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예술적으로 매도하라
우리는 지금까지의 여정을 통해 개개인에 맞는 투자의 구조를 수립하고, 투자의 대상을 선정하며, 매수를 하는 방법까지 논의를 하였다. 이제 매도에 대한 논의를 해볼 것인데 흔히 주식투자의 과정을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고 표현한다. 매수의 과정까지는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체계적이며 논리적으로 실행을 할 수 있으나 매도는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표현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매도는 자신의 수익률을 확정하는 주식투자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시장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비이성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일반적인 투자자들에게 보이는 보편적인 행태이지만 이와 반대로 비이성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것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자의 실수이다. 상황에 맞는 빈번한 매도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방어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 나타나는 행동이지만 이러한 행동은 본인의 투자 수익률에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자신의 투자의 이력을 살펴보며 경솔하게 주식을 매도한 결과가 수익률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복기해 보자. 빈번한 매도의 역기능에 대해 투자의 대가들은 아래와 같은 명언을 남겼다.
"장기 수익률에는 항상 손실 연도가 포함되었으며 앞으로도 손실 연도가 계속 포함될 것이다. 손실 연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도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적정 투자 전략을 고수하면, 손실 연도의 실적은 나중에 만회된다. 이후 찾아오는 강세장은 기간도 더 길고 수익률도 훨씬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 지향형 장기 투자자는 적절하게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하며, 가끔 찾아오는 손실 연도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강세장은 더 길고 강하며,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켄피셔)
"누군가 승자펀드매니저에게 질문했다. "실적이 좋아서 회전율이 낮아진 거죠?" 펀드매니저가 즉시 반박했다. "아닙니다 회전율이 낮아서 실적이 좋은 겁니다." (통섭과 투자, 마이클 모부신)
"폭락장에 주식을 파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이들은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얼마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1954~1994까지 40년 동안 주식에 돈을 묻어 두었다면 연간 환산 수익률은 11.5%를 기록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40일 동안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연간 수익률은 2.7%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린치의 투자 이야기, 피터린치)
"강세장에서의 투자 수익률은 아주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미시간 대학교의 연구결과를 보면 1969년부터 1993년까지 일간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90일(전 기간의 겨우 1%에 불과하다) 동안의 상승폭이 이 기간 중 상승폭의 95%를 차지했다. 만약 당신이 시장의 타이밍을 재다가 1926년부터 1990년까지 780개월의 기간 중에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단 7%의 기간 동안만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 있었다면, 이 64년간 당신이 거둔 투자 수익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을 것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랄프 웬저)
투자의 대가들이 전해주는 메시지와 같이 경거망동하게 잦은 매도를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주식을 팔고 다시 주식을 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는 원인은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이미 오류나 실수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매수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매수의 순간부터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끼게 되고 주가의 하락이 발생하면 자신의 투자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주식을 팔게 된다. 결국 잘못된 매수는 잘못된 매도를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불필요한 매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을까? 만약 Chapter 7까지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으로 주식을 선정하고 안정적으로 매수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였다면 단기적인 주가의 하락이 발생해도 그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안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성실한 마음과 행동으로 투자를 집행했다면 주식을 매도해야 할 일은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으며 안정적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다. Chapter 7까지의 과정을 성실하게 밟아 투자를 실행한 투자자들을 위한 대가들의 명언은 아래와 같다.
"주식을 매수할 때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했다면 그 주식을 팔아야 할 시점은 거의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필립 피셔)
"10년을 내다보고 주식에 투자했다면, 힘들겠지만, 하루하루의 등락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켄피셔)
"장기투자는 모든 주식 거래 중 최고의 결과를 낳는 방법이다. 수면제와 우량주를 동시에 사서 사이사이에 울리는 천둥 번개를 의식하지 말고 몇 해 동안 푹 자라. 이 조언대로 하는 사람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기쁘고도 경이로운 순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코스톨라니)
이렇듯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투자의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투자의 과정에서 우리는 영원히 실수를 회피할 수 없으며, 대외적인 환경의 변화로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 주식시장의 속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도의 조건과 원칙을 사전에 수립하여 주식을 팔아야 할 경우가 발생하였을 때 합리적인 매도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Chapter 7에서 인덱스 펀드, 개별 주식의 차이를 바탕으로 각각 다른 매수의 전략을 제시하였었는데, 매도의 원칙도 인덱스 펀드와 개별 주식을 구분하여 논의해보고자 한다.
① 인덱스 펀드
Chapter 5, 7을 통해 인덱스 펀드, 특히 종합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경우 미래의 가격을 전망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과거 10년간의 GDP 추이와 인구구조 등을 감안하여 투자할 국가를 선정하고 가격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꾸준한 분할 매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반대로 매도의 경우에는 본인이 투자한 국가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매도를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를 하는 목적은 시장의 평균에 수렴하는 수익률을 확보하여 포트폴리오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덱스 펀드는 매매를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다기보다는 꾸준한 적립식 투자로 매수한 펀드를 보유하면서 모아간다는 마음으로 투자를 할 것을 추천한다.
② 개별 주식
앞서 언급을 하였듯 우리는 투자의 과정에서 실수를 피해 갈 수 없다. 그리고 개별 주식을 둘러싼 다양한 변수로 인해 투자를 판단할 시기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수없이 벌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주식의 경우에는 자신이 매수한 주식들의 분기 / 사업보고서, 관련 기사, 주가를 점검하며 상황에 따라 수익을 확정하고 손실을 회피할 수 있는 정교한 매도의 원칙이 필요하다. 매도의 원칙을 수립하기 전에 투자의 대가들은 매도에 대해 어떠한 관점을 가졌는지 살펴보자.
" 윈저에서는 사실자료를 작성하여 매도 시점을 타진하고 목표주가를 설정했다. 우리가 보유 주식을 매도할 때는 분명한 근거를 바탕으로 했으며, 그 대표적인 근거를 두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펀더멘털이 심각하게 훼손될 경우 2. 주가가 추정치에 근접했을 경우" (가치투자 주식황제 존네프처럼 하라, 존네프)
" 주식을 팔아야 하는 세 가지 이유는 1. 처음에 주식을 매수할 때 실수를 저질렀을 때, 2. 기업이 경쟁력을 잃었을 때, 3. 올바른 투자원칙을 따랐다면 주식을 팔아야 할 세 번째 이유는 절대 오지 않는다"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필립 피셔)
"필립 피셔의 매도의 3조 건은 판단착오, 기업경쟁력 약화, 더 나은 투자처 발견이다."(가치투자의 거장들, 글렌 아널드)
"가치투자 입장에서 일반적인 매도 원칙은 해당 주식을 매도한 돈으로 다른 주식을 매수해서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확신할 때'가 바로 그 주식을 매도할 때라는 것이다." (워런 버핏처럼 가치평가 활용하는 법, 존 프라이스)
대가들의 명언들을 바탕으로 매도가 필요한 경우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경우이다. 만약 매수와 관련된 의사 결정 과정에 결함이 없다면 보유한 주식을 매도해야 할 경우 또한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투자는 완벽할 수 없고 그 과정은 실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매수를 할 당시 경쟁력이 없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오판을 할 수도 있고, 매수 당시에는 경쟁력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경쟁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을 매수한 후에도 기업의 실적과 동향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하며, 매수 당시 작성하였던 체크리스트와 현재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의사결정에 오류가 있었거나,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투자의 근거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하면 매도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자신이 매수한 주식에 예상하지 못한 급등이 나타났을 때이다.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A라는 기업에 투자를 하였는데 그 회사의 주가가 급등을 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만약 급등의 이유가 A 기업의 경쟁력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면 굳이 주식을 매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만약 그 주식이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어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였고, 급등의 폭이 자신이 적정하다고 생각했던 시가총액이나 PER을 초과하는 구간에 진입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듯 주가 상승의 이유가 그 기업의 경쟁력과 연관이 없는 것이라면 매도를 고민해야 한다.
셋째, 더 좋은 투자처를 찾았을 때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업종과 기업들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면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처를 찾는 안목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장과 관련된 경험과 지혜가 쌓이다 보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초과하는 더 좋은 투자처를 찾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8%의 연평균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을 보유한 상황에서 연평균 1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을 찾았다면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고 새로운 주식을 사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다만 매매가 빈번하게 진행되면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진 주식을 팔고 더 좋은 투자처로 자금을 옮길 때는 새로운 주식을 매수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인 이유와 숙고가 필요하다.
매도는 자신의 투자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관문이며 수익률을 확정 짓는 중요한 과정이다. 잘못된 매도의 과정으로 손실을 입었던 과거의 이력을 되짚어보고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예술적으로 매도를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원칙을 수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