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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May 05. 2022

질투라는 감정 속에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산모수첩을 받은 사람들이 부러웠다.

유산을 겪고 난 후 내게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올라왔다.

그중 제일 크게 올라온 감정은 질투였다. 습관처럼 인스타에 들어가 비슷한 시기에 임신했던 지인들이 사진과 함께 올리는 임신 일기들을 볼 때면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아 하늘이 원망스럽고 그 사람들이 질투 나기까지 했다.


'왜 나만,,,'이라는 생각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아기는 모두 잘 크는데 왜 나의 아기만 보내줘야 했던 건지,,, 이런 일이 왜 내게 일어난 건지 마음 아픈 일을 겪고 마음을 다시 추스리기 까지가 참 힘들었다. 그래서 유산을 겪은 후 일정 기간 동안은 sns를 하지 않았다.


아기집을 보고 임신소식을 알렸었고, 축하해주신 양가 어른들과 지인들에게 아기가 잘 크고 있다는 게 아닌 다른 소식으로 알려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밖에 나가면 배 나온 임산부만 내 눈에 띄었다.

'와 저 사람들은 뱃속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주니 얼마나 행복할까  그것보다 행복한 게 있을까?'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마음에서 말하곤 했다.


유산 후 산부인과 검진일이 왔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와 자궁의 상태를 확인차 가야 하는 날인데 내키지가 않았다. 아마도 산부인과라는 곳을 가서 목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게 불편했다. 누군가는 아기의 건강상태를 보기 위해 방문하고 누군가는 나처럼 수술 후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방문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산과 접수 후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는데 산모수첩을 든 채, 배가 살짝 나온 산모도 있고, 배가 꽤 나온 산모들도 있었다.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싶었지만 나의 아기도 잘 자라주었다면 지금쯤 이 주수일 테고 저 사람들처럼 산모수첩을 든 채 기다리고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몇 주 만에 만난 담당 원장님,

"조직검사 결과 예상대로 이상 없습니다. 3개월 정도 푹 쉬고 맛있는 거 먹고 행복하게 보내다 그 후에 배란일 맞춰서 임신 계획해봐요"


다행히도 남편과 내 유전자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보내줘야 하는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나의 문제도, 남편의 문제도 아니라는데 내 탓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이때 내가 이랬다면 저랬다면 아이를 지킬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나 자신이 막을 수는 없었다.


예능을 봐도, 이 프로를 틀어도 저 프로를 틀어도 내 눈엔 임산부에 관련된 것만 보였다. 웃기는 예능을 봐도 웃음이 안 났다. 그냥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겪어야 하는 시간임을 알기에 나는 그 감정 모두 인정해주며 힘들면 힘든 감정 모두 인정해주며 시간을 보냈다. 하하 호호하며 웃었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까지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시간은 역시 약이었고 차츰차츰 우리 부부는 일상을 되찾았다.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이 다시 내 머릿속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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