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수목장을 알아보다
2022년의 시작과 함께 아내와 나는 장인어른과의 이별준비에 나섰다.
다행스럽게도 장인어른의 상태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병원에서도 가족들의 임종면회 이후로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임종면회 이후 필요한 물품을 보내달라는 연락 외에는 따로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오는 일도 없어졌다.
'장인어른께서 우리가 당신과의 이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시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내와 나는 장인어른을 모실 수목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수목장을 검색해 보니 머릿속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수도권만 해도 너무 많은 수목장들이 있어 어떤 수목장을 선택할지 막막했다. 컴퓨터 속 화면으로 보이는 수목장의 모습은 지금이라도 당장 가서 계약을 하고 싶을 정도로 모두가 괜찮아 보였다.
"아...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데? 이렇게 수목장이 많을 줄 전혀 예상을 못했어."
"그리고 다 좋아 보이네. 일단 다 찾아가 볼까? 자기는 어때?"
"오빠말대로 다 좋아 보이기는 해. 그런데 컴퓨터로 보는 모습과 실제로 보는 모습이 정말 똑같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그렇긴 하지."
"오빠, 지금 우리가 그 수많은 수목장을 다 찾아다닐 수는 없잖아?"
"응."
"그러니까 오빠랑 내가 어떤 수목장을 고를지 기준을 정해야 할 것 같아."
아내의 말대로 수목장 선택의 기준을 정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나는 수목장 선택을 위한 우리 둘만의 기준을 정했다.
-최대 1시간 30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일 것.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을 것.
-수목장 내 나무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지 않을 것.
-가족들이 여유롭게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을 것.
-수목장까지 이동하는 데 있어 교통이 편리할 것.
-주변 분위기가 아늑하면서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일 것.
-하루 종일 햇볕이 잘 드는 곳일 것.
이렇게 기준을 정하고 나니 찾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고양, 안산, 안성, 양평, 용인, 포천, 김포 등 6개 지역에 위치한 10곳의 수목장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때부터 아내와 나는 최종 후보지를 결정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이들 수목장을 찾아 정말 꼼꼼하게 점검을 했다.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결정은 하셨나요?"
"아니요.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다시 한번 둘러보러 왔습니다."
"네, 그러면 천천히 둘러보시고 가세요."
수목장 관계자 분들이 알아볼 정도로 같은 수목장을 여러 번 찾아가면서까지 선택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2022년 4월 초가 되면서 후보지가 10곳에서 고양시에 1곳과 양평군에 1곳 등 2곳으로 줄어들었다. 2곳 중에서 1곳을 정하면 되는데 고양 수목장에 높은 점수를 준 아내와 양평 수목장에 높은 점수를 준 나의 의견이 갈리면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오빠, 우리가 정한 기준에는 고양 수목장이 더 적합한 것 같아."
"우리가 정한 기준에는 고양 수목장이 맞는데 이곳 수목장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난 너무 좋아. 그냥 그런 게 있잖아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이곳으로 정했으면 하는 느낌이 드는... 내가 지금 그래."
"오빠가 말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은데 고양 수목장이 규모도 있고 여유롭지 않아? 햇볕도 하루 종일 잘 들고."
두 곳 모두 장점이 확실하다 보니 아내도 나도 "여기로 결정하자"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때 나와 아내는 몇 번이나 고양과 양평을 왔다 갔다 했다. 고양에 있으면 고양이 나은 것 같고, 양평으로 오면 양평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결론이 나지 않는 날이 계속됐다.
"그럼 OO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자."
아내도 나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친구인 녀석에게 의견을 구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아내에게 제안했다. 친구들 중에 가장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해 줄 것 같아서였다.
"좋아. OO오빠 의견을 들어보자"
그렇게 아내와 나는 주말을 이용해 OO이와 함께 고양과 양평의 수목장을 둘러봤다.
"둘이 정한 기준에 내가 두 곳을 본 뒤에 든 느낌 등을 종합했을 때 고양 수목장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 물론 내 의견은 의견일 뿐 결정은 두 사람이 해야 해."
2022년 4월 26일. 아내와 나는 아침부터 서둘렀다. 아내와 나는 마지막으로 고양과 양평의 수목장을 한 번 더 돌아보기로 했다.
오전에 양평 수목장에 갔는데 앞서 친구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전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이날 따라 나무사이의 간격이 좁게 느껴지면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양평 수목장을 떠나 고양 수목장으로 이동, 이전부터 계속 봐왔던 자리를 다시 한 번 둘러봤다. 그리고 고심 끝에 고양 수목장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고양에 있는 수목장으로 결정을 한 다음 언론사 후배 녀석들과 있을 저녁 약속을 위해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이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후련하네. 잘 결정한 것 같아. 이제 수목장하고 계약하는 일만 남았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집이랑 그렇게 멀지 않고, 괜찮은 것 같아."라고 했다.
아내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양대교 위를 달리고 있는데 장모님이 입원해 계신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내도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아내가 오열하기 시작했다.
2022년 4월 26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