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가야(Bodh Gaya)
라즈기르의 조용한 아침을 뒤로하고, 우리는 마침내 깨달음의 땅, 부다가야(Bodh Gaya)를 향해 길을 나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안개 낀 뿌연 들판, 흙먼지를 일으키는 물소 수레, 분주히 하루를 여는 마을 사람들로 가득했다. 약 두 시간 동안의 이동 내내 나는 법륜 스님의 책장을 넘기며 지역 공부에 집중하였다.
싯다르타의 발걸음을 마음으로 되짚었다.
그가 모든 번뇌를 이기고 마침내 해탈에 도달한 곳. “사람이 붓다가 된 자리” 가 바로 부다가야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부다가야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곧장 마하보디 사원(Mahabodhi Temple)으로 향했다. 입구는 공양물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 상인들, 구걸하는 걸인들, 스님과 순례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사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 모든 소음은 깊은 고요 속으로 가라앉으며 경건해진다.
사원밖 입구는 걸인들의 천국이다. 이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에 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사원정문옆이 최고 명당이고, 여기를 기점으로 도로 양편에 줄지어 앉는다. 족히 200여 명은 될 듯하였다. 이들의 구걸이 지역경제에 큰 기여가 된다 한다. 많은 순례객들은 이들에게 십시일반 보시한다. 우리도 보시용으로 준비한10~20루피를 몸이 불편한 걸인들을
대상으로 나눠줬었다.여기오면 누구나가 자비의 본성이 깨어난다.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과 그 아래 무거운 기운, 그리고 중심에 선 보리수나무가 있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자리에 세운 대탑은 높이 55m의 방추형 9층탑이다.
그곳이 바로 싯다르타가 고행을 멈추고 가부좌를 틀어 앉아 깨달음을 얻은 자리였다. 지금 그 자리에 서 있는 보리수는 2,500년 전 그 나무의 후계목이지만, 그 아래서 기도하고 엎드리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 옛날의 마음으로 진지했었다.
특히, 티베트 스님들은 붉은 가사를 두르고 "옴마니 반메훔"을 단체로 연호했다. 그들은 징, 피리 등의 소리를 보태며 이색적인 기도를 했었다.
티벳 순례자들은 전신을 사용하는 오체투지 절을 올리고 있었다.
한국스님과 순례자들도 염불을 단체로 하고 있었다. 각국에서 온 많은 순례객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기도를 올리며, 깨달음에 얻고자 했었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앉았다. “무엇이 나를 진정 자유롭게 하는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부처님이 법(法)을 얻은 자리에서 조용히 나에게 되물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보리수 뒤편으로는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이후 7주간 머무르며 수행하신 명상터들이 고요히 보존되어 있었다. 응시의 자리, 보행의 길, 연못가의 침묵이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걸음 하나하나가 수행이 되었고, 호흡 하나하나가 마음을 비워주는 기도였다.
마하보디 사원 안, 황금빛 부처님의 고요한 얼굴 앞에 공손히 앉았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침묵과 마주 앉는 시간이었다. 말이 필요 없었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모든 게 감사했었다.
사원 외곽에는 태국, 미얀마, 티베트,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세운 사원과 불탑들이 늘어서 있었다. 언어는 다르지만 중심은 하나였다. “하나의 진리가, 다양한 모습으로 꽃 피우고 있었다.”
해가 진 뒤, 순례자들은 작은 촛불을 켜고 사원 곳곳에 불을 밝힌다. 침묵 속에 전해지는 불빛으로 그 하나하나가 마음의 등불이 되어 어둠을 밝힌다. 우리는 아쉽게도 다음 방문지로 떠나야 했기에
마음의 촛불만 남겼다.
라즈기르에서 ‘실천’의 지혜를 배웠다면, 부다가야에서는 ‘깨달음’의 씨앗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진짜 수행은 일상으로 돌아간 이후의 삶이다. 깨달음은 특별한 순간에 번쩍이는 것이 아니다. 걷고, 듣고, 인내하며 살아내는 매일의 호흡 속에 스며드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보리수나무 아래 섰다.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저의 길을 걷겠습니다. 많은 가피를 내려주십시오.”
우리는 부다가야를 마지막으로 6대 성지를
마무리했었다. 그러나 부처님의 또 다른 숨결을 찾아 여정을 이어갔었다.
[부다가야 주요 순례지]
마하보디 사원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성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
○보리수나무
붓다의 성도지. 지금은 후계목이 자라고 있음.
○일곱 주간 명상터
깨달음 후 머물며 명상한 7곳. 응시의 자리, 보행길, 침묵의 연못 등이 있음.
○국제 사원 구역
다양한 국가의 불교 전통과 문화가 어우러진 통합의 공간.
○밤의 촛불 법회
순례자들이 저마다의 촛불을 밝혀 올리는 마음의 의식.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