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카종 커피의 원산지를 에티오피아라고 한다. 에티오피아는 전국이 2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있고 적도 근방에 위치한 덕분에 뜨거운 해와 서늘한 기온이 함께 있어 커피나무가 자라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예가체프, 시나모, 코체레, 하라, 짐마 등 커피 원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종류별로 먹고 그 향을 기억하고 싶은, 에티오피아 커피를 대표하는 지역의 이름이 각각 그 브랜드로 유명한 곳이다.
그 에티오피아에 직접 가서 커피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딱 한 잔의 커피. 오늘 나누고 싶은 것은 그곳에서 마신 추억이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가려면 어느 나라든대부분 직항 편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에티오피아 항공을 타고 아디스아바바 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을 택하곤 한다.
탄자니아로 가기 위해서도 그런 과정이 필요했었는데 한국에서 자정쯤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경유지인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6시 즘이었다.
비 온 후 아침의 에티오피아 공항과 비행기
8월이었지만 비 온 후라 그랬는지 해발 2000미터가 넘는 높은 곳에 위치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감쌌다. 비행기에서 내린 출장자 일행은 얼른 아디스아바바 공항 안쪽으로 잰걸음을 했다.
공항 안쪽은 과연 아프리카 최대의 허브 공항답게 북새통이었다. 이리저리 사람들이 많고 그 당시에는 확장공사까지 하고 있어서 어디 제대로 앉을자리도 없었다.
커피 하면 '맥심'만 알던 필자에게 '커피 원두의 원산지'라는 설렘을 주는 에티오피아!비록 허브 공항에서의 두 어시간 남짓한 시간 었지만 한국에서부터 기대감을 갖고, 얼른 공항 안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웬만한 공항에 다 있는 스타벅스는 당연히 없고(2018년에는 그랬다.) 한 군데 있는 정통 펍 겸 카페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다행히 한 자리가 났고 냉큼 테이블에 앉았다.
'뭘 마실까?'
당시 커린이(커피에 갓 입문한 사람)였던 본인은 무슨 자신감에서였는지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에스프레소 플리즈!"
지금도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쉬운 것은 첫째 직원에게 에티오피아 어느 지역의 커피였는지를 물어보지 않았던 것과 둘째 작은 잔의 에스프레소를 시켰던 것이다.
공항 카페에서 주문한 에스프레소 한 잔
정말 어린아이 조막만한 커피 잔에 있던적은 양의 커피는 '아주 쓰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지만, 커피의 음미를 느낄 시간이 너무 짧았다.솔직히 그때는 그런 것을 느낄 수준도 안되었다.
게다가 불과 몇 모금 마시자마자 커피잔의 빈 바닥이 드러났고, 이윽고 주변에 여행객들의 눈치(!)를 한꺼번에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차차! 주변에 자리가 없으니 그나마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이곳 카페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던 것이다.
아무리 눈치가 없기로서니 빈 잔을 덩그러니 두고 계속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공항 이곳저곳을 기웃하면서 다음 비행기 갈아탈 때까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본인의 첫 에티오피아 커피 기억은 "설렘과 아쉬움"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그때의 기억은 어떤 보상 심리 때문인지 몰라도 에티오피아 커피를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언제나 새로운 원두를 주문할 때 동아프리카 3국인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산 커피 중 한 개는 꼭 포함한다. 그리고 조금 작고 수분기 적은 에티오피아 커피 원두에서 나오는 풍부한 향은 지금도 가장 애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