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4
주노, 첫 번째 기항지
드디어 첫 번째 기항지인 주노에 도착했다.
하지만 밴쿠버를 떠난 이튿날부터 줄곧 내리던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혹시나 투어가 취소되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었다.
주노는 작고 깨끗한 마을이었다.
거리에는 엄청나게 많은 보석을 파는 가게와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샵들이 늘어서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카약 투어는 오후 3시 출발이었다.
그런데 티켓이나 예약 확인 이메일을 따로 보관하지 않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배에서 인터넷을 신청해 두었으니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베이식’이라던 인터넷은 거의 되지 않았다.
가끔 카카오톡 메시지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보내는 건 전혀 되지 않았다.
업그레이드를 할까 싶어 게스트 데스크까지 갔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냥 지냈다.
다만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비를 맞으며 하는 카약은 힘들면서도 묘하게 재미있었다.
계속 노를 저어야 하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이 그저 앞에 보이는 폭포 그리고 그다음에는 저 멀리 있는 빙하를 향해 노를 저었다. 비는 그칠 줄 몰랐고, 기대했던 ‘엄청난 빙하’나 ‘둥둥 떠다니는 아이스버그’는 보이지 않았다.
약 40~50분을 노를 열심히 저어가니 거대한 빙하 폭포가 나타났다. 거기서 다시 15분쯤 더 노를 저어 코너를 돌자
‘멘 달홀(Mendenhall)’이라 불리는 빙하지역이 나왔다.
그러나 흔히 상상하던 알래스카의 장엄한 풍경은 아니었다.
되돌아오는 길에 호수 위에 떠 있는 아이스버그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달랑 하나! 카약팀의 리더가 물 위에 보이는 부분은 작아 보여도 물 밑으론 스쿨버스만 한 덩어리라고 설명해 준다.
지금은 알래스카의 여름이 끝나고 이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크루즈의 성수기가 약간 지난 때다. 그렇다면 한창 성수기인 여름엔 빙하가 더 적고 아이스버그는 더 없다는 말인데... 그럼 내가 사진에서 본 그 웅장한 빙하와 수없이 많은 빙하가 둥둥 떠다니던, 그건 언제일까?
다시 한번 불안이 스치고 지나간다.
이 날 저녁엔 배로 돌아와서 수영장 옆의 핫스파에 몸을 담그고 샴페인을 마시며 피로를 풀었다.
글라스 천장으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따끈따끈한 탕에 들어앉아 있으니 세상에 부러운 게 없는 것 같은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낮에 느낀 불안 따위는 이미 잊히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