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 윤지혜 인터뷰 (2024년 1월)
아침 8시.
기사 발제문을 데스크(기사를 최종 수정하는 권한을 가진 부장급 기자)에 제출한다. 전날 미리 취재를 마쳐둔 경우라면 맘이 좀 편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새벽 일찍 일어나 정리한다.
9~10시쯤 각 부서 데스크들이 모여 편집회의를 하는 동안, 담당하고 있는 IT업체들이 보낸 보도자료를 확인하고 매체에 맞게 리라이팅하는 등 정리한다. 데스크 회의가 끝나고 나면 데스크의 피드백에 따라 추가 취재를 한다.
오후 3시.
익일 신문에 싣기 위해 취재 기사를 완성하여 송고한다. 데스크는 3시까지 제출된 기사를 보며 수정하거나 추가 보충 취재를 주문하기도 한다.
오후 5시.
정치부나 사회부 등 갑작스럽게 이슈가 생기는 곳을 제외하고 IT부의 경우는 보통 5시에 마감을 한다. 완성된 기사는 편집부, 교열부 등을 거쳐 제목과 그래픽이 달린 지면으로 제작된다. 신문 미리보기 격인 대장을 보며 오타 등을 확인하고 나면 사실상 퇴근이다. 각자 취재원(취재 대상)을 만나거나 다음날 아침까지 발제에 제출해야 할 기삿거리를 찾아 취재에 나선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는 세 번의 마감을 중심으로 일과가 흘러가지만, 시급한 일이 생기면 추가로 기사를 써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온라인 중심 매체임과 동시에 신문 지면을 발행하고 있기에 현업 기자들은 발제한 기사 1개를 포함해 많게는 10개 정도의 기사를 매일 작성한다.
'하루 세 번의 마감이 있는 삶'의 당사자는 “일과가 생각보다 심플”하다고 말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촌각을 다투는 시급함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더욱이 다음날 발제할 거리가 없다면? 상상만 해도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것 같다.
지혜는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IT분야 취재 담당인 9년차 기자다. 지난 11월부터는 출산과 육아를 위해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24시간 주기의 살다가, 요즘은 2~3시간 주기인 생후 50일 아기의 삶에 맞춰 살고 있다. 체력은 더 달리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일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상태라며 환하게 웃어보인다. 일할 때 만큼이나 열정넘치는 초보엄마의 삶을 살고 있는 지혜를 옥수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기자로서 첫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지혜의 행보는 자연스러웠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사에 관심이 많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미를 지녔더랬다. 대학에서는 신문방송을 공부했고, 사회대 학생회장을 하면서 관심의 저변을 학교를 넘어 사회로 넓혀갔다. 언론사 입사를 위한 수험생활을 거쳐 기자라는 목적지에 당도했다. 생의 단계들이 순리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약간 기자라는 직업을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영화나 TV 속에 나오는 그런 정의감에 불타는 기자로만 보니까 늘, 매일매일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빨리 그만뒀던 것 같아요.”
첫 직장에서 3년의 경력을 쌓은 지혜는, 기자를 그만 두고 일반 기업의 홍보팀으로 전직했다. 그리고 다시 기자로 돌아왔다. 재입사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내가 왜 다시 기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직 내가 뭘 잘할 수 있을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였던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 하기에 기자는 너무 안성맞춤이거든요. 여기 저기 다녀보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보고, 이것도 찔끔 해봤다가 저것도 찔끔 해봤다가. 한 분야의 전문 기자인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의 주니어들은 여러 부서를 많이 돌려보니까 내 적성을 찾기에 참 이것만 한 게 없어요. 두루두루 상식도 좀 넓어지는 것 같고. 그러니까 약간 나를 모르겠는 사람들이 나를 찾기 위해 하기에는 가장 좋은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는 근데 그걸 오히려 두 번째 (기자 생활) 시작할 때 깨달은 거예요. 기업에서는 한 부서(홍보팀)에서만 일을 해야 하고, 회사는 옮겼어도 업무는 같은 상황(홍보팀의 주된 업무는 언론사에 배포할 보도자료 작성)에 놓이다 보니 ‘이럴거면 되려 기자가 나았겠다’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어요. 굳이 기자는 그 분야에서 무조건 잘할 필요도 없거든요. 내가 재밌게 하면 되는 거고. 그래서 기자를 다시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돌아와서) 만족도가 갑자기 높아졌어요.”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 느끼지 못했던 재미가 다가왔다. TV나 영화 속이 아닌 현실세계에 발붙인 직업으로서의 매력을 더듬어갔다.
“동생은 맨날 영화나 뉴스같은거 보면서 ‘언니도 저런 일 해?’하고 묻는데, ‘아니 안해. 난 절대 안 해. 현실에서 멸종된 공룡 이야기를 하는거야 저건’이라고 대답해요. 그래서 다들 ‘기래기 기래기’ 하는 걸 수도 있지만 사명감으로 기자를 하는 건 너무 힘든 게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제가 사명감을 가져서 지켜야할 ‘그게’ 없어요. 정의가 없어요. 모든 가치관이 파편화된 사회에서 예전처럼 민주화라든지 그런 게 없어요. ‘절대 선(善)’이라는 가치관이 없는 상황이란 말이죠.”
노사 취재를 예로 들면, 예상과 다르게 노조에 이상한 사람이 있기도 하고, 회사의 얘기가 납득이 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런 현장의 어떤 미묘한 순간들을 계속 경험하다 보면 결국에는 내가 지향했던 ’선‘이라는 건 의미가 없어지니까 허무해지는 거예요.”
다시 얻은 기자 명함인 만큼 여기서 그칠 리 없었다.
“난 뭐 하는 거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이렇게 생각 안 하고 ‘내가 언제 또 이런 노조의 얘기를 들어보겠나’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내가 신문에서만 보거나 뉴스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들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 ‘이런 얘기가 있구나’하고 생각해요.”
동료 기자들이 ‘돌아온 연어’의 의견을 구할 때면 주저없이 답해주기도 한다.
“주변에 기자하는 사람들이 ‘나 뭐 다른 거 해볼까 하는데 어때?’라고 하면 그냥 무조건 하라고 해요. 왜냐하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거든요. 이런 직업 회귀성을 생각해 보면 내가 여기서 일단 시작을 해서 어느 정도 기반만 쌓아놓으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집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기자라는 직업의 장점은 회귀성뿐 아니라 커리어의 유연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유력 매체들의 기자가 되는 건 진입장벽이 높지만 이제는 또 그렇지만은 않은 시대이기도 해요. 매체가 많고 경력 이직이 너무 자유로워요. 물론 한계도 있겠지만.”
인터넷 신문 기자로 시작해 종합편성채널로 이직한 케이스까지 봤다며, 처음부터 유력 매체만 바라보고 수험기간을 길게 가져가기 보다는 중소 매체여도 일찍이 경력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했다. 지혜는 유력 매체에서 인턴기자 생활을 거쳐 정식 기자가 되기까지 언론고시에 3~4년 투자했다. 이 시기가 가장 아쉽다고 했다.
“좋은 직업 기회나 제안도 많아요. 원래 기자를 하면 홍보 담당자로 많이 가긴 했지만 제 주변에는 벤처캐피탈 투자 심사역을 한다든지 아니면 창업을 한다든지. 애널리스트 하는 사람도 있고, 선물 옵션 이런 애널리스트도 많아요.”
지혜는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며 “기자라는 직업은 어디서든 해보면 너무 좋은 직업”이라며 자신있게 추천했다.
물론 직업에 장점만 있을 리 없다.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일이란 게 자기 만족을 위해 하는 것인데. 이 직업이라는게 매일 비교가 되는 직업이잖아요. 같은 현장을 보고 기사를 써도, 누구는 이런 팩트까지 챙기는데 나는 못 챙겼거나, 이 사람은 이런 시각으로 보는데 나는 못 했거나. 이게 기사가 나오는 1시간 안에 모든 매체가 다 비교돼요. 기자들끼리도 그걸 딱 알아요. 사이즈가 나온다고 하죠. 잘하는 기자, 못하는 기자, 이 기자는 여기까지 보는데 저 기자는 더 본다. 그걸 출입처(취재원)에서도 알아요. 저 사람이 나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고 있는지가 너무 보이고, 그걸 내가 늘 간파당하는 기분이니까 그게 너무 어렵죠. 심정적으로 매일매일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돼요.”
매일 성적표를 받는다는 말에 최근에 본 영화 <다음 소희>가 떠올랐다. 주인공 소희는 인터넷설치 기업의 콜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일하게 된다. 직원들은 고객응대 콜수와 해지방어 건수 같은 실적에 따라 매일 아침 칠판에 차례대로 이름이 적히고, 옆사람과 비교당하고, 온갖 구실로 압박받는다. 기자가 이처럼 노골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대우받을 리 만무하지만, 잠시나마 매일 성적표를 받는 소희가 겹쳐보여 이입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기자 오래한 선배들 중에 ‘매일매일 승리할 수는 없다. 적당히 지고 가다가 네가 승부수를 봐야 될 때 깃발을 꽂아라’라고 말하는 선배도 있어요. 그러니까 매일 예민하게 모든 기사를 ‘내가 쟤보다 잘해야지, 모든 취재를 내가 쟤보다 하나 더 찾아야지’라고 생각하면 못 버티는 직업인 것 같아요.”
사실 지혜는 승부욕이 강하고, 전투력도 높은 편이다. 덕분에 이런 환경에서도 잘 해낼 수 있는 것일까.
“일을 잘하는 기자는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아요. 단독·특종을 진짜 잘하는 사람. (이들은) 기삿거리를 잘 물어와요. 근데 그걸 풀어내는 능력은 부족해요. 그냥 딱 보면 너무 섹시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지 하는데, 그 뒤에 ‘이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거고’ 하는 걸 풀어내는 건 또 다른 사람의 능력인 거예요. '기획과 분석을 잘하는 사람'과 '단독과 특종을 잘하는 사람'. 생각보다 이 두 가지를 같이 잘하는 사람은 잘 없어요.”
지혜는 어떤 유형인지 물었다.
“단독과 특종을 잘하는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그게 편하거든요. 눈에 띄기 쉽고, 깔끔한 스트레이트 기사 하나 써놓으면 일은 다 한거니까 일한 티가 나잖아요(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획과 분석을 진짜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글쓰기 수업에서 강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시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기사를 써야 오래 읽힌다.’ 지혜는 그렇게 1년이고 10년이고 오래 읽히는 기사를 쓰고 싶은 기자가 되었다.
이런 욕구에는 포털을 중심으로 재편된 언론사 지형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매체에게) 포털에서의 조회수가 제일 중요해졌는데, 포털이 뉴스를 배열하는 데 있어서 단독, 특종이 너무 많은 거예요. 너무 ‘나만 단독’이라고(웃음). 그러니까 기획과 분석을 더 우선으로 배열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매체에서도 그걸 아주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심층 취재’ 달거나 기자 이름 단 코너를 만들게 되는 거죠.”
포털에서의 우선 배치는 곧 노출과 조회수로 연결된다. '좋아요', '구독'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기자별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세상이다. 기자도 팬덤이 생기는 시대가 되었다. 이전 세대 기자들은 네트워크라든지 단독 기사를 따내는 능력으로 실력이 판가름됐다면, 이제는 자기만의 시각이 승부처가 되었다.
그와중에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말 열-심을 다해 공부해서 기자가 됐다. 취재하고 기사만 쓰면 되는 줄 알았건만, 공부에 끝이 없다. 독자에게 뉴스를 전하기 위해 기자들은 자기 개발을 멈출 수 없다.
“기업이나 기관, 정부 부처에 공보나 홍보가 있잖아요. 이들은 기자가 잘 알아듣게 하고 잘 쓰게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스터디를 많이 열어줘요. 내부 담당자들이 모여서 강의도 해주고 질의응답도 받아주고요. 어려운 분야일수록 그런 게 진짜 많아요. 왜냐하면 기자들이 알아들어야 그들의 이야기가 실릴 테니까요. 예를 들어 한국거래소 시장별로 부서별로 담당자가 매주 나와서 강의를 해줘요. 기자도 사람이니까 내가 관심 있는 분야만 파고들거잖아요.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강의해주는 데가 많아요. 기자들끼리도 스터디를 진짜 많이 해요. 사인이 (초거대AI , 챗GPT 등) 이 분야를 공부하려면 좀 어려운데, 저는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니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자격이 있고 정보 접근성이 높기도 하죠. 전문가들은 저같은 기자를 너무 많이 봤으니 아주 쉽게 설명해주기도 하고요.”
일에 대한 만족을 연봉이나 복리후생이 아닌 나의 성장과 만족감으로 고개를 돌리자 일을 재밌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독자들의 거친 댓글로 인해 가슴앓이를 할 때도 많다.
“악플은 선플로 이겨요. 피드백은 피드백으로 이겨내요. 남편이 독자로서 댓글을 열심히 달아주기도 하고, 엄마도 댓글을 다세요. 어느 날은 ‘어려운 내용인데 잘 썼네.’ 라고 카톡을 보내시길래 ‘엄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라고 말씀드렸어요(기분 좋은 웃음)”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는 가족들과 독자들로부터 다시 쓸 힘을 얻는다.
지혜는 인터뷰 중 유독 ‘매일 매일’ 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일로 받은 스트레스 또한 일(을 잘 해내는 걸)로 푼다는 그녀에게 '매일 매일'이 얼마나 치열하고 의미있을지 곱씹게 된다.
아침 8시.
비몽사몽한 상태다.
밤새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간격으로 모유와 분유를 넘나들며 밥을 먹인다. 운이 좋으면 세 시간에 한 번 깨기도 한다. 너-무 너-무 피곤하지만 양껏 먹고 기분좋은 미소를 띄는 아가를 보면 ‘그래, 이 정도면 사스마리(수습기간에 경찰서를 출입하며 사건 사고를 취재하던 고난과 역경의 시기) 보다 낫지. 세 시간 뒤에 또 할 수 있어’라는 생각마저 든다. 지혜는 생후 100일이 지나면 아기가 밤새 통잠을 자게 된다는 ‘100일의 기적’을 손꼽아 기다리며 수시로 수면교육법에 대해 검색해본다.
갓 50일이 지난 아기는 루틴이랄 것이… 아직 없다. 육아는 마감시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얼굴 위로 스트레스 한 점 하나 없다.
“유능한 (여자)선배들이 자꾸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는 것에 너무 안타깝게 생각을 했어요. 제도가 안 갖춰져서 그런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만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이제는 순전히 개인의 어떤 행복을 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예를 들면 단독 특종을 해서 생겼던 그 뿌듯함보다 어느 날 아기를 딱 봤는데 얘가 나를 한번 보고 싱긋 웃어줄 때, 그 자기 효능감이라든지, 내가 생각보다 쓸모있는 사람이었구나 라든지, 아니면 이상하게 차오르는 충만감이라든지 이런 게 더 크다는 게 느껴지는 거죠.”
육아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쁠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요즘은 기사와 거리두기 중이에요(웃음). 신문도 다 끊고. 그냥 단절된 채로 있고 싶어서요. 기자들은 일하면서 자기 취재 분야에 매몰돼요. 이게 가장 큰 한계점으로 느껴졌는데, 내가 취재하는 분야에만 매몰돼서 출입하는 곳 사람들의 얘기만 듣게 되거든요. 이렇게 한번 쉬어가면 (일반독자로 돌아가) 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의외였다. 특히 담당하고 있던 IT분야는 변화의 속도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시각을 넓히기 위해 시야를 차단하다니. 실제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면서 이전에 몰랐거나 관심이 없었던 의료시스템과 정부 정책들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복직 후에 쓸 만한 발제템을 모아봐도 좋겠다며 입맛을 다신다. 아무래도 ‘단절된’ 상태가 오래 가진 않을 것 같은 천생 기자다.
지혜는 아이를 갖기 전부터 남편과 뜻을 모아 ‘부성우선주의’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 아이를 갖겠다고 마음먹기 전부터 우리 부부는 ‘부성우선주의’에 대한 헌법소원을 꿈꿨다. 출생신고가 아닌, 자녀계획이 불분명한 혼인신고때로 성 선택권을 제한하는 건 호주제 폐지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 한편에선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져 낑깡이(태명)가 엄마 성을 따르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가 따라다닐 거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낑깡이가 자기 이름 유래를 입 아프게 설명해서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작은 파장을 만들 수 있다면 엄마로선 더할 나위 없이 족하다. 사실 나는 딸에게 평등사회를 넘어 거기에 일조할 소명의식을 선물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
(출처: 지혜 인스타그램)
결론적으로 헌법소원은 각하되어 아이는 부계 성을 따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지혜 부부가 자녀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픈 자유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걸음이 되지 않을까. 자기 분야에만 매몰되었다고 하기엔 사적 영역에서 마저 세상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여전히 넓고 뜨겁기만 하다. 아이를 키우며 세상에 어떤 파장을 일으켜 나갈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 https://media.naver.com/journalist/008/75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