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오남구
아내는 내일 입원을 한다
시(詩)는 돈이 될 수 없다
입원비를 마련치 못하는데
아내에게 시( 詩)를 갖다 주면
꽃이 될까
아니 될까
딸들이 엄마 곁에서
풀꽃으로 흐느끼는 온밤
노자의 벌레(저자 오남구)
출판 글나무
발매 2010.03.25
♡시를 들여다 보다가
내 시(詩)가 그저 시(時)로 치부될 때가 수도 없다. 이 세상에 아니 다른 곳 말고 이나라 대한민국에 있는 그 많은 시인들 중에 내 시(詩)가 시(詩)로써 꽃이 되고 그 꽃이 물질되어 아내의 입원비로 활짝 피워낼 재주가 있는 시인은 몇이나 될까?
시인은 그저 아픈 마음을 애둘러 표현하고 애틋함을 남들 모르게 살포시 숨겨놓고 그 애틋함을 찾았다고 공감해주면 눈물겹도록 감격하고 고마워 몸둘 바를 몰라하는 그런류의 작자는 분명 아닐텐데...
딸들이 아픈 엄마 곁에서 풀꽃으로 흐느끼는 온밤이라고 하니 새삼 선뜻 내 세울 게 없는 시인의 삶이 땅 속으로 파고드는 중이다. 나도 아내에게 시를 갖다주며 활짝 웃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