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5
스캐그웨이에 닿기 전, 나는 그곳의 이름을 먼저 들었다.
‘골드 러시(Gold Rush)’ — 금의 열병.
1890년대 말, 이 작은 항구 도시를 향해 10만 명이 몰려들었다고 했다. 금을 찾아, 혹은 금을 찾은 사람 곁에서 한몫 잡기 위해.
그들은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증기선을 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그 배 안에는 젊은이, 노인, 실패한 상인, 직장을 잃은 은행원, 그리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평범한 이들이 섞여 있었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었다. ‘금만 찾으면, 인생이 달라질 거야.’
하지만 알래스카는 그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스캐그웨이에서 내린 이들은 바로 맞은편의 산을 넘어야 했다. 눈으로 덮인 칠쿠트 패스(Chilkoot Pass) —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계단이라 불리던 곳.
1년 치 식량과 장비, 약 1톤을 어깨에 짊어지고, 그들은 수십 번을 오르내리며 눈길을 올랐다.
가파른 경사면에 줄지어 선 사람들의 사진 한 장이 남아 있다. 마치 하얀 설산 위에 새겨진 인간의 욕망의 행렬처럼.
그들이 그렇게 목숨을 걸고 넘은 산 너머, 클론다이크 강 지류에서 금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도착했을 때, 대부분의 금맥은 이미 다른 이들의 몫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돌아가지 않았다. 금 대신 식당을 열고, 세탁소를 차리고, 바를 운영했다.
‘진짜 돈은 금이 아니라 삽을 판 사람에게 갔다’는 말이 바로 이곳에서 생겨난 것이다.
잠시의 황금빛 광기를 품었던 도슨 시티는 ‘한여름의 파리’라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 그 화려함은 눈 속에 묻혔다. 사람들은 흩어지고, 남은 것은 버려진 오두막과 얼어붙은 강뿐이었다.
스캐그웨이를 향하는 크루즈 선 위에서, 나는 창밖으로 흐르는 회색빛 바다를 바라봤다.
그때 이 바다를 건넜던 10만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이 이 물결 위에서 어떤 꿈을 꾸었을까.
혹시 나처럼, 인생의 다음 챕터로 향하는 마음이었을까.
금은 결국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아직도 알래스카 곳곳에 남아 있다.
눈과 바람,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켜켜이 쌓인 땅.
나는 곧 그곳, 스캐그웨이에 도착할 것이다.
그들의 꿈이 시작된 자리에서, 나의 또 다른 여행이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