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누메아속으로

16 천상의 섬 뉴칼레도니아에 가다 part.3

by 쫑무다리

일데팡을 떠나는 날. 일데팡 공항에서 오전 10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누메아 마젠타 공항으로 가면 된다.


전날 호텔에서도 "우리가 너희를 위해 아침 9시 20분에 유료 셔틀버스를 준비했으니 그걸 타고 공항으로 가면 돼"라고 했다.


'오전 7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8시에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 전 호텔 주변을 산책하면 되겠다. 나름 일데팡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여유 있게 즐기고 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준비하는 동안 밖에서 워터슈즈에 묻어있는 모래를 열심히 털고 있는데 우리가 2박 3일 머무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아 '목석'이라 불렀던 친구가 저 멀리서 "미스터 초이"를 외치며 달려오길래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전한 소식을 듣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미스터 초이, 비행기 출발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졌어. 그래서 너네 서둘러야 해. 8시 30분에 공항 가는 셔틀을 타야 하니 그때까지 체크아웃을 마치고 버스 타는 곳으로 와"


시간을 보니 7시 30분. 한 시간 내에 짐 정리와 체크아웃, 마지막 조식까지 해결해야 한다. 아내에게 출발시간이 1시간 앞당겨졌으니 빨리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했다.


나와 아내는 빛의 속도로 준비를 마쳤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니 8시 정각. 30분간의 식사시간이 주어졌다. 우리는 정확히 8시 20분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5분간 일데팡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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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데팡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30여분을 날아 누메아 마젠타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공항에서 숙소인 르메르디앙 누메아 호텔로 가면 된다.


3일 전 일데팡으로 갈 때 호텔에서 공항까지 나와 아내를 데려다줬던 택시 기사분이 명함을 주면서 돌아오면 전화를 하라고 했지만 15분에 3000프랑, 우리 돈으로 36000원을 내는 게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공항 앞에 택시가 있길래 혹시나 하고 탔는데 미터기 요금으로 1350프랑이 나오는 게 아닌가.


"3일 전에 제대로 바가지를 썼네... 그래도 그 친구에게 전화하지 않고 그냥 택시 탄 게 탁월한 선택이었어."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호텔로 돌아오니 오전 11시. 체크인을 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밖에서 놀다 오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을 한 결과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아닌 '걸어서 누메아 속으로'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차로 15분 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몇 만 원씩 뿌려가며 택시를 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젠타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오는 길을 곱씹어보니 걷기도 좋아 보였고, 운동 삼아 걷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와이파이를 이용해 검색을 해보니 목적지인 꼬꼬띠에 광장까지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이 정도 거리는 평소 서울에서도 많이 걸어본 거리다. 우리는 바로 걷기에 돌입했다.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고, 걷는 길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길이 좋아서 그런가 달리기 하는 사람도 많고,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도 많다. 곳곳에 '개똥금지' 표지판도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느끼며 걷고 있는데 산책을 하던 남자분이 웃는 얼굴로 우리를 보며 "오하요오 고자이마스."라고 인사를 하길래 한국인임을 밝힌 뒤 앞으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오하요오"가 아니라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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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칼레도니아 현지인에게 나와 아내는 일본인으로 느껴진 것 같았다. 이곳에서 우리가 들은 말은 "곰방와" "스미마셍" "아리가또" 등 주로 일본어였다. 일본인이 뉴칼레도니아에 많이 와서인지는 몰라도 일본어로 된 표지판이나 안내문은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점이 좀 아쉽긴 했다.


40분쯤 걸으니 눈앞에 까르푸가 나타났다. 물도 좀 사고 구경도 할 겸 해서 들어갔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아주 훌륭했다. 까르푸 구경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주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먼데이, 튜즈데이~~~" BTS정국의 'SEVEN'이었다. 여기서 이 노래를 들을 줄이야! 새삼 K-POP의 위상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까르푸에서는 물과 바닐라맛 요구르트, 오렌지맛 음료, 바나나주스 등을 구입했다.


까르푸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꼬꼬띠에 광장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아무리 버스 노선도를 봐도 꼬꼬띠에 광장으로 가는 버스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버스 노선도를 확인하고 있는데 현지인 아주머니 두 분이 걸어오시는 게 아닌가? '이분들 분명 버스를 타는 분이다.'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수줍게 다가가서 가이드북을 보여주면서 "꼬꼬티에?"라고 물었다. "위(그래)"라고 하신다. 일단 길은 제대로 찾은 것 같았다.


아주머니들께 영어로 "여기서 버스를 타면 얼마나 걸려요?"라고 물었는데 못 알아들으시는 눈치다. 여기 현지인 상당수가 영어를 못한다고 하던데 진짜 그런 듯했다. 우리도 그랬지만 아주머니들도 답답하셨을 것 같다.


로밍도 안되고 와이파이도 없고...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아주머니들은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셨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손가락 3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이해했지만 손가락 3개는 버스비 300프랑을 말하는 것이었다.


일단 아주머니들께 온몸으로 걸어가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예의 바르게 인사를 드리고 버스정류장을 떠나 꼬꼬띠에 광장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약 5분 뒤 아주머니를 태운 버스가 우리 앞을 유유히 지나갔다.


25분 정도를 더 걸어 드디어 꼬꼬띠에 광장에 도착했다. 이 광장이 왜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고, 팜트리가 많아 프랑스어로 야자나무를 칭하는 꼬꼬띠에 광장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꼬꼬티에 광장에서 햄버거와 파니니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누메아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F.O.L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전망대가 아닌 공사장이 있는 게 아닌가! 뭔가 잘못됐다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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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발걸음을 돌려 전망대 근처에 있는 성조셉 성당에 갔다. 뉴칼레도니아 본 섬 내 가톨릭 교회의 총 본산 역을 하고 있는 곳이라 한다. 운이 좋으면 내부에 들어갈 수 있다 했는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성당 외부를 한 바퀴 돌고 나왔다.


다시 꼬꼬띠에 광장으로 돌아와 뉴칼레도니아에 있는 유일한 한식당인 'le seoul'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영업종료. 아쉬웠지만 택시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와 다시 체크인을 하면서 "3일 전에 내일 아메데 등대 투어를 하는 것을 예약했는데 맞지요."라고 물으니 "내일은 투어가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어제 이메일을 보냈는데 확인을 안 했냐"라고 한다.


미리 메일을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내일은 안되고 그다음 날은 가능해"라고 하길래 "나는 그날 시드니로 돌아가"라고 했다.


등대투어가 취소됐으니 내일 오전에는 호텔 주변에서 결혼 기념 셀프 스냅사진을 찍은 다음 버스를 타고 오늘 가보지 못했던 치바우센터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까지 알아뒀다.


일데팡에서 누메아로 돌아온 첫날 3만보를 걸었다. 제대로 '걸어서 누메속으로'를 찍었다. 나도 아내도 엄청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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