프

Ep.03 안입어 시바

나는 복구덕구에게 예쁜 강아지옷을 많이 사주고 싶었다.

개모차에 앉은 옷입은 강아지들이 참 예뻐서.

길가를 지나가도 멋진 트레이닝복을 차려입고 한껏 따수워보이는 패딩조끼를 입은 개들이 그렇게나 멋져보였다.


그런데 우리 구구는 옷만 입혔다 하면 얼음이 되어 움직이지도, 먹지도 않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아유 개들 추운데 왜 저렇게 옷도 안입혔어?"

이런 말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래서 더 입혀보고 싶었지만 7년째 실패 중이다.


"포기해라. 너도 원피스 사줘도 안입으면서."

사실 내 옷장에서 십여장에 달하는 원피스가 걸려있지만 매번 입었다가 벗고 바지로 갈아입고 나간다.


"너는 시댁 갈 때도 츄리닝 바람으로 다니니!시어머니가 욕해!!"

엄마는 내가 엄마도 없는 사내새끼처럼 입고 다닌다며 당장 내려오면 옷을 사준다고 한다.

"야 니들 친정 갈 때도 그러고 가니?이쁘게 입고 가야 좋아하시지."

시어머니는 내게 시아버지 몰래 예쁜 원피스를 사입으라며 쌈짓돈을 쥐어주고 가신다.

난 그 돈으로 남편의 옷을 사준다.

그래도 나보다 꾸미는 데 진심인 남자에게.


"우린 남녀가 바뀌었어."

"ㅇㅇ.어쩔 수 없어 그렇게 생겨먹은걸."

그래.

나 역시도 불편한 옷을 입으려고 안하면서, 왜 개한테 입기 싫은 옷을 입히고 남들 눈에 주인 없는 강아지처럼 보일까 불안해하며 무언갈 강요하려고 했을까.


나도 안입는다 시바.






내가 옷을 싫어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내가 털 빠지는 게 싫어서 옷을 입히려고 하잖아?

나는 털이 빠지게 태어난 걸 어쩌라고 시바.

단모종은 원래 털이 하루에도 수백모씩 빠지는걸.


니들이 좋다고 키우는 시바인데

왜 털빠질까 봐 옷을 입히려고 해??

내 털도 감당 못하는 인간들이 감히 날 키우려하다니.

어리석군.


겨드랑이에 옷이 닿는 게 난 싫어.

내 털이 자연스럽게 빠지는 게 좋고,

나 옷 입으면 달리기 안 뛰어진다고.

똥싸고 쉬할때도 겁나 불편하거든.

추울까 봐?

추우면 내가 알아서 이불 덮을게.


제발 옷은 내앞에 가져오지 마. 다 물어뜯어버릴테니까.

한번 더 말할게.


안입어 시바.


이거 봐. 내 자유로움
아 그것 참 싫다고 몇번을...
안움직일거야
간식도 싫어
목도리로 바꿨냐?거절한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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