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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이런고야 (9)

단팥빵

by 최병석

달디단 팥소와 어우러진 빵 속에는

필요한 단맛은 없었다.

먹고 싶다는 간절함을 눈치껏 던져 봤지만

모른 척하는 게 일상이었다.


아버지가 안 계신 날

이복누이에게 동생은 찬밥꾸러기였다

제과회사에 근무했던 매형의 양손에

야무진 기름으로 범벅이 된 단팥빵 수십 개

냄새는 없었지만

눈치의 끝에 매달린 감각덩어리는

벌써 알아채고는 침 넘김을 허락했다


꼴딱꼴딱과 두 근 두 근이

번갈아 귓전을 때려 대지만

되돌아오는 소리는 째깍째깍 뿐


그 소리와 새까만 어둠 속으로

사라졌던 단 맛을 못 찾겠다

주변의 빵집마다 들리며

수백 개의 단팥빵을 먹어 보는데

그저 아련하기만 하다.


어쩌면 그 단팥빵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를 일! 그런데도

왜 나는 단팥빵을 자꾸만 사고 또 사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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