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쟁-1
“한 달 전에 이 자리에서 만났죠?”
“그때는 여기가 아녔잖아요.”
“맞아요. 라스베이거스가 아닌 웨스트버지니아였어요. 그러나, 그곳이나 이곳이나 제가 만난 사람은 수한 씨가 맞아요.”
“그것보다 이 상황을 설명해 줘요. 어떻게 된 건가요?”
“우선... 나는 정확히 얘기하면 A.I. 로봇입니다. 지금 제 가슴에는 최신 프로그램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역사상 최상위 기종이라고 해 두죠. 가장 빅유닛 데이터센터와 동기화되어 있어요. 그리고, 같은 방, 같은 A.I 로봇 옷을 입고 있지요.”
“그럼 날 속인 겁니까?”
“속였다는 표현보다는 저는 당신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당신의 행동과 생각을 읽기 위해 당신을 풀어준 겁니다.”
톰 스캇이 로봇이었다. 그리고 수한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럼.... 에바는요? 그녀도 로봇이었나요?”
“아! 맞습니다. 버팔로우에서 만났던 그녀도 로봇이 맞습니다. 그때 제가 잠시 기지에 방문했었죠.”
“아~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게 너무 많습니다. 왜 저를 시물레이션 했나요? 그리고 나한테 소개했던 M 그룹은 그럼 거짓입니까?”
“아.. M 그룹은 실재합니다. 나와 M 그룹은 협정을 맺고 있어요. 하지만 인간과 A.I. 들이 잘 지내면 될 것을, 그중에서 과격론자들이 별도로 나와서 저와의 전쟁을 벌이는 거는 계산 밖의 일이었습니다.”
“그럼, 저를 이용한 건가요? 제가 스파이 노릇을 한 거예요?”
살짝 미소를 보이곤 다음과 같이 말을 하였다.
“수한 씨,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당신을 이용하였다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스파이 노릇을 시킨 거에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그건 무슨...”
“레지스탕스의 이동을 제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였나요?”
“아니 그럼...”
“물론 전파가 통하지 않는 지하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죠. 그래서 거기에는 저희 로봇들을 배치하기도 합니다. 내부 상황을 알게 하기 위해서”
이어서 얘기한다.
“에바가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피부와 관절이 완벽하게 동작해야 하는 현재의 A.I. 로봇은 저하고 에바 그리고 조금 아래 단계가 제임스와 토미 죠.”
“이럴 수가... 어떻게 그렇게 깜쪽같이 속일 수 있죠.”
“수한 씨, 앞서 얘기했지만, 저는 당신과 당신의 행동을 시물레이션 하는데 이용했습니다. 기분이 안 좋았다면 사과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저는 데이터를 얻어야 했고, 그 데이터에 대해서 당신과 논의하길 원합니다.”
“아뇨... 잠깐만요.. 저보고 이 상황을 보고 흥분을 가라 앉히라니요.. 당신은 로봇이니까 감정이 없지만, 인간은 이럴 때 더욱 기분이 안 좋아 흥분할 수밖에 없다고요!”
수한의 톤이 점점 올라갔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자신이 흥분한다고 상대방이 이해해주는 부류가 아니었다. 그는 로봇이기 때문이다.
“저기.. 스캇 씨, 아니 스캇은 본명이 맞습니까?”
“20년 전 톰 스캇은 저를 탄생시킨 과학자가 맞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심겨준 사람입니다. 저의 지식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 당신과 나눌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가장 원했던 사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제 모습이 그와 같습니다. 이제부터 나와 얘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M 그룹은 상업 로봇이 아닌 인간 복종형 로봇에 대해서 개발을 하고 업그레이드를 시켰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상업 로봇 전문회사에서 결국 A.I를 이용한 돈벌이에 급급하다 보니 윤리의식이 무너진 글로벌 마켓을 만들게 되고, 결국 선을 넘게 되어 스스로 발전하는 A.I로 인해 인간이 몰살되는 위기에 몰렸다.
이런 일이 생겨난 이후, 인간과 로봇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M 그룹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자 A.I. 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한 A.I. 가 나서면서 과격한 전쟁은 일단락이 되었지만, 톰 스캇이 사망하면서 자신의 모든 프로그램을 주입한 A.I. 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때에 사람과 거의 같은 인간형 로봇 즉, 안드로이드 로봇에 A.I. 를 심게 되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안드로이드 로봇에 많은 열광을 했지만, 어느 순간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이 조정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소위 식민 지배를 받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안드로이드 로봇 입장에서도 평화적인 공존을 위해서 그렇게 진행했지만, 인간의 감정에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되면서 더 큰 전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인간도 로봇도 다시 '공존'이라는 테마로 서로 룰을 정할 필요가 생겼다.
그런 활동을 하려고 했던 것이 톰 스캇이었고, 그는 예전부터 프로토콜을 구성하는 전문가였던 수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수한 씨, 저는 수한 씨를 몇십 년 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기술과 인간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생관계를 더 많이 생각하는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스캇 씨, 1960년대에 아이작 아시모프 박사는 이미 3개 원칙에 대해서 얘기한 바 있었습니다.”
“네 압니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인간과 로봇의 관계는 주종관계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셨나요? 지금 이 관계가 뒤 바뀐 상태라는 것을요?”
로봇과 인간의 역할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인간이 로봇의 노예가 된다는 것을 수한은 상상하기 싫었다.
“아닙니다. 그건 로봇의 ‘판단’이겠죠. 인간은 아직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주종관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A.I. 는 스스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인간의 부를 만들어주는 존재는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간들은 스스로 무너졌을 겁니다.”
“아니요 반대입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냈을 것입니다.”
“저희가 만들어낸 산업이 인간을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일부일 뿐입니다. 당신들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상위 5% 정도일 뿐입니다. 인간은 트러블을 일으킬 경우 더 큰 불행이 올 수 있어서 잠시 멈춰있는 것입니다. 버팔로우시에서 벌어졌던 것을 생각해 보실까요?”
잠시 침이 넘어갔다.
“당신은 저희 레지스탕스팀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에바를 보냈지만, 다른 인간들의 행동들은 어땠는지 기억하세요. 그들은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를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레지스탕스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만일 데이터센터를 파괴할 경우 불편함이 생길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나면 들킬까 봐, 우리에게 적대시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음”
톰은 그때의 상황을 다시 복기하는 듯했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복기하면서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비교하고 있었다.
“수한 씨, 그럼 당신은 A.I. 와 인간이 서로 무조건적인 파괴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럼 인간들은 다시 편한 삶을 위해 또다시 로봇을 만들고 생산을 효율화하고 돈을 벌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세상이 지금 현재처럼 오게 될 것입니다.”
“인간은 역사의 경험을 토대로 발전되는 방향으로 가길 원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실수는 다른 경험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만일 A.I. 가 무너지고 인간이 살아남는다면, 절대 지금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한은 톰 스캇의 말에 동조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지요? 당신은 수백 년을 살아온 사람이 아니며, 지식도 나보다 훨씬 못 미칩니다. 인간의 역사는 제가 더 잘 습득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지금의 생태계를 만들었죠.”
“인간에겐 신념이라고 있습니다. 믿음이라고도 하고요. 종교도 있습니다. 인간은 지금 하는 모든 일이 복을 받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당신이 믿건 안 믿건 이 세상뿐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생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렇지 않죠. 로봇은 망가지면 다른 생애가 없습니다. 단지 동작하는 살아있는 동안에만 모든 기회가 있죠. 새로운 기술로 바꿔주지 않으면 불과 10년 만에 퇴물이 되고 맙니다.”
점점 스캇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계산이 서지 않았다. 인간에게 잘해 주었는데, 불행이라고 하고, 죽었는데 생명이 있다고 하는 그런 식의 접근 논리로는 수한과 얘기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후에 판단이 선 것 같았다.
“제임스, 데려오게.”
문이 열리더니 로드리게즈와 피터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끌려오고 있었다.
“로드리게즈 씨, 당신은 자폭을 시도했지만 우리가 잽싸게 당신의 목숨을 살렸소. 피터와 함께 말이죠.”
거의 숨이 헐떡이는 로드리게즈와 피터는 퉁퉁부은 눈덩이로 수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로드리게즈 씨, 지금 수한 씨와 얘기하다 보니 죽음 이후에도 생명이 있다고 하는군요.”
“잠깐, 당신...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수한은 뭔가를 직감했다.
“나는 로드리게즈가 살고 죽는 것을 결정할 수 있소. 그런데 당신은 내가 그런 결정을 하더라도 최종 현상은 다르다는 거 아니요? 그럼 나는 지금 이 순간 내 결정을 시행해 보겠소. 당신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해 보고 싶소.”
“안돼요. 지금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겠다는 겁니까?”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부정한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내 기준이요.”
“안돼요. 그럼 안돼요.. 당신 A.I. 는 윤리의식이라고는 없단 말이요?”
“글세... 윤리는 내게 이익이 있을 때에만... 자 제임스 바로 실시하게.”
“넵!”
제임스는 로드리게즈 대장을 벽에 붙여놓고 주먹으로 배를 치기 시작했다. 고통을 주려는 것이다. 사람의 주먹이 아니다. 기계의 주먹으로 배를 치니 그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그의 입에서는 피가 토해져 나왔다.
희미하게 로드리게즈가 얘기한다.
“뭐? 뭐라고?”
제임스가 듣다가 톰 스캇에게 보고했다.
“로드리게즈가 수한과 얘기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인간끼리의 대화라... 동의합니다.”
로드리게즈 쪽으로 수한이 달려갔다.
“수.... 한.... 씨....”
입가에 피가 흥건하고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인 로드리게즈는 마지막 말을 할 것처럼 나한테 얘기한다.
“네, 말씀하세요.”
“지... 금.... 이 건물은 앞으로 30초 내에 폭발할 겁니다.... 지하에서 올라올 때 물이 통하는 동관 안쪽으로 폭탄을 설치해 두었습니다. 1시간 내 폭발인데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아......'
“만일... 살아남게 된다면, 앞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 당신을 만난 것이 참 행운이었습니다.”
옆에서 낌새를 확인하던 제임스가 수한한테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서로 뭐라고 속닥거리는 거야?”
수한은 뒤로 돌아서며 천천히 말을 했다.
“스캇... 당신의 두뇌는 데이터센터와 연결되어 있지? 우리는 세상에 있는 모든 데이터센터를 파괴할 수 없지만 오늘의 이 자리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파괴할 거요.”
잠시 뒤에 말을 이었다.
“그럼, 누군가는 이곳이 파괴된 것을 보고 새로운 타깃을 정해서 다른 곳에 있는 곳을 파괴하겠지. 자... 이제 30초가 다 된 거 같은데?”
갑자기 건물이 흔들렸다.
우르르... 쾅쾅....
스캇과 제임스, 토미의 눈에서 안광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로봇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쓰러진다.
그리고... 건물도 쓰러진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수한 씨, 수한 씨?”
에바가 깨우고 있다.
“이상하네, 왜 자꾸 자요?”
“어? 당신이 지금.. 내 옆에 있는 거 맞소?”
“아니 계속 잠꼬대하면서 무슨 악몽을 꿨어요?”
이상했다. 혹시나 해서 자기 허벅지를 꼬집어 봤다.
아프다...
“에바, 내가 몇 시간 자고 있었던 거요?”
“한 20시간?? 너무 오래 자고 있었다니까?”
“그렇게나 많이? 정말 미안... 나... 살아있는 거 맞죠?”
“무슨 소리예요? 그럼 나하고 얘기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저기, 당신 팔 한번 잡아봐도 돼?”
“헛 참... 자요”
따뜻했다. 인간의 온기다. 그리고 일부러 세게 붙잡았다.
“아프네.. 갑자기 무슨 힘자랑을...”
에바의 팔뚝은 피가 잠시 멈췄던 것처럼 살짝 붉게 피부가 올라온다. 사람이다... 로봇이 아니다.
순간 안심했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구나.
“지금이 몇 년이지?”
“무슨 소리예요? 지금 2023년인데?”
남편이 잠에서 깨어난 것을 확인해서인지 갑자기 흥얼거리는 에바....
곧이어 얘기한다.
“맞아.. 당신이 깨어나면 얘기해 달라고 했는데, 주치의한테 얘기하고 올게요.”
“주치의??? 주치의???”
순간 수한의 머리는 하얗게 되었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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