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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Feb 14. 2023

계류유산 2달 후 아기가 찾아오다

그렇게 듣고 싶었던 심장소리 그리고 갑작스런 출혈과 입원



절박유산의 정의 : 임신 20주 이전에 질출혈이 동반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임신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계류유산, 완전 또는 불완전 유산 등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증상은 출혈로 시작되는데 몇 시간 또는 며칠 후 복통이 뒤따른다.




계류유산 된 지  두 달째 보통처럼 생리를 하는 날이었는데 생리양이 보통보다 적었다. 유산 후에 몸에 문제가 생긴 걸까?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평소와 다를 때는 임신테스트기를 해보는 게 좋다는 글을 봤다.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임신테스트기를 해보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냥 한 줄.


"에이 아니네, 그래 생리하는데 그럴 리가 없지"하고 나왔는데 아주 아주 희미하게 '나 두줄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정말 희미한 한 줄이 더 생겼다.


"오빠!!! 나 임신인가 봐!"

"어? 생리한다며"


"아니 이게 생리가 아니고 착상혈일 수도 있대 근데 임테기 지금 두줄 떠 봐 봐"

"에이~이건 한 줄 같은데? 어디가 두줄이야"


"안 보여??? 여기 희미하게 한 줄 보이잖아"

"여보가 말한 매직아이 아니야?? 여보 눈에만 보이는, 난 두줄로 안 보여"


"그래,,, 두줄 맞는데 일단 3일 뒤에 다시 해보지 뭐" 하고

내가 보고 싶음 마음에 나만 보이는 건가 싶어 괜히 나를 희망고문하고 싶지 않아 남편눈엔 한 줄이라는 임신테스트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3일 뒤 다시 해본 임신테스트기, 누가 봐도 두줄이었다. 마치 '엄마 나 여기 있는 거 맞아요' 외치듯이 정말 선명한 두줄이 보였다.


바로 산부인과에 가면 아기집도 안 보일걸 알았기에 며칠을 참고 참다 너무 궁금해서 일주일이 지나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2달 만에 임신으로 온 내게 선생님은 박수를 쳐주며 일단 초음파를 보자고 했다. 너무나도 떨리던 초음파 심장소리까지 들으면 좋으련만, 5주 차쯤으로 보인다고 심장소리는 아직 들을 수 없다고 한다. 난황까지 밖에 안 보여서 더 불안했다. 혹시나 또 계류유산이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심장소리 듣는 주수가 오기를, 그때까지 시간이 얼른 가기를 바랐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당부하신 말씀이 있었다.

"아기집이 지금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요, 일하고 계시다면 회사에 말씀하셔서 휴가 내시거나 쉬시는 게 좋아요"라고


근데 이미 한 번의 유산으로 휴가를 썼던 상황이었고 두 달 만에 또다시 휴가를 쓰기엔 눈치가 보였다. 아직 심장소리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산부인과 선생님 말씀엔 조심하겠다는 대답을 하고 나와 나는 평소와 같이 출퇴근을 했다.

나의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한번 갈아타야 했으며 편도 1시간이 걸리는 짧은 시간은 아니였다. 출퇴근 시간엔 버스에 앉아서 가는 것은 거의 상상 불가였다.


그렇게 산부인과에서 5주 차 아기집과 난황을 보고 온 지 4일이 지났을까,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려 하는데, 내 몸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화장실을 갔는데, 속옷에 피가 보였다. 임신 중에 피가 보인다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라는 것을 알았기에 갑자기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회사 상사분께, 몸이 안 좋아 조퇴를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급하게 택시를 잡아 산부인과로 향했다.

'4일 만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아가야... 제발 잘 있어주라'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는데 피가 다리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굉장히 추웠던 겨울, 롱패딩과 두툼한 바지 속 남들에겐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느껴졌다.


산부인과에서 대기를 하는데도 내 다리 사이로 흐르는 게 느껴졌다. 나오려는 울음을 꾹 참으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했고 진료받고 나와서 말해주겠다 하며 전화를 끊었다.


진료실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출혈이 있다는 말에 선생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

"피가 흐른다고요 일단 봐야 알겠네요"


두려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초음파를 보는데, 제발 아기가 잘 버텨주기를 바라며 초음파를 보는데

"아기는 잘 있어요, 심장이 뛰네요"


"네? 심장이 뛴다고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왔다, 심장이 뛴 지 얼마 안 돼 보인다며 심장소리는 희미하고 약했지만 약한 심장소리에도 나는 너무너무 고마워서 진료실에 누워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선생님이 초음파 진료를 보고 나에게 입원해야 한다고 말씀을 하신다. 지금은 출혈양이 많아 이대로 출퇴근을 하고 일상생활을 하면 아기가 위험할 수도 있어서 누워서 절대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나와 같이 아기 심장은 뛰는데 출혈이 있는 경우를 절박유산이라고 허며 이 경우는 유산기가 있어서 절대안정을 취하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도 얼마나 기다렸는지 통화음이 가는 순간 내 전화를 바로 받았다.

"오빠 아기 심장 뛰어 아기 잘 있대, 대신 지금은 안정을 취해야 해서 입원해야 한대" 심장소리를 들었다는 말에 아기가 잘 있다는 말에 남편도 다행이다라는 말을 하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내가 입원했던 병실은 3인실이었는데 나를 제외하고 30주 이상의 조산기 있는 산모들 사이에서 나는 8일간 밥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누워서 생활했다.


30주가 넘어 입원한 그 산모들도 이것저것 걱정이 많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들이 부러웠다.

'나도 저 주수까지 가서 저렇게 배 부르고 건강하게 아기 낳고 싶다'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언니들이 보여주는 태동 또한 나에겐 너무나도 신기하고 먼 이야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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