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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더한 알래스카의 오로라

알래스카 7

by 윤슬 걷다

아침에 하선을 하기 전에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곧 부~웅 하는 소리가 함께 마이크가 켜지더니 캡틴이 약간의 흥분이 어린 목소리로 안내방송을 하며 간밤에 럭키하게도 오로라가 떠서 보신 분들이 있단다. 배는 곧 스캐그웨이 도착하며 이 배는 5시에 다시 출발한다 알려주었다.


사실 이때는 아직 헬기투어가 캔슬될 것을 몰랐고, 무엇보다도 오로라의 신비로움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몰랐다. 그래서 속으로 '그럼 그때 방송을 해서 알려주지 왜 이제야 말한담! 하는 정도였다.

불만스러웠지만 곧 하게 될 헬기투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크게 실망하지 않고 하선을 하였지만 지난 에피소드에서 이야기 한대로 헬기가 캔슬되는 등 실망의 연속인 하루였다.


설령 그렇다 하더래도 내 평생에 스캐그웨이를 두 번 가는 일은 없을게 너무 명확해서 스캐그웨이 마을 풍경을 글로 남기기로 했다.


스캐그웨이에는 주노와 마찬가지로 보석가게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주노와는 다르게 스캐그웨이의 거리를 걷다 보면,
한 세기 전 금을 찾아 몰려들던 사람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녹슨 휠과 커다란 철제 머시너리들,
지금은 움직임이 멈춘 그 쇳덩이들 속엔
한때의 광기와 희망이 그대로 잠들어 있는 듯했다.


그 금광의 꿈이 가장 뜨거웠던 1898년,
이곳을 출발점으로 수만 명의 금 사냥꾼들이 클론다이크로 향했다.
그들이 넘었던 눈 덮인 산길이 바로 칠쿠트 패스(Chilkoot Trail).


그러나 그 길은 너무 험하고, 너무 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죽음을 무릅쓰고 썰매를 끌던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결국 누군가 “더 안전한 길”을 찾아 철로를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화이트패스 & 유콘 루트 열차(White Pass & Yukon Route Railroad)**다.
빙벽과 절벽을 깎아 만든 협궤 철도는
지금도 그대로의 노선을 따라 달린다.
금 대신 사람의 추억을 싣고,
그 시절의 광풍을 조용히 되새기며.


나는 그 기차를 타지 못했다.
그날 우리는 헬기를 예약했다가 취소되었고,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유코너와 퍼피 체험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그때 기차를 탔더라면,
창밖으로 보이는 협곡과 폭포,
그리고 그 위를 기어오르던 인간의 욕망을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돌아다니다 보니 커피가 마시고 싶은데 카페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동네는 보석 사기보다 커피 사기가 더 어렵네’ 하고 생각하며 골목길을 한참 헤매다 간신히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커피를 기다리는 약 30분 동안, 주인장의 작품인 듯,
벽에는 수많은 알래스카의 오로라, 그리고 꽃과 식물들의 사진과 그림엽서가 전시되어 있었다. (아! 빌어먹을 이제야 나는 내가 새벽에 자느라 못 보고 놓친 게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는다... 흑흑흑! 나 울어요.) 손수 만든 독특한 디자인의 핸드메이드 마그넷과 선물들이 놓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작가의 카피라잇 보호 차원인지 유감스럽게도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여 크루즈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오로라 사진으로 그때의 신비로운 황홀감을 전합니다)


알래스카의 비현실적인 오로라 풍경들을 사진으로 접하며, '알래스카야! 너는 나랑 궁합이 안 맞는 거니? 왜 이렇게 나한테는 보여주는 게 없는 거야!'라고 넋두리를 하며 바라보았다.


스케그웨이의 상징 화이트 파스 기차가 귀엽게 그려진 엽서
알래스카의 아이콘 빙하가 덮힌 산, 유빙 그리고 고래를 그린 핸드메이드 마그넷

그때의 아쉬움이 다시 떠오르게 하는 사진과 기념품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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