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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파파 Jun 27. 2021

병상일기-수술 소감

'오후 12시 반' 수술시간이 잡혔다. 허리 요추 2번과 3번 사이 디스크가 터져 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는 상태. 오늘은 그 디스크를 없애는 내시경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대로 옮겨가기 위해 베드를 바다. 안경도 벗고 하늘을 바라보며 가는데 마치 영화 속 카메라가 로드무비를 찍으면서  듯이 병원 천장만 바라보고 이동한다. 분명히 수술실로 이동하는 것인만 바라보니 하얀 천장과 창백한 형광등이 번갈아 나오는 것이 기분이 이상하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불쑥 와이프가 고개를 내밀어 나와 눈이 마주친다.

"잘해! 기도할게!"

"걱정 마."

2년 전 내가 해 줬던 말이다.

아내는 2년 전에 같은 병원에서 이미 디스크 수술을 했다. 그때 그녀도 나와 똑같은 심정이었을게다.


엘리베이터로  6층 입원실에서 5층 수술실로 기껏 한 개 층 내려가는 데 시간이 더디게 느껴진다. 그렇게 들어선 수술실 안은 에어컨 설정온도가 병실보다 4-5도 더 낮은 느낌이다. 이미 상반신은  다 벗은 터라 더 한기가 느껴졌다. 그걸 눈치챘는지 옆에 있는 간호사가 한마디 한다.

"환자분, 수술실은 좀 추워요. 조금만 참으세요."


수술실 앞에 대기하는 시간이 약 5분. 그 시간도 길다. 간호사가 오더니 다시 한번 이름과 나이를 묻는다. 병원에서는 손목 표식 줄이 달려 있는데도, 주사 한번 놔줄 때마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꼭 묻는다.


드디어 수술실로 들어갔다. 남자간호사가 둘이다. 수술대 위로 올라가라는데 엎드려 자세로 올라간다. 오른손, 왼손은 머리 위로 하고 완전히 개구리 자세다. 배 쪽에는 동그랗게 거치대가 받치고 있어 등 쪽 척추를 늘리 되어 있다. 아마 내시경이 잘 들어가도록 하는 자세를 만든 것 같다.


조금 뒤에 링거에 항생제를 투여한다.

"혹시 속이 메슥거리면 말씀하세요."

"네"

"지금 어떠세요?"

"아무렇지 않아요."

"네 그럼 이제 바로 수술 시작할 거예요."


조금 있다가 남자 간호사가 등과 허리에 알코올을 휘휘 바르기 시작한다.

"좀 차갑습니다. 참으세요."


이제 의사 한 분이 온 것 같다.

"환자분, 이름과 생년월일이요."

또 묻네.. 혹시 한 번이라도 틀리면 수술중지되는 건가?

"하나 더 물게요. 오늘 어느 부위 수술하는지 알고 계세요?"

질문 난이도가 올라갔다.

"아.. 네.. 허리 2번 3번이요"

잠깐 머뭇하다가 '요추'같은 의학용어는 말하지 못했다.

"네 맞습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럼 마취 들어갑니다."

허리 이곳저곳에 마취주사를 놓고 잘되었는지 확인한다.

"자 알코올을 묻힐 거예요. 여기하고 여기 감각이 다르게 느껴지시나요?"

"네 한쪽은 차갑고 다른 쪽은 잘 못 느끼겠어요."

"여기 하고 여기는요?"

"네 거기도 감각이 다르네요."

한 서너 번을 더 묻더니 이제 마지막 발언을 한다. 그 말은 내가 아니라 수술실 스탭에게 하는 말인 것 같다.

"준비됐습니다."

바로 간호사가 앞에서 얘기한다.

"환자분, 이제 수면 주사 놓을 거예요. 곧 주무실 겁니다."

링거줄 사이로 주삿바늘을 찔러 는 것을 보았다. 거기까지였다.

오늘 집도의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뜨니 침대가 다시 이동하고 있다. 다시 하늘의 천장과 형광등이 지나가는 것 보였다. 분명 색은 변하지 않았는데 아까는 창백해 보이던 형광등이 조금은 따뜻해 보였다. 6층 입원병동으로 다시 돌아오니 안심이 되었다. 혹시나 불상사가 있을지 속으로 걱정했나 보다. 간호사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묻는다. 저기 와이프가 있는데 간호사보다 가까이 오지 못하고 있다.

"혹시 어지럽지는 않으세요? 깰 때 힘들지는 않으세요?"

"아뇨. 푹 잔 것처럼 정신이 맑아요."

"지금부터 2시간은 베개 없이 누우실 거예요. 고개 움직이시면 안 돼요. 어지럽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환자가 다시 병실에 오면 몇 명의 간호사가 달려들어 환자를 살피니, 아내는 아무 얘기를 못하다가 이제 그들이 나가니까 가까이 다가왔다.

"괜찮아?"

"응"


이제부터 오롯이 나와의 싸움이다.

재활을 잘해야겠다. 이런 경험 자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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