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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Sep 06. 2024

호야에게는 마사지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두 번째 목적지 방콕, 태국에서 2

촉각이 예민한 호야에게는 마사지도 하나의 도전이다.

방콕에서 해보려고 마음먹은 액티비티 중 하나는 바로 마사지! 호야의 첫 번째 챌린지이다.

내가 워낙 마사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호야가 협조만 해 준다면 1일 1 마사지를 받아야겠다 다짐했다. 이것이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던 건, 워낙 간지러움을 많이 타는 녀석이라 분명 손만 갖다 대도 크게 웃어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조용하게 쉬고 있는 다른 손님들에게는 큰 민폐니 두고볼 수 만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명색이 여행인데 남들이 누려보는 호사 하나쯤은 우리도 누릴 자유가 있다!


보통 자폐아들의 감각 기관은 굉장히 예민한 경우가 많은데, 촉각에 예민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 이것을 영어로  Sensory Issue라고 하는데, 심한 아이들은 햇볕이 살갗에 닿는 느낌이 너무 따가워서 한 여름에 바닷가를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반소매 옷을 못 입기도 한다. 호야의 경우 그렇게 이 문제가 심한 편은 아니나, 또한 아주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가지고 있는 티셔츠 왼쪽 아래에는 모두 구멍이 나 있다. 라벨이 살에 닿으면 간지러워서인지 라벨을 모두 가위로 잘라내는데, 라벨을 최대한 잘라내려다 티셔츠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이런 호야 입장에서 타인의 손길이 몸에 닿는 마사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도전인 것이다.

 

아들이랑 함께 가는 마사지샵인 만큼 아무 곳이나 막 갈 수도 없었다. 어설프게 자료 찾느라 시간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호텔 컨시어지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게다. 바로 컨시어지로 가서 '아들과 엄마가 함께 가도 될 정도로 건전한 곳, 그리고 손님을 잘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마사지사가 많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힐튼 스쿰윗 주변에 있는 아시아 허브 소사이어티'라는 곳을 알려 주었다. 드디어 호야 19년 인생 통틀어 첫 마사지에 도전한 것이다!


첫 날 이곳에서 나와 호야 둘 다 발마사지를 받았다.

같은 종류를 받아야 한 공간에 머물 수 있고, 호야가 심하게 민폐 끼치는 상황이 오면 내가 컨트롤해야 그나마 다른 손님들에게 덜 피해가 갈 것이므로, 페이셜 마사지가 심히 땡겼음에도 아쉬운 대로 발마사지로 만족하기로 했다.

샵에 들어가 프런트 직원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미리 알려주니 연령대가 좀 있는 마사지사 두 분이 나오신다. 발 마사지는 족욕으로 시작했는데, 호야는 간지럽다면서 스파가 떠나가라 웃으며 마사지사의 손길을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한 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는 동안 체구가 작은 태국인 중년 여성이 다루기엔 우리 아들의 덩치가 커서 컨트롤하기 쉽지 않았음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웃으며 마사지 서비스를 진행하셨다. 어느 순간부터 호야의 웃음소리는 차츰 잦아들더니, 결국 곯아떨어졌다. 코까지 골면서.. 이 정도면 첫 번째 도전 치고는 아주 성공적으로 미션 수행 완료!

마사지 순서를 기다리며 @ 아시아 허브 소사이어티

다음 날, 호야에게 오늘도 마사지를 받겠느냐고 물었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또 받겠다고 했다. 이 정도면 100% 마음에 드는 액티비티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80점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나쁜 기억은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방콕에서 호야가 발마사지 2번을 받다니.. 이 정도면 예상을 넘어선 흡족한 결과다. 이 작은 도전들이 호야의 센서리 이슈를 조금이나마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이 날, 컨시어지에서 저녁에 헬스랜드 사톤 지점에 마사지 예약을 해 놓고, 와불이 계신 왓포에 호야랑 기차 타고 다녀왔다. 날이 더우니 호야는 여간해서는 실내에 있으려고 했다. 그런 아이한테 여기저기 가자고 하면 짜증스러울 것 같아 여기 딱 한 곳만 가자고 했다. 라차담리 역에서  BTS 실롬 라인을 타고 실롬역에서 MRT로 갈아탄 후 사남차이 역에서 내렸다. 왕궁이 있는 역이라 그런지 역사도 굉장히 깔끔했고, 관광객들이 원하는 관광지로 찾아가기 쉽게 역 내에 안내가 잘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지나가던 여학생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긴 했었지만..

호텔에서 출발!  BTS에서 MRT 갈아타러 가는 중 (두 번째 열) 꽤 멋있었던 사남차이 MRT 역사 천장(아래)

MRT 역사에서 나와 350미터 정도 걸어야 왓 포로 간다는 안내를 보자 걱정이 되었다.

날씨가 제법 흐리고 해가 뜨지 않아도 밖에서 걷기에는 무리였다. 350m는커녕 100m도 걸을 자신이 없었다. 목적지를 다른 데로 바꾸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는데, 마침 역사로 나오니 툭툭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드디어 호야가 툭툭이도 탑승했다! 올 때는 수상택시를 타고 돌아오려고 했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는 통에 수상택시는 이번에는 못 탔다. 수상택시를 타고 짜오프라야 강을 따라 내려오며 강변에 있는 아름다운 사원들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이것은 다음 기회에 보는 걸로.


내 기억이 맞다면 툭툭이를 타는 데 150밧 정도 냈었던 것 같다. 약 10불 정도 되는 돈이니 툭툭이를 타는 것은 가격면에서 메리트가 있었는데, 사원에 들어가는 입장료가 일인당 300불이 넘었다. 와.. 아무리 관광지임을 감안해도 이건 일반 물가와 괴리가 너무 크다...

왓 포 사원 경내에서. 사원 입구 사천상 앞에서(맨 위/왼쪽), 와불이 모셔진 불당 밖에 있는 징(맨 위/우측) 와불 앞에서 합장(두 번째 열), 그리고 왓포 경내(맨 아래열)

이번 여행에서 지난 창경궁 투어에 이은 두 번째 관광이었다. 재미없어할 줄 알았는데 어릴 때부터 신실한 불자이신 할머니를 따라 절에서 합장하는 것이 낯설지는 않아서인지, 왓 포 사원에서도 사원 예절에 맞게 점잖게 관광을 했다.

개인적으로 저 거대한 와불은 크기만 했지 그다지 나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았는데, 대신 법당 내 문에 그려진 다양하고 섬세한 법화들, 그리고 부처님 발바닥에 새겨진 섬세한 부조들, 그리고 아름다운 사원 지붕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법당도 아름다웠지만 법당 밖에서 관광하고 나온 사람들이 그늘에서 더위도 식히고 물 마시며 다리 쉼도 하는 모습에서 이곳은 마치 공원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호야도 여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나보고 자꾸 자기 사진을 찍어달란다. 인스타에 빨리 올려야 한다고.



구름이 낀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다시 호텔이 있는 라차담리 역으로 가는 도중 중간 환승역인 실롬에서 내렸다. 여기서 살라댕에 있는 헬스랜드 사톤 지점으로 가려면 라차담리 역과 반대 방향으로 BTS로 한 정거장만 가면 되었다. 실롬 역에 내렸을 때 예약 시간까지 약 30분 정도 남아 있었는데, 그때는 이 역이 먹거리의 천국인 실롬 콤플렉스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몰랐다. 이 몰 식당가에 가면 온갖 맛있는 집들은 다 모여 있는데, 그걸 몰라 전철역 편의점 샌드위치로 저녁을 때웠다는 슬픈 이야기.. 게다가 살라댕 지역에 있는 헬스랜드 사톤점은 출구만 잘 찾아가면 BTS 역과 거의 연결되다시피 한 위치인데도 불구하고 반대쪽에서 비 쫄딱 맞아가며 마사지샵 찾아 삼만리를 했다는..


그래도 어제 발마사지를 받아봐서인지 이 날은 호야가 발마사지를 어제보다는 좀 수월하게 받았다. 그 덕에 나도 1시간 호야와 다른 공간에서 타이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마사지를 받는 사이, 빗방울이 상당히 굵어졌다. BTS 역까지 도저히 걷지 못할 것 같아 그랩으로 택시를 불렀는데, 악명 높은 방콕의 트래픽에 걸려 거의 10시가 다 되어서야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에고.. 배가 고프구나..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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