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창밖에 흐르는 노래는
이름도 얼굴도 잊힌 누군가의 선율이었다
책상 위 무심히 놓인 문장 하나, 음표 하나
그 뒤에 멈춘 수많은 하루들이 있다
노트 한 귀퉁이에 끼적인 멜로디
지우고 다시 쓴 끝의 마침표
그 속에 있었던 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잠 못 든 밤, 실패를 견딘 시간들
정작 그 사람은 한 번도 불린 적이 없다
아무런 감사도 대가도 없이
누군가는 그것을 인용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그것을 마음이라 말했다
복사된 빛 아래 창작은 희미해지고
그 이름마저 지워져 간다
남겨진 것이라곤
값없이 쓴 누군가의 하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