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크루즈 1
알래스카를 상상하다
이제 내일이면 알래스카로 떠난다. 아직 손에 쥔 건 비행기 표 한 장뿐인데, 마음은 이미 빙하 위를 흘러가고, 끝없이 펼쳐질 바다를 미리 바라보고 있다. 준비라는 이름으로 책장을 넘기다 ‘스워드의 바보짓(Seward’s Folly)’이라는 이야기를 만났다.
1867년, 미국은 러시아에게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는 한국식으로는 한평당 약 220원을 지불한 격이니 지금 생각하면 거저 먹기 식의 거래였으나 당시 사람들은 얼음과 눈뿐인 땅에 돈을 낭비한다며 조롱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 땅은 금과 석유, 천연가스, 그리고 풍부한 자연의 보고로 소위 금싸리기 땅이 되었다.
그 일을 주도한 윌리엄 H. 스워드는 원래 링컨과 맞서던 정치적 라이벌이었다. 1860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그는 당연히 승리를 거머쥘 거라 믿었지만, 무명에 가까웠던 링컨이 지명되었다. 실망과 좌절 끝에 국무장관으로 링컨의 곁에 섰고, 남북전쟁 동안 영국과 프랑스가 남부를 지지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며 전쟁의 향방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롱 속에 맺어진 알래스카 매입, 라이벌에서 동지로 바뀐 정치적 여정, 그리고 전쟁 속에서 빛난 외교의 무게까지. 알래스카는 그런 이야기들을 품은 땅이다. 아직은 나에겐 아무런 경험이 없는 지도 위에만, 활자 속에만 존재하는 곳이지만, 곧 눈부신 빙하가 하늘빛을 받아 반짝이고, 깊은 바다가 내 발아래로 열리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잔잔히 떨린다.
***사진은 모두 알래스카 크루즈, 홀랜드 아메리카 웹싸이트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