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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Feb 03. 2022

본질에 충실한 고등학생 인턴십.  학교가 답이다

HTH의 Junior Internship의 기록(2)

초등 저학년 때는 모든 학부모들이 학교에 자주 간다. 하지만 아이가 크면 클수록 그 빈도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부모의 역할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아이와 교사가 채운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나 같은 특수 학부모들은 일반 학부모들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 선생님들과 접촉해야 할 일이 많다. 아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들을 학부모가 대신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교사와 아이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학부모인 나는 중요한 주체임은 확실하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아이는 교사의 도움을 받아 홀로 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아이의 인생을 내가 대신 결정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특수함에도 불구하고 뒤로 물러서는 것을 택했다. 교우 관계, 학업, 진로 등 모든 면에서 말이다.


고2에 해당하는 11학년 주니어가 되니 인턴쉽, 진학 상담 등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께서 이런저런 옵션을 보내시면, 내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기보다는 아이 의사를 묻고 아이가 직접 선생님과 대화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진학 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아직 자기와 미팅하지 않은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미팅을 잡으라는 메일을 학부모에게도 보냈다. 분명 우리 아이는 미팅을 안 했을 터, 이 이메일을 아이에게 포워딩해 보냈다. 그랬더니 아이가 미팅 날짜를 잡아 왔고, 선생님은 우리도 참석하겠냐는 이메일을 보내셨다. 이에 아이의 진로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아이가 자유롭게 선생님과 상담하고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하며, 그러니 나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대신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메일로 알려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입 진학 어드바이저 교사는 학생에게 자율성을 주는 우리의 교육 방식을 존중한다는 답메일을 보냈다.


아이의 인턴쉽을 구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부모로서 우리의 역할은 미팅에 참석하여 '이런 곳이 좋겠다'는 우리의 의견을 제기하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진행 상황이 이메일로 전달되면 여기에 우리의 의견을 덧붙이거나,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강점을 갖는 교통 관련 분야에서 인턴십 찾는 것이 1월 초반까지도 별 진전이 없었다. 여기저기 접촉을 해도 답변이 오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아이와 의논하여 Plan B로 음식점에서 인턴십 하는 것을 제안했다. 우리 아이가 특히 이탈리안 음식을 좋아하니 이 쪽으로도 길을 만들어보자고 먼저 제안했더니, 선생님이 무척 반가워하셨다. 원래 계획대로 진행이 안 되어 선생님도 답답하던 차에, 학부모인 우리가 먼저 이런 제안을 함으로써 선생님이 운신할 폭을 넓힌 것이다. 이 과정에서 RAD라는 새로운 옵션도 나온 것이다. 우리는 부모로서 인턴십의 방향을 정하고, 이를 수정하는 것 정도의 역할만 한 것이다.

앞 글에 올린 인턴십 진행 상황들은 아이와 특수 교사의 주도 하에 전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이 어떠했는지 통해  특수 교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좀 더 알아보자;


6 Steps to Internship


위 그림은 일반 학생들에게 공유된 인턴쉽 과정이다.  나는 우리가 인턴쉽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특수 교사에게 우리 아이에게 맞춘 Timeline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선생님은 다음을 보내셨다;


2021년 11월

의미 있는 인턴쉽을 수행할 수 있는 장소를 리서치하여 이메일, 전화, 직접 방문을 통해 컨택


2021년 11-12월

영어 수업 시간에 Press Kit 제작;

이력서, Life Subway Map, 포토스토리,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이유는?"라는 질문에 대한 에세이, 프로페셔널한 웹사이트 등이 포함됨.


2021년 12월/2022년 1월

Permission slip, mentor interest form, 회사 MOU 문서 등에 학부모가 사인.

이 기간 동안 아이는 인턴으로서 올바른 행동, 직장에서의 에티켓, 인턴쉽 장소에서의 기대치 등에 대해 교육 받음


2021년 12월-2022년 2월

인턴쉽 멘토와 함께 프로젝트를 발전


2022년 2월 14일-3월 18일 , 인턴쉽 수행. 블로그에 활동 내용들을 기록


2022년 3월 18일 인턴쉽에서 배운 내용들로 PPT(Internship Presentation of Learning;iPOL)


선생님은 최대한 여기에 맞춰 아이가 인턴십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1월 중순까지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일단 인턴십 가능한 곳부터 일을 진행하되, 기존에 연락했던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접점을 찾고 계신 것이다.

지난 주말에 우리 아이는 인턴십을 일단 하기로 한 곳에서 트레이닝을 마쳤다. 이곳에서 말을 돌보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샌디에고의 대중교통을 총괄하는 Metropolitan Transit System (MTS)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는 연락을 취했는데도 답장이 오지 않자, 선생님은 우리 학교 졸업생의 학부모 중 SANDAG(The San Diego Association of Governments)에 근무하는 분이 있다는 알아내고는 이 분을 통해 MTS에 접촉했고 1월 마지막 주인 지난주에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오미크론 때문에 막판에 인턴십이 취소된 Cal Trans도 Cal Trans에 HTH 선배들이 인턴쉽을 했던 기록을 바탕으로 선생님이 접촉하신 것이었다.


학생이 의미 있는 인턴십을 할 수 있도록 선생님께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런 진심 어린 선생님의 태도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고등학생 인턴십은 부모의 인맥으로 대부분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인턴십의 주체가 학생이 아닌, 학부모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턴십을 어디에서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학생이 아닌 부모의 욕심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인턴십은 의욕 없는 학생을 인턴으로 고용한 곳에서도, 흥미 없는 일을 해야 하는 학생도 서로 괴롭다. 대학 원서에 쓸 수 있는 화려한 스펙이지만 실상은 시간 낭비인 셈이다. 무의미한 일인 것이다. 대부분 회사에서 고등학생 인턴십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화려한 부모 인맥을 가지지 못한 학생들은 인턴십을 가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아버지가 교수인 아이는 대학에서 인턴십을 할 기회가 있지만, 아버지가 대학에서 청소하는 직업을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에서 환경 미화원들이 없으면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빈부를 대물림하는 고등학생 인턴십, 시간 때우기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고등학생 인턴십은 무의미한 제도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학교가 중심이 되어 학생들의 인턴십을 찾는 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의 CEO였던 래리 로젠스탁은 기존의 직업 교육이 저소득층 학생들이 저숙련/저임금 노동에 머무는 것을 정당화하는데 머물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직업 교육이   아카데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출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직업 교육'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사회적 이동성을 위해  저소득층 자녀들은 대학 진학이 더욱 절실하나, 실제로 중고등학교에서 이들에게 ' 대학 교육이 필요한지' 가르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부의 편중이 더욱 심해지는 사회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학 진학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다른 양상이 보이기는 하나, 기존의 직업 교육이 사회적 이동성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런 점에서 점점 벌어지는 빈부 격차, 고위험군 직업군의 젊은 청년들의 빈번한 사고사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러한 현실에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할까?


그 답을 찾는 데 있어 우리 학교의 4가지 운영 원칙, Equity, Personalization, Authentic Work, Collaborative design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직업을 탐색하게 하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좀 더 아카데믹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나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며, 그 중간다리로서 '왜 대학에 가야 하며,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고등학생 때 찾아야 한다. 이를 결정하기에 앞서 인턴십으로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은 무척 의미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인턴십을 마치고 나면 진학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준비를 다 같이 함께 한다. SAT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추세였고, 코로나로 인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고는 있지만, 그 전에는 이 시험을 볼 학생들은 학교에서 SAT 교재도 나눠주고 시험 준비도 다 같이 학교에서 했었다고 한다. 학생 개인의 인생에서도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인턴십이 중요하고, 학교에서도 다년간의 축적된 경험을 비추어 이 주니어 인턴십을 통해 인생이 바뀐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학교에서는 주니어 인턴십을 ‘우리 학교 PBL 커리큘럼의 꽃’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학교과 교사가 중심이 되어 인턴십을 진행하면 '부모' 대신 '학생'과 '교사'가 주체가 된다. 이렇게 되면 아이의 진로에 도움을 줄만한 역량을 갖지 못한 부모들을 둔 아이들도 성장의 기회가 생긴다. 학교가 바로 그 기회를 갖도록 돕기 때문이다.  

더불어 부모가 보지 못하는 아이의 강점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 아이처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장점을 발휘하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는 아이에게 결핍된 부분에 집중하여 이를 메꾸는데 주력한다. 일반적으로는 부모의 이런 태도가 아이가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나, 아이의 장점을 간과하거나 별 볼 일 없게 취급하는 부작용이 따라온다  아이의 진로를 결정하는 문제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선택해야 성공 확률이 높은 만큼, 이런 면에서 부모가 보지 못하는 장점을 볼 수 있는 교사가 아이의 조언자로는 부모보다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자, 부모들은 '내 아이가 어디에서 인턴십을 하도록 도울 것인가?'의 문제를 학교에 맡겼다. 학교에서 아이와 교사가 알아서 할 것이니 맡겨두기고 뒤에서 멀뚱하게 구경만 하면 되는 걸까? 모두 예상했겠지만, 대답은 "NO!"다.


2022년 2월 2일

ECHO


#직업교육

#대안교육

#혁신교육

#사회적이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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