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응시의 자리에서

유영굴, 네란 자라 강가, 수자타 사원 (Sujata Temple)

by 영 Young

부다가야 남쪽, 전정각산(둥게스와 리 힐)의 완만한 언덕을 따라 오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동굴 하나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유영굴(遊影窟), 붓다가 깨달음을 앞두고 마지막 명상을 했다고 전해지는 ‘응시의 자리’다.


유영굴은 가파른 바위 언덕 위에 있다. 손잡이를 잡고 헉헉거리며 올라서면,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굴이 바위 속에 움푹 파여 있다. 그 속에는 누군가 오래도록 앉아 있던 자국처럼 움푹 팬 바닥이 있다. 향과 초의 그을림으로 부처님의

그림자가 남아있다는 곳이다. 현재는 티벳 스님이

작은 절을 지키고 있다.

붓다는 이곳에서 며칠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앉아 "나는 누구인가"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굴 안은 작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뜻밖의 깊은 침묵이 감돈다.

나는 굴 앞에 조용히 앉아 보았다. 부처님은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고행'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중도의 길'을 택하기로 했다.

깨달음은 위대한 진리를 깨우치는 일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고행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결단을 내렸다.


굴을 내려와 수지타아카데미를 조금 지나면, 멀리 네란 자라(Niranjana) 강이 흐른다. 지금은 건기라 강물은 말랐지만 , 2,500년 전, 이곳은 싯다르타가 몸을 씻고, 다시 일어난 생명의 강이었다.

그는 고행의 극한에서 이 강에 몸을 담갔고, 차가운 물속에서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나뭇가지를 붙잡고 기어 나왔다. 바로 그 순간, 수자타가 등장했고 우유죽 한 그릇이 건네졌다.


나는 마른 강가에 서서 그 옛날 큰 물결을 상상해 보았다. 지금은 그때 강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에게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씻겨준 강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마음이 맑아졌다.

수자타 사원

네란 자라 강을 지니면 자그마한 사원이 하나 서 있다. 수자타 템플(Sujata Temple)은 우유죽을 공양한 소녀 수자타를 기리는 소박한 사원이었다. 하지만, 그 의미만큼은 무겁고 깊었다.

사원 내부에는 수자타의 형상이 조용히 모셔져 있고, 작은 촛불들이 그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순례객들은 그 앞에 앉아 묵념하거나, 조용히 촛불을 켜고 자비의 기원을 올렸다.

그저 한 그릇의 우유죽이었다. 그녀는 2,500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 또 다른 순례자들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손을 모았다. 그리고 속으로 기도했다. 내 삶도 누군가에게 작은 따뜻함이 되기를 빌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았다. 오늘 하루는, 깨달음의 역사뿐 아니라 깨달음이 가능했던 배경의 이야기였다. 응시의 자리, 생명의 강, 그리고 자비의 손길이었다.

이 길을 따라간다는 것은 단지 유적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내 삶에서, 나는 누구에게 수자타가 되어주고 있는가.”


[방문 순례지]

○유영굴 (遊影窟)

붓다가 마지막으로 머문 명상의 자리. 작은 동굴 속 깊은 침묵.

○네란 자라 강

싯다르타가 고행 후 몸을 씻고 정신을 잃었던 강. 생명의 상징.

○수자타 사원

수자타의 우유죽 공양을 기리는 소박한 사원. 자비의 시작을 기억하는 공간.

유영굴.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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