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흐르는 힘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서로 만나 하나의 강, 한강을 이루는 곳이다. 두 개의 물줄기가 긴 여정을 거쳐 와서 조용히 거대한 물길로 합쳐진다. 오랜 시간 헤어진 사람들이 마침내 이해와 화해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로 나아가는 모습 같다.
이곳은 단지 강이 합류하는 지리적 장소가 아니다. 서로 다름을 품어 안고, 함께 더 큰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화합의 상징이다.
나는 오늘도 이곳을 찾았다. 이른 아침, 강 위로 자욱이 깔린 물안개는 이 풍경을 한 폭의 산수화로 바꾸어 놓는다. 강물은 흰 천을 깐 듯 고요했고, 찰랑이는 잔물결은 바람에 따라 육지로 달려왔다. 오른쪽엔 위엄 있게 솟아 있는 운길산이 오랜 시간 이 합수 지점을 변함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18세기경 겸재 정선의가 이곳을 왜 그렸는지 이해가 되었다.수백 년이 지나도 이곳은 자연의 품처럼 평화롭고 따뜻하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머리는 무겁고, 가슴은 답답했다. 그토록 시원하고 청량하게 다가오던 이 풍경이 왜 이토록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결국 깨달았다. 자연은 그대로다. 변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지금 이 나라가 처한 현실 때문이다. 정치권은 분열되어 있고, 국민들은 갈등 속에 놓여 있다. 각자의 이익과 이념만을 앞세워 상대를 부정하고, 소통과 화합은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 출범한 새 정부는 그 첫 발걸음부터 많은 이들에게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오랫동안 법치의 중심을 지켜온 사법체계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까 염려된다. 또한, 사상 최대 규모로 조직된 수사팀이 보복성 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편향된 행보는 국가 기능 전반에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안보, 민생,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의 대응이 느려질 수 있다. 결국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피해로 다가올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염려되는 것은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박탈이다. 세계는 지금 자국 방위를 위해 결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듯하다. 냉엄한 국제 질서 속에서 안보를 약화시키는 결정은 우리 모두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분쟁, 미·중 패권경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지구촌은 불확실성의 시대로 들어섰다. 우리는 내부의 갈등에만 매몰되어 있다.
그럴수록 두물머리는 우리에게 조용한 교훈을 건넨다. 서로 다른 물줄기가 만나 하나의 젖줄이 되고, 수많은 생명과 도시를 살린다. 우리도 이처럼 다름을 이해하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 정치권도, 국민도, 다시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
이곳에는 400여 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사람들은 ‘도당 할아버지나무’라 부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믿는다. 나는 오늘, 그 나무 앞에 조용히 서서 기도하였다.
“할아버지나무님, 제발 이 나라의 정치권이 서로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 국민을 위한 길로 나아가게 해 주십시오. 갈라진 마음들이 다시 하나로 모여서 이 나라가 평안하고 튼튼하게 이어지게 해 주십시오.”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거대한 강은 언제나 '함께 흐를 때' 비로소 기적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