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점점 노안 증세가 심해진다. 본래 오른쪽 왼쪽 눈이 짝짝이인데, 돋보기 도수도 다르다. 예전에 누군가 그랬다. 어릴 때 눈이 근시면 할아버지가 될 때 돋보기 쓸 확률이 낮다고... 과학적으로 그럴듯해 보였다. 그런데 그건 구라다. 나는 점점 눈도 나빠지고, 돋보기 도수도 매년 올라간다.
(출처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눈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은 지금부터라도 인생에서 눈에 쉼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언제부턴가 철이 들었는지 하릴없이 TV 보는 것보다, 책 읽는 게 더 재미있어졌다. 그런데 이번엔눈이 허락을 하지 않는 것이다. 돋보기 써도 불편, 근시 안경 써도 불편.. 뭘 해도 보이다가 흐릿하다 왔다 갔다 하니 마음이 괴롭다.
6-7년 전부터 생긴 녹내장 진행도 괜히 부담스럽다. 몇 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안압 등 진행사항을 체크하고 관련된 약도 처방받고 있다.
오늘 2달 만에 병원에 가니 약을 바꾸란다.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안약을 눈에 들이부었는데... 벌써 대 여섯 번 바꾸는 중이다.
'제길.. '
마음속으로 소리가 났다.
"그 약은 요, 눈에 넣으시고 꼭 눈 주위를 닦으세요. 안 그러면 피부 색소침착이 일어납니다."
부아가 나고 있는데 약사가 한마디 거든다.
아! 무슨 약이 부작용이 이렇게 많은지.
과학에서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있다. 그런데 의학에서는 작용을 위해서 부작용이 반드시 따르는 모양이다.
또 2주간의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아직 약 종류도 많이 남았단다..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이럴 거면 나한테 임상실험 돈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나는 내 돈 내고 스스로 테스트하는 거지?'
환자는 힘이 없다. 그리고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책을 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좀 더 가족이 보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