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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 Young Dec 25. 2024

(43) 디지털시대의 크리스마스 메시지와 아쉬움

손글씨 주고받던 정성과 따뜻함

 아침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옆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든다. 습관처럼 스크린을 켜고, 밤사이 도착한 메시지들을 확인한다. 오늘도 카카오톡 창은 크리스마스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그림과 영상이 담긴 메시지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그 메시지들 속에서 "Merry Christmas"라는 문구가 반복될 뿐, 특별한 감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온 마음을 다해 느끼는 따뜻함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메시지들이 하나같이 성의 없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여 복사하고 붙여 넣기만 한 느낌. 거기에선 나를 향한 특별한 마음이나 정성을 찾기 어렵다. 이렇게 보내는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해 보면, 그저 "보냈다"는 사실에만 무게를 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종종 이런 크리스마스 풍경을 보며, 과거 손글씨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을 떠올린다. 요즘은 손글씨 편지를 쓰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편지를 대체하면서, 개인적인 정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 같은 특별한 날만큼은 조금 더 정성을 들일 수 있지 않을까? 수신인의 이름 한 줄을 넣어, 최소한의 존중을 표현하는 것도 충분히 따뜻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카드를 고르는 일부터 시작했다. 화려한 카드들 사이에서 나만의 메시지를 담기에 적합한 카드를 찾는 시간이 꽤 즐거웠다. 카드를 고르고, 직접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메시지를 적는 과정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카드 한 장 한 장에 마음을 담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던 시절, 크리스마스 카드는 중요한 교류의 도구였다. 현지 바이어나 상공인들에게 카드를 보내며 관계를 다졌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수십, 수백 장의 카드를 작성해야 했던 적도 있다. 피곤했지만, 그 결과물을 손에 쥘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국내외에서 받은 카드들은 색감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독특해서, 보는 재미마저 쏠쏠했다. 그중 일부는 너무 예뻐서 따로 보관하기도 했다. 해외 우편물에 붙은 우표는 특별히 앨범에 모아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 보곤 했다.


교생실습 시절에는 학생들에게 받은 손글씨 카드를 아직도 기억한다. 여중학생들의 예쁜 마음이 담긴 카드들은 지금까지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아이들은 정성껏 카드를 꾸미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아 나에게 전했다. 때로는 사진을 붙여주기도 하고, 어설픈 그림이 함께 담긴 카드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군대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역시 위문 카드를 통해 따뜻함을 느낀 시간이었다. 추운 겨울,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던 나날들 속에서 위문 카드는 작은 위로와 힘이 되었다. 카드를 많이 받은 동료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글씨가 서툴러 내게 도움을 청하던 교관의 모습도 떠오른다. 위문 카드에 담긴 짧은 한 줄의 응원이 때로는 긴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시대는 변했다. 이제 손글씨 카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이 그립다. 손글씨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진심과 정성이 묻어난다. 물론,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손글씨로 카드를 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마음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 메시지가 디지털로 전송되더라도, 진심을 담아 한 글자씩 눌러쓰는 정성은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올해는 오랜만에 손글씨 연하장을 준비해 볼 생각이다. 특별히 고마웠던 지인들과 스승님께 한 장씩 써 내려가려 한다. 요즘 시대에는 다소 어색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카드 한 장에 내 마음을 온전히 담아보고 싶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의 따뜻함은 화려한 메시지나 디자인이 아니라, 결국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메시지의 형식이 무엇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우리는 종종 시간과 노력을 아끼려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다. 크리스마스는 누군가를 향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시간이다. 올해는 조금 더 마음을 담아, 조금 더 정성스럽게, 나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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