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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Mar 11. 2022

답안지를 받다.

Hoya의 ‘나의 선생님’ (3)

취학 연령이 된 아들, 망설이는 우리 부부

2010년 9월, 우리 아들도 5살이 넘어 킨더에 갈 나이가 되었다.

응당 입학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나, 과연 학교를 올해 보낼지, 아니면 1년 정도 미룰지를 놓고 나와 남편은 고민했다. 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미 유치원에서 2번이나 쫓겨난 우리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초등학교에서도 퇴학당하면 어쩌나 두려웠다. 에디슨의 엄마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유치원에서 만 3세가 넘은 유아들 중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행정 구역상의 홈스쿨에서 아이들을 관리하니 연락을 해 보라고 알려주었다. 수도 없이 연락을 하고 찾아갔지만 학교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제도권 학교 교육 안으로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 그 안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 해 9월, 우리 아이는 UCSD 대학 부근의 Doyle Elementary에 입학했다.


경험 많은 소아과 의사나 유치원 교사도 우리 아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 바로 이 지점에 우리 아이처럼 일반적 이어 보이나,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어려움이 있다. 전형적인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자폐증을 보이는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바로 의사의 진단을 받아 각 지역별로 배치되어 있는 Regional Center에 등록되어 제반 서비스를 받는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내가 살고 있는 샌디에고에는 여기에 언어 치료 Speech Therapy, 작업 치료 Occupational Therapy,  응용 행동 분석 치료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Therapy 등의 치료들 뿐 만 아니라, 돌봄에 지친 엄마가 쉴 수 있도록 엄마 대신 아이를 돌봐주는 일종의 내니 서비스인 Respite Service 등이 포함된다. 물론 이 서비스들은 정부에서 세금으로 전액 지원한다. 아이가 더 어리면 어릴수록 이런 intervention service들의 효과가 더 좋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 우리는 해당되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겉으로 보기엔 너무 멀쩡했다.

 

학교, 우리에게 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곳

그런 면에서 학교는 우리 아이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유일한 장소였다. 학교마다 특수 교사와 상담 교사, 언어 치료사 및 작업 치료사들이 근무한다. 유치원에는 이런 일들을 할 전문 인력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 교사는 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 수는 있어도,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콕 집어 이야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그대로 방치해 둘 수 없어  왕복 3시간 거리인 오렌지 카운티에까지 가서 언어 치료를 비싼 치료비를 내며 받았지만, 그다지 큰 효과는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호야를 관찰해도 될까요?

학교에 입학한 지 딱 한 달이 지나자 특수 교사가 하교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간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호야가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르다고, 우리가 당신 아이를 좀 관찰해도 괜찮겠냐고..


안 될 이유가 없었다.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우리도 우리 아이를 잘 모르겠으니 전문가인 너희들이 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가 가진 문제가 부모인 우리가 훈육을 잘못해 아이 성정에 문제가 있는 건지,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진심으로 알고 싶었다.  그때는 더 이상 우리 아이가 비정상이면 '나는' 혹은 '우리는' 어쩌지?.. 하는 자존심 따위는 없었다. 그만큼 우리 둘 다 지쳐 있었다.


11월부터 아이에 대해 본격적인 관찰이 시작되어 약 6개월 간 지속되었다. 특수 교육 관계자뿐만 아니라, 학교 교장, 교감 및 일반 교사와 상담 교사도 꽤 오랜 기간 동안 아이를 관찰했다.

킨더 한 학년이 거의 끝나가는 5월 말, 아이에 대한 진단명이 붙었다.

Asperger Syndrome


그토록 5년 넘게 우리가 찾아 헤맨 문제에 대한 답이었다.

우리는 안도감에 그날 밤 펑펑 울었다.


2022년 3월 8일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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