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품으로

다람살라 맥그로드간즈에서 지수화풍을 듣다(McLeod Ganj)

by 영 Young

부처님의 성지를 함께 순례했던 가족은 델리에 남고, 나는 배낭 하나를 메고 홀로 길을 나섰다. 더 많은 견문을 넓히기 위해 여정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성인이자, 14차례 환생한 달라이 라마 존자의 법문을 듣기 위한 새로운 순례였다.


저녁 9시, 델리에서 출발한 야간 고속버스는 구불구불한 히말라야 능선을 따라 12시간을 달렸다. 덜컹거리는 좌석, 꼬박 밤새워야 하는 고된 이동이었지만,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먹은 달과 카레, 따끈한 짜이 한 잔이 피곤한 몸에 잔잔한 위안을 주었다.

다람살라에 도착해 다시 12km를 더 올라가면 히말라야 고지대 마을, 맥그로드간즈(McLeod Ganj)가 나온다. 이곳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자리한 ‘작은 라싸’라 불리는 땅이다. 1950년 중국 침략으로 조국을 잃은 티베트인들은 이곳에 정착했다. 3세대를 거쳐 그들은 티베트 문화와 정신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었다.

달라이 라마 존자,법회 장면

망명자들의 땅으로 티베트 정신의 안식처다.

해발 1,700미터 고지 마을엔 수많은 가게, 카페와 명상센터가 있었다. 번화가 2층 카페에는 붉은 가사 차림의 스님과 순례자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계단길로 이어지는 골목마다 평화로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망명지가 아니라, 티베트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남갈사원 정문에는 중국이 티베트인 들을 대상으로 남녀노소, 승려, 어린아이

가리지 않고 학살한 현장사진이 게시되어 있었다. 당시 300여 만 명 이상이 희생

당했다고 한다. 이런 잔인함을 마주하고,

분노로 온몸이 떨였다.


내가 도착한 그날, 남걀사원(Namgyal Monastery)에선 달라이 라마 존자님의 대중 법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날 법문의 주제는 ‘지수화풍(地水火風)’. 땅, 물, 불, 바람. 세상 만물과 인간 존재를 이루는 네 가지 근원적 요소였다. 존자님은 이 네 가지를 통해 무상과 연기의 진리를 설했고, 그 말씀은 단순한 철학이 아닌 살아 있는 진리로 가슴에 다가왔었다.


법당 안에는 200여 명의 티베트 스님과 순례자가 함께했고, 밖에서는 수백 명의 현지 티베트인들이 오체투지로 절을 올리며 법문을 듣고 있었다.

법회 중간에 제공된 따뜻한 '버터차' 한 잔은 차가운 히말라야 공기를 녹이는 따뜻한 자비였다.

코라길,마니차

법문이 끝난 뒤, 나는 사원을 둘러싼 순례길 ‘코라(Kora)’를 걸었다. 기도를 외우며 마니차(기도륜)를 돌리는 이들과 함께 나도 “옴~ 마니 반메 훔”을 따라 외우며 걸었다.

그 소리와 발걸음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간절한 울림처럼 느껴졌다.

이 작은 마을에는 수천 명의 티베트 고승들이 머물고 있었고, 한국에서 온 비구니 스님들도 사원 주변에 숙소를 얻어놓고 수행 중이었다. 한식당과 한국 카페도 있어, 김밥과 김치로 짧은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

현지식당의 뚝바는 우리의 국수와 비슷했고

만두는 우리 거와 같았고 맛있었다.


일요일 아침, 나는 히말라야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트리운드(Triund) 트레킹에 나섰다. 해발 약 2,950m, 왕복 7시간의 여정이었다. 그곳은 히말라야 설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등산로 진입로에선 수십 마리의 유기견이 따라붙어 순간 발이 얼어붙었지만, “절대 뛰지 말고, 침착하게 걸으라”는 말을 떠올리며 담담히 산길을 올랐다.


중간중간 작은 매점에서 마신 뜨거운 짜이 한 잔은 히말라야의 바람만큼이나 깊고 따뜻한 위로였다.

별도 예약 없이도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호텔이 많았다. 나는 사원 가까운 곳의 게스트하우에 잡았다. 밤이 되자, 히말라야 별빛 아래 고요한 침묵이 마을을 덮었다.

트리운드 정상

델리에서 출발해 다시 델리로 돌아오기까지 3박 4일, 법회를 듣고, 느끼고, 걷고 했었다. 히말라야의 설산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진정한 ‘집착을 내려놓는 편안함’을 배웠다.

달라이 라마 존자의 음성은 여전히 귓가에 맴돌고, “옴 마니 반메 훔”의 울림은 이후의 삶에도 나를 붙잡아 줄 나침반이 될 거라는 믿음을 얻었다.


[다람살라 주요 순례지]

○남걀사원

달라이 라마 존자의 법문이 열리는 티베트불교의 중심 사원

○코라 순례길

남걀사원을 감싸는 산책로. 기도와 명상이 함께하는 순례길

○트리운드 트레킹, 박수폭포

해발 2,950m. 히말라야 설산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트레킹 코스

○티베트 마을 문화

망명 티베트인의 삶과 티베트불교 수행자들의 일상

○기념품가게, 식당, 카페

○명상. 요가 센터와 한식당

명상 체험과 한국 순례자들을 위한 쉼터

트리운드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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