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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Mar 16. 2021

나는야 일개미 출장 대행사의 대표(마지막)

출장스케줄을잡는 나만의 원칙들

어제부로 WHO가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임을 선언한 지 딱 1년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도 여느 다른 가족들과 다름없이 집콕의 연속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잦은 출장을 지겨워하던 일개미님 입에서 출장 가고 싶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루프트 한자 승무원들의 파업도, 트럼프 대통령의 코비드로 인한 여행 제재 조치도 이젠 모두 과거의 이야기일 뿐. 이 과거의 이야기들을 굳이 다시 꺼낸 것은 기록 만이 목적의 전부는 아니다. 


출처: https://www.pinterest.com/pin/577727458431702878/


앞 글에서 언급했지만 남편이 돌아오고 난 후, 나는 남편의 2주 격리 동안 밥 해 나르는 동시에 한동안 환불 처리를 하느라 호텔과 예약 대행업체들과 한동안 씨름을 해야 했다. 코비드라는 전 세계적인 재앙 임을 인정하고 순순히 환불을 해 준 곳도 있고, 상담원과 통화하기 위한 대기 과정에서 이미 질려버린 업체들도 있었다. 그전부터 나 나름대로 잦은 남편의 출장뿐만 아니라 가족 여행 여정을 짜면서 세운 몇 가지 기준들이 있는데, 여기에 코로나로 인한 여행 제재에 대응하는 업체들의 태도를 경험하면서 이 기준들을 일부 수정 및 보완할 수 있었다. 그 내용들을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예약 대행사는 가급적이면 피한다.

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호텔 티어나 항공사 티어를 쌓게 되는데, 이 티어들이 높아지면 아무래도 여행의 퀄리티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대규모 체인 호텔들은 익스피디아나 booking.com 같은 예약 대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면 티어 적립 요건에서 제외시키거나 티어 혜택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이면 항공사나 호텔 사이트를 통해 직접 예약을 선호한다. 한데 독일 예나는 워낙 작은 도시라 여행 대행사를 이용해야만 한다. 홈페이지도 없는 소규모 호텔들이 수두룩하기 때문.

문제는 이런 업체들에게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환불을 받으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지, 지난 사태를 통해 절실하게 깨달았다. 6-7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이거는 연락하지 말라는 소리이다. '어디 기다릴 테면 기다려보라지!'라며 배짱을 부리는 것 같다.

환불 및 취소 요청이 폭주하는 상황이라는 점, 충분히 이해한다. 문제는 이에 대해 대책을 세우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사례는 이런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처음에 AA도 상담원과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대기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전화번호를 남기면, 자기들이 연락을 하겠다는 자동응답기가 돌아간다. 고객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져 고마웠지만, 오늘 안에 연락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국 사람들 일처리 속도 느린 것은 이미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으니. 한데 AA에서는 서너 시간 지나자 연락을 했고, 전화번호로 예약 상황을 이미 찾아 두었는지 일사천리로 변경 처리를 해 주었다. 

하지만 내가 이용했던 예약 대행업체는 끝까지 이런 배려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여행자 보험, 혹은 Dispute 처리를 잘해 주는 카드 한 장쯤은 필수!

source: https://chargebacks911.com/credit-card-dispute/

지금은 나아졌지만 스타트업 CTO의 삶은 메뚜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와이파이가 연결된 모든 장소가 오피스다. 하물며 일하러 가는 출장길이야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공항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뛸 일개미씨의 모습이 눈에 훤해, 웨이팅 시간을 줌 더 생산적으로 사용하라고 샌디에고 공항의 라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카드를 열었다. 연회비는 제법 비싸지만 출장러들에게 유용하다 싶어 과감하게 열었고, 경쟁사보다 개별 고객의 편에 서는 카드사를 선택했다. 이 카드 덕분에 출장이 한결 편해졌다고 한다. 물론 제일 편하게 출장을 가는 방법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 것이겠지만..ㅎㅎㅎ

끝까지 연결이 불가능했던 예약 대행업체와 직접 대화를 포기한 대신, 카드사를 통해 Dispute를 걸었고 그 결과 미 이용분에 대해 100% 환불을 받았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보호막을 한 겹 더 씌워 놓으면, 좀 더 편하게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례.

물론 카드 발급 전, 출장 패턴을 보고 연회비를 뽑아낼 수 있을 만큼 이 카드가 필요한지 계산기를 두드려 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좋은 대행업체의 요건, 내 편이 되어줄 곳!

나의 취미는 구글 플라잇으로 저렴한 여행 구간을 찾는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전 세계 어디나 다 갈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LAX-ICN 구간과 SAN-FRA 구간은 아마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비행길일 것이다. 특히 SAN-FRA 구간은 남편이 출장 갈 기미가 보이면  구글 플라잇에 대략적인 날짜와 함께 이 구간 가격 추이를 보는데, 발권 타이밍이다 싶으면 단골 여행사에 일단 전화를 해 가격을 확인한다. 내 단골 여행사는 언제나 구글 플라잇보다 같은 티켓을 더 저렴하게 찾아준다. 그동안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 신뢰할 만하다.


더불어 자신들이 판 티켓은 끝까지 책임을 지는 프로페셔널한 자세라 샌디에고에 있는 곳이 아님에도 이 여행사를 애용한다.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적이 있었다. 애초 발권한 티켓의 요건이 변경되어 요금이 내려간 상황.  이미 왕편 티켓을 사용했으므로 복편 티켓의 내린 요금을 환불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나 대신 사장님이 대한항공과 싸워 환불을 받아낸 적이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사장님이 엄청난 시간을 쓰셔야 했지만, 그것은 티켓을 판매한 에이전시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며 시간이 좀 걸리니 기다려보라고 하셨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고객이 개인적으로 어필하는 것보다 비즈니스 파트너인 에이전시에서 어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란다. 회사 측에서 무시할 수 없는 파트너이니 무조건 거절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 근거란다. 대한항공에서는 에이전시 사장님에게 조금씩 타협안을 내놓았고, 오랜 시간 동안 줄다리기 한 끝에 결국 사장님 뜻대로 100% 환불을 해 주겠다 약속했다. 

환불금까지 돌려받고 난 후, 나는 스타벅스 상품권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그 후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에이전시는 사실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의 중간에서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에이전시 대부분이 서비스 제공자 쪽에 더 가깝게 있지만, 드물게 고객의 위치에 서서 고객 대신 입장을 대변해주는 업체들이 있다. 내가 고객으로서 해야 할 일은 그들이 계속 이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때로는 감사의 마음도 표하고, 때로는 서비스에 문제가 있을 때 정중하게 피드백을 줘서 더 나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파트너가 있다는 점에서 나는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코비드 때문에 여행업계가 힘든데, 요즘 어찌 지내시는지.. 내일쯤 안부 카톡 한 번 날려드려야겠다.)



2020년 3월 12일 자, 뉴욕 타임스 기사 중, " Chaos in Europe, and Anger, Over U.S. Travel Ban to Curb Coronavirus

아수라장일 것을 예상하고 들어간 프랑크푸르트 공항, 생각보다 공항은 한산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가 재빨리 움직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우리가 운이 좋았다. 어떻게 보면 운이라는 것도 정보를 빨리 습득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사람에게 따라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나와 일개미씨는 꽤 괜찮은 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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