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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Feb 20. 2023

너를 만나기까지의 과정들

서툰 엄마라서 미안할 뿐

저번엔 계류유산,,, 이번엔 절박유산? 의미는 다르긴 했지만 그냥 왜 나만이라는 생각은 떠나질 않았다.

"유산을 겪고 너무 빠르게 아기를 가졌던 내 탓일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결국엔 나의 탓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회사에 연차를 내기로 했고, 8일간의 입원을 했다. 2-3일간은 출혈이 계속되었다. 초반엔 흐를 정도로 많아 참 많이 불안했다. 그리고 병실에서 참 많이 울었다. 집에 혼자 있는 남편 또한 많이 울었다. 그리고 3일이 지났을까 출혈양이 점차 줄어들었고 3일째가 되던 날 초음파를 보는데. 우리 아기 심장소리가 더 크게 뛰고 있었다.


8일간의 입원 기간 동안 나는 거의 식사 외에는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었고 퇴원 당시엔 7주 차였는데 아기의 심장은 나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더더욱 북소리처럼 쿵쿵쿵 크게 뛰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피고임은 여전해서, 선생님이 꼭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임신 10주까지는 소량의 출혈은 계속되었다. 12주까지는 너무 불안해서 매주 병원을 갔고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12주까지는 재택근무를 했다.


그 후부터는 안정적으로 임신기간을 보냈던 것 같다.

임신 중기엔 기립성 저혈압으로 버스정류장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고, 30주쯤 경부길이가 짧아지고 조산기가 오긴 했지만 남들과는 조금 다른 임신 기간이었지만 다행히 아기와 나 모두 건강했고 무사히 지나갔다.


39주 6일 차 7시간 진통, 아기의 호흡이 좋지 않다는 말. 아기 목에 탯줄을 감고 있는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응급제왕을 했다. 그리고 얼마뒤 2.76kg 태어난 무럭이를 만났다.


그토록 원하고 만나고 싶던 나의 아기, 무럭이 그저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달라고 하늘에 매일 기도하고 기도했다. 태동이 조금이라도 전날과 다르게 줄어든 날엔 혹시 뱃속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고 병원에 가서 잘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원하고 원하던 아이였는데 태어난 아기를 보고 안는 순간 나에게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내가 온몸으로 책임져야 할 존재가 생겼다는 것. 보호해야 할 존재가 생겼다는 그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과연 내가 엄마로서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아이를 낳고 나서야 들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첫 수유날, 나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모든 게 당황스러웠다. 나와 같이 출산한 산모들 사이에게 가슴을 열고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해야 하는 상황도 나에겐 굉장히 낯설었다.

신생아실 선생님들 도움으로 그 작고 작은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는데 엄마의 눈도 잘 못 뜨는 아기가 엄마의 젖을 찾아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먹으려 하는 모습을 보니 울컥하고 참 소중해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수유하는 동안 아기의 눈 코 입 귀를 자세히 살펴보며 어디서 이런 애가 나에게 왔을까 싶은 마음도 들고 뱃속에 품고 있는 10달 동안 이 모든 신체가 만들어졌다는 게 신비롭기도 했다.


그렇게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집에 왔던 그날부터 내 앞에 닥친 현실육아에 멘붕에 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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