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복사된 빛 아래

by 덕배킴

어느 창밖에 흐르는 노래는

이름도 얼굴도 잊힌 누군가의 선율이었다


책상 위 무심히 놓인 문장 하나, 음표 하나

그 뒤에 멈춘 수많은 하루들이 있다


노트 한 귀퉁이에 끼적인 멜로디

지우고 다시 쓴 끝의 마침표


그 속에 있었던 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잠 못 든 밤, 실패를 견딘 시간들


정작 그 사람은 한 번도 불린 적이 없다

아무런 감사도 대가도 없이


누군가는 그것을 인용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그것을 마음이라 말했다


복사된 빛 아래 창작은 희미해지고

그 이름마저 지워져 간다


남겨진 것이라곤

값없이 쓴 누군가의 하루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날, 무거웠던 건 바벨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