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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파파 Jun 19. 2021

띵똥 택배 도착했어요

코로나 사태 이후로 가장 고생하는 직업 중 하나가 택배 배송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택배 배송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택배 물건의 80-90퍼센트가 주문한 다음날 도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거의 없다. 필자는 일본 출장 시 현지에서 택배 하시는 분들을 본 적이 있었는 데 국민적 정서 때문인지 아니면 다음 날 물건이 도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배달하시는 택배기사님들이 그렇게 바쁘지 않아 보였다.

반대로 우리나라 고객님들은 정말 급하다. 실제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아본 경력이 있는 필자는 하루라도 배송이 늦어졌을 때 고객의 항의가 쏟아지거나 재구매율에서 밀리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 그래서 요즘 듣는 소식 중에 가끔 배송기사님들의 파업 소식이 들리면 그분들의 수고에 맞는 대우가 필요하다고 동의하면서도 또 누군가는 배송이 늦는다고 클레임을 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빨리빨리 민족


빨리빨리 문화. 정말 대한민국의 독특한 문화라 여겨진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국제전화번호의 국가번호가 빨리빨리 덕분에 '+82'로 정해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겠는가? 평소에 느긋하다는 소리를 듣는 필자도 피 속에 빨리빨리 DNA 가 있는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그리고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해 봤지만 거의 모든 나라가 느릿느릿한 프로세스 때문에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그중에 어떤 나라는 시스템은 느렸지만 정확 생산성 더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런 나라의 시스템과 정책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지만,  아직 우리는 빨라야 하고 정확해야 하고 또 상대방을 앞지르기까지 해야 한다. 오히려 조금 쉬고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는 경우를 얘기하면 사치 같다는 말을 듣기 일쑤다.  


광클의 나라


광클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빛의 속도로 마우스나 키보드를 클릭하는 것을 뜻한다.


모 기업에서 인터넷으로 선착순으로  행사 선물을 준다거나, 자격증 시험(특히 큐넷) 등록 사이트에 신청 등록할 때, 대학생이 강의 신청하는 첫날, 국세청 연말정산 사이트 오픈하는 날...  이런 날이 되면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그야말로 일 초가 아쉬운 상황이 벌어진다. 정작 입력되는 "클릭"은 한 번이면 되지만 언제 오픈인지 몰라서 앞뒤 몇  초 동안 최고의 속도로 손가락 튕기는 신기의 기술이 필요하다. 성공 여부에 따라 내 앞과 뒤는 수만 명의 경쟁자가 줄을 서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런 광클의 시간이 매일 벌어지는 현상이 또 생겼다. 코로나 19 잔여백신을 맞기 위해 하루 종일 사이트를 주시하고 한 개라도 백신이 뜨는 곳이 생기면 "광클" 속도전을 한다. 알림 신청을 해 두었지만 누군가 어떻게 알았는지 아니면 나보다 손가락 속도가 빨랐는지 알림 메시지가 오는 순간 클릭해봐도 "예약실패."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것도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내 차례가 오는 것을...  이상하게 마음이 급하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해 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판단된다. 왜 모든 사람들이 현재 사는 것에 조금의 틈을 허락하지 않는 걸까?  서로서로 약간씩 손해보고, 져주고, 기다려주면 어떨까?


이런 고민을 하는 데 카톡이 왔다.

순간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집 앞에 도착한 택배를 들고 올 생각에..


그렇구나. 택배는 행복과 동의어 맞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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